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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05. 2019

지방선거와 안대희 '두 갈래 민심'

<세월호 정국에서 새 국무총리를 선정하는 작업은 매우 지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을 때 언론은 '소신'이나 '직언'과 같은 단어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그것은 대체로 오해였으며, 그는 결과적으로 낙마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세월호 정국 속에서도 선전했다. 두 사건을 만들어낸 '민심'으로부터 대통령이 얻었어야 할 교훈은 비교적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반대로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 당시 청와대 의사결정 구조가 상당 부분 밝혀진 뒤에야, 우리는 민심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의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시아경제. 2014년 6월 5일 자.>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을 때 기자를 포함한 많은 언론인들은 "변화 혹은 양보"라고 해석했다. 곁에 두기 껄끄러운 그를 정권의 2인자로 기용하겠단 결정은 박 대통령이 그간 보여 온 인사 성향과 배치됐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것은 진실에 가까운 해석이었을까.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인사 배경을 다시 꺼내 보았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는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아시아경제


사실 이 말에서 '변화나 양보'를 읽을 그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구상을 그대로 실행에 옮길 '아바타'라고 소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검증과정에서 알려진 새로운 사실들이나 그가 보여준 언행을 종합하면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만큼 심지가 굳은 인물도 아니었던 것으로 결판났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근거로 그에게 '소신 있고 강직한' 혹은 '직언을 할 수 있는'과 같은 수식어를 제멋대로 갖다 붙였던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바람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믿음에 기반한 자의적 해석은 진보ㆍ보수 언론에서 대부분 통용됐고 그와 결이 많이 다른 분석은 보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국무총리상(像)이 무엇인가 하는 여론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은 가장 유력한 민심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사퇴 후 새 총리 후보자를 선택할 기준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사람'이란 조건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물어 판단할 것인지 알아낼 도리가 없지만, '안대희 믿음'으로부터 읽을 수 있는 민심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앞으로 단행할 개각ㆍ청와대 개편 등 인적쇄신 작업에서 견지해야 할 방향성은 명확하다.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의 기용 즉 '레이저'를 맞아가면서도 기죽지 않고 직언할 수 있는 참모를 곁에 두는 불편한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독주를 막아줄 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게 견제 세력으로서의 권한을 몰아주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여당의 선전(善戰)은 세월호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출이다. 그것은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에 대한 지지 표명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그래서 국가개조론은 시의적절하다는, 그것을 밀고 나갈 힘을 현 정부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확인한 민심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대여정에 나서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말 그대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모든 이들이 그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 주창한 100% 대한민국의 정신이기도 하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사명은 안대희와 지방선거에 투영된 두 가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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