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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05. 2019

朴대통령 해외순방이 너무 잦다고요?

<세금으로 하는 나쁜 짓 중에 '외유성 해외출장'은 가장 휘발성이 강하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면서 그를 지지하지 않는 주변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도 그것이다. 왜 이렇게 출장을 자주 가느냐. 취임 1년쯤 됐던 어느 때 이를 한 번 따져봤다. 수치 상으론 전임자보다 오히려 적었다. 그럼에도 나쁜 이미지가 생긴 이유를 몇 가지 꼽아봤다. 언론 탓도 있다. 첫 여성 대통령이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접근한 것, 부인하지 못한다.>




<아시아경제. 2014년 1월 16일 자.>


박근혜 대통령과 인도에 와 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너무 잦은 거 아니냐?"란 말을 주변에서 귀 따갑게 듣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해외순방을 통해 박 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거뒀느냐를 논하기에 앞서, 순방이 정말 잦았는지 따져본다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 좀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취임 첫 1년 순방 일정은 이번까지 해서 여섯 번으로 끝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1년에 8번 나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번입니다. 박 대통령이 특별히 잦은 편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6월 1일 오전(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해외순방을 가장 많이 간 대통령은 단연 이 전 대통령입니다. 5년 간 49번이란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업무 스타일' 상 전임자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게다가 갈수록 커지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 5년에 30번 정도는 놀랄 만한 수치가 아니라 하겠습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27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번입니다. 


그런데도 매번 "또 나가?"란 질책이 나오는 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내리 순방에 나선 탓이 커 보입니다. 물론 패션외교니 외국어 연설이니 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점, '국내선 불통 외국선 소통'이란 엇박자가 불편한 인상을 남긴 것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성과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평가절하하는 데도 마냥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전임자처럼 '얼마짜리 계약 체결'과 같은 화끈한 뉴스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는 대체로 모호하고 선언적 단어들로 표현됩니다. 신뢰구축, 의견 일치, 교류 확대 등이 그 예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특징을 '성과가 없다'라고 판단할 근거로 삼을 순 없습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해외순방의 성격은 단기적 이익에 치중하는 것이라기보다 일종의 '마중물 효과'라고 말합니다. 전임자가 내놓은 화려한 수치들이 종국에 가서 100% 현실화된 건 아니었단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해외순방은 많은 세금을 쓰는 일인 만큼, 전략적 접근을 통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또 정부의 발표들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끝까지 확인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연내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이것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민감한 협상인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애초부터 어려운 일을 곧 이루어질 것처럼 과장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는 우리 경제의 성장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입니다. 무조건 긍정하는 것도, 덮어놓고 백안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순방이야말로 말 그대로 '국익'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순방의 성과에 대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지는 것이고, 그 평가는 국민의 몫입니다. 다음 순방은 3월과 5월에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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