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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nest May 07. 2018

처음, 로우로우(RAWROW)

관계를 다시 잇다.

2월 28일, 무인양품 신촌점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도 첫 콘텐츠를 진행하게 되었다. 로우로우의 이의현 대표를 모시고 강연을 진행했다. 사실 이 콘텐츠는 온전히 내 기획은 아니었다. 계기는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RAWROW project vol.4 RAWROW with 오오니시 카츠시], 출처 : RAWROW 공식 홈페이지


작년 말, 일본 제 11회 양품 콘퍼런스에서 한국 브랜드인 로우로우의 이의현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로우로우의 블로그를 보신 분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무지 코리아의 전 대표이사인 오오니시상과 꽤 친분이 있다. 계기는 안경에서 시작됐다. 오오니시상은 로우로우의 안경 제품군인 R-EYE 시리즈의 제품을 접하게 되면서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고, 로우로우가 가진 브랜드 철학이 와 닿았던 것 같다. 이를 계기로 무인양품의 카나이 회장까지 인연이 이어졌고, 일본에서 로우로우의 브랜드 철학과 전략 등을 소개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비슷한 철학을 공유하며 전개하는 타국의 브랜드는 동지 같은 느낌이다.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과 사상을 깊이 새기고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런 브랜드는 초면임에도 유대감과 반가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1회 양품 컨퍼런스 당시 현장 사진,  출처 : RAWROW 공식 네이버 블로그


하지만 작년의 인연을 끝으로 오오니시상이 일본 유락쵸점 점장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 이사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다. 정작 한국 브랜드로서 처음으로 일본에까지 연을 맺고 온 로우로우였지만 연결고리가 없어진 듯했다. 애초에 브랜드 간의 인연이 아닌 개인적인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때까지 이런 전후 과정을 모르고 있었고 사내 직원분들의 의견을 통해 듣게 되었다. 같은 철학을 새기고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계기를 만들어 구성원들과 브랜드 간의 유대를 쌓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메일로 정리하여 로우로우 측에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첫 기획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이의현 대표는 기대 이상으로 흔쾌히 반겨주었다.


RAWROW 이의현 대표, 출처 : oh!크리에이터


며칠 뒤 진행했던 로우로우와의 미팅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대표이사를 '보스'라고 칭하며 명함에는 짧은 단어나 문장 정도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의현 대표와 담당자 두 분의 명함을 받게 되었는데, "반갑습니다."라던지 " :-) " 정도의 스마일 이모티콘 등을 적어주셨고 아무것도 적어주지 않은 분도 계셨다. 근데 아무것도 적어주지 않은 그 명함과 명함 당사자의 이미지가 잘 맞았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덧붙이자면 그 이미지라는 것이 부정적인 느낌은 절대 아니었고, 담백함과 적당한 간격, 어느 누구에게나 부담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유사한 느낌의 명함, 출처 : pinterest


명함의 형태를 떠나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들도 물론 계실 거다. 하지만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5월 7일 현재까지 꽤 많은 명함을 받았는데 명함의 판형이나 소재, 색상, 레이아웃은 분명 비교적 짧은 시간의 미팅 이후 상대 회사나 브랜드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신한다.) 로우로우 명함이 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회사나 브랜드에 대한 전달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담당자 개인에 대한 이해,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로우로우와 준비한 강연은 일본 양품 콘퍼런스에서 진행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진행하였다. 참가자 모집은 무인양품 페이스북, 트위터 공식 계정과 애플리케이션인 MUJI passport를 통해 모집을 했다. 첫 프로그램이니만큼 많은 인원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금요일 저녁에 무료로 진행했다. 현재까지 총 15회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월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기획과 섭외도 물론 진행했지만 어떤 룰을 갖고 공간을 운영해갈 건지 꽤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 룰은 계속해서 변했다. 더 좋은 방법을 알게 된 경우도 있고, 막상 해보니 별로였던 경우도 많았다.


가장 먼저 깨달은 부분은 "무료", "강연"이다.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 신청자는 많지만 노쇼가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다.(18년도 3회 차 프로그램이었던 BKID 송봉규 대표 강연 이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만, 프로그램 내용이나 주최의 성격에 따라 다른 대안을 통해 해결해나갈 수도 있다.)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강연자 입장에서도, 참가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 소액이라도 참가비가 있는 경우에 현장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 그리고 강연에 관해서는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연사를 모시고 진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인지도는 곧 콘텐츠를 한정 짓게 된다. 자칫 뻔한 강연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연 후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대부분은 주가 되는 프로그램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즉석에서 생산되는 콘텐츠의 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모으고 전달하는 방식, 질문에도 흐름을 만들고 유도해나가는 방식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진행자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이런 측면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와 비슷한 것 같다. 사전에 짜임새 있는 대본의 구성과 현장 애드리브가 콘텐츠를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담당자 스스로가 연사 혹은 강사와 사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사전 질문을 만들고 이해도를 높여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RAWROW 의 R EYE 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대한 하이텍 박승영 대표님, 출처 : RAWROW 공식 네이버 블로그

RAWROW의 대한 하이텍 박승영 대표님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0tvjBu80nsE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강연 진행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표 자신과 브랜드에 대한 팬층과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느꼈다. 본 강연을 위해 해외에서 찾아와 주신 분도 계셨다. 그에 비해 더 진중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함도 뒤따랐다. 더불어 로우로우는 무인양품과 유사한 철학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전개해나간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로우로우의 전개 방식을 보면서 무인양품이 보다 중소기업의 모습을 띌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회사는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물론 그렇기에 무인양품이 더 해나갈 수 있는 일도 있다. 분명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이런 부분은 참 아쉽다. 고객과의 유대감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open MUJI _ RAWROW 이의현 대표 강연 현장 사진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강연 내용에 대한 부분이다. 로우로우가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지, 어떤 생각에서 획을 그어 나가 어떤 형태로 점을 찍게 되었는지를 얘기했다. 로우로우의 브랜드 이름에 담겨있는 "날 것"이라는 의미, 물건의 본질로 다가가는 것, 한 가지 축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가지를 뻗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브랜드라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과도 같아서 스스로에 대한 정의, 사고, 확립이 중요하다. 로우로우는 그런 것들을 굉장히 완성도 있게 잘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시 로우로우가 갖고 있는 그 유대감과 소통 방식이었다. 로우로우는 생산자, 소비자 간 유대감이 뛰어나다. 그리고 회사의 많은 노력들이 그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각 공장의 기술자 분들의 성함을 제품에 새긴다든지, 고객과 인연에서 출발해 어떤 제품까지 완성되고 고객과의 스토리를 부여한다든지, 꾸준히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들을 만들어나간다든지, 무엇보다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표현하고 적당한 자신감과 겸손, 이런 것들이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굉장히 낭만적인 브랜드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5월이다. 로우로우와 첫 프로그램을 진행한지도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걸 느꼈다. 조금 서둘러 그 얘기들을 담아볼까 한다. 경험이 늘어갈수록 좋은 이야깃거리가 많이 늘어가는 중이다. 기획부터 미팅, 진행까지 짧지만 그때마다 메모를 시작한 게 4월 중순부터인 것 같다. 순전히 미련한 기억력에 의존해서 쓰고 있다 보니 다소 이야기가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여하튼, 이의현 대표와는 3월의 인연을 시작으로 4월에는 로우로우의 제안으로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뭇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는 더 재밌고 유익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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