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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07. 2019

박근혜정부 돌아보기⑤ 윤창중 사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고 경질된 후 그는 3년간 칩거했다. 그러다 칼럼 작성과 방송활동 등을 재개한 지 또 3년이 지났다. 2013년 5월 발생한 그 사건의 면면은 6년이 흐른 2019년 3월 현재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안이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다.


#윤 전 대변인이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그리고 그가 여러 경로로 언론의 질문에 답한 것들, 활동을 재개하면서 ‘자전적 에세이’라며 인터넷에 올린 글로 이 사건은 최종 기록됐다. 사건에 연루된 다른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의심받는 인물이 자신의 입장에서 묘사한 것이 알려진 바의 전부인 것이다  


#이제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도 드물고, 지난 일을 들추어 윤 전 대변인의 잘못을 끝내 입증해냄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득 역시 별로 없어 보인다. 한편 개인적으로 윤 전 대변인이 가진 ‘억울함’에 일견 동의하는 측면도 있다.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D.C. 에서 목격한 것들 그리고 이후 취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윤 전 대변인과 접촉하면서 ‘알아내고’ ‘느꼈던’ 것들을 종합하면 그렇다.


#그러나 굳이 안희정이나 고은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수많은 성범죄자 중 자신만의 억울한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을 리 만무하다. 은밀함과 모호함 그리고 정서가 개입되는 성 사건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 이런 말을 남겼다. 사건 발생 불과 몇 시간 전인 그날 오전,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잡담을 하던 윤창중은 이렇게 말했다. “권력은 섹스를 참을 수 없다.”


#그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상상 속 권력도 욕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취했고 아는 만큼 행동하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 없었다면 그래서 그가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면, 그의 인생과 박근혜 정부는 어떤 또 다른 장면을 목격했을까. 가끔 그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다.




윤창중-이남기, 둘 중 한 명은 왜 거짓말을 하나

아시아경제. 2013년 5월 11일 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미국 순방 중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홀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후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부인했다. 회견장을 떠나는 윤 전 대변인의 모습.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귀국을 누가 지시했는지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린다. 윤 전 대변인은 "상사인 이남기 홍보수석의 귀국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입장이고 이 수석은 "본인이 결정한 것"이란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둘 중 한 명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윤 전 대변인의 행동이 성추행인지 아닌지 본질적인 논란과 별개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성추행 혐의자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도주시킨 것 아니냐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이 수석의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혹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보고된 사안인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11일 오전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또 이 수석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후 자신에게 귀국을 종용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비행기를 예약했으니 한국으로 가라"라고 했다는 게 윤 전 대변인의 전언이다. "해명을 해도 여기서 하겠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묵살되고 청와대가 귀국을 결정해 비행기 편까지 예약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석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황상 100%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 귀국 항공권을 예약한 적도 없다"며 윤 전 대변인과 180도 다르게 이야기했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 "책임질 상황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 수석이 언론 등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 받은 것은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수행직원과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9시경이다. 이때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은 10시 30분 미 의회 연설 일정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 수석은 전화로 상황을 듣고 윤 전 대변인에게 "의회로 오지 말고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이 행정관들과 상의한 후 한국행을 결심했으며 이 수석은 이를 두고 "가든지 말든지 본인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란 취지로 언론에 설명했다.


윤창중-이남기 중 1명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일이란 걸 방증한다. '기억이 정확치 않다'고 말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고 시간도 별로 흐르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 입장에선 "현장에서 해명하려고 했을 정도로 떳떳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대변인 직함은 잃었지만 '도망치듯 귀국했다'는 기존 보도를 놔두는 것은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명예까지 잃는 일이다.


반면 이 수석은 대통령이 미국에서 연설하고 있는데 그 대변인이 경찰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만은 일단 피하려 했을 것이라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게다가 성폭력을 4대악 중 첫 번째로 꼽는 박근혜 정부의 홍보수석이 성 사건에 연루된 고위공직자를 도주시켰다는 건 정부 차원의 치명타다. 본인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이 수석과 청와대 측은 공식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주말 내 공식 발표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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