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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Feb 27. 2019

박근혜 대통령이 가지 않는 곳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총 4번의 5.18을 맞았다. 그는 취임 2개월여 만인 2013년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이후 3년 연속 불참했다. 그는 이 같은 행보를 통해 5.18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가지 않은 곳을 굳이 방문하는 행보 그리고 그 반대 사례를 분석해보면 특정 대통령의 가치관이나 사회에 던지려 했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그것을 알아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대통령의 행보는 메시지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느냐는 그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반영한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전임 대통령들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행사에 매년 참석하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지난 1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ROTC 대표단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간담회를 가졌고, 유관순 열사 추모제에 추모 화환을 처음 보냈다. 박 대통령은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방문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으며,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박 대통령은 경제현장 방문, 특히 신성장동력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데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 아울러 애국심 고취, 사회질서 확립과 관련된 행사에도 다른 대통령들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이 관심을 적게 두는 곳에도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주로 국가와 민중이 충돌한 피 묻은 역사와 관련된 일들이다. 박 대통령은 4ㆍ3 추념식, 4ㆍ19 혁명 기념식에 취임 후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4월 16일 세월호 1주기와 2주기 공식행사에도 가지 않았다. 바로 어제 5ㆍ18 기념식에는 취임 첫해만 참석하고 3년째 불참했다.


박 대통령이 관례를 어겨가며 이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참석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닌 데다 설령 그렇다 해도 박 대통령이 의미를 부여하면 못 갈 이유가 없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매년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군인 장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한 것처럼 말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국가 권위에 맞선 민중의 역사를 불편해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4ㆍ3과 4ㆍ19, 5ㆍ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지금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빚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추모하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정부 공식 기념행사도 여는 것 아닌가. 그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 한 곡을 두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국론분열 운운하는 것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그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않은 건 대통령의 책무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보수 대통령이 취임하면 사회는 급격히 보수화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변치 않는 가치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어떤 대통령도 애국가 제창을 거부할 수 없듯 누구도 회피해선 안 되는 가치들이 있다. 비록 50%의 지지를 받았어도 취임하는 순간 100%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맹세한 것 아니었던가.<아시아경제. 2016년 5월 1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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