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없는 '이갈이'.. 턱관절 치아 마모 등 부작용 커
밤마다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본인의 치아, 턱관절, 심지어는 청력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갈이는 매우 흔한 병이지만, 의외로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때문에 치료법도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이를 가는 어린이들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냥 놔두자니 치아건강이 우려되고, 병원 데려갈까 생각하니 '저절로 낫는다'는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이갈이는 일종의 '불치병'과도 같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원인은 몰라, 아마도 스트레스?
이갈이는 모든 인종에서 매우 흔한 질병이다. 'bruxism'이란 진단명도 갖고 있다. 통계자료는 많지 않은데 성인의 10% 내외, 어린이의 15∼30% 정도가 이를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에 피곤하면 잘 때 이를 간다'는 사람들이 많듯, 스트레스와 긴장 등 정신적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확한 기전이 밝혀진 건 아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비정상적 '씹기'나 치아가 빠진 경우, 덧니, 정확하지 않은 치아 정렬 등에 주목한다. 영양부족이나 요충, 알레르기, 대사장애, 뇌질환 등 의료적 문제가 원인이란 의견도 있다. 정리하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심한 이갈이, 놔두면 '큰돈' 든다
간헐적으로 이를 가는 사람은 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과 정기검진만 잘 받으면 된다. 다만 만성적으로 이를 갈며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의료적 처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상 이를 갈 때는 평상시 들어가는 힘보다 2배에서 10배가량 강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치아가 심하게 마모되고 흔들리거나 아예 빠질 수 있어 젊은 나이에 틀니나 임플란트 신세를 져야 할 수 있다.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은 "치아 표면이 닳고 조직이 손상돼 찬 음식을 먹으면 이가 시리며, 심한 경우 이가 흔들리기도 한다"며 "특히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나사가 풀리거나 파절 되는 등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얼굴 모양이 바뀔 수도 있다. 통상 사각턱이 되는 경향이 있다. 턱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므로 턱관절 장애도 우려된다.
반면 어린이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흔히 유아치가 나올 때, 영구치가 나올 때 2번 이갈이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지나면 시끄러운 습관을 대부분 버리게 된다. 굳이 병원에 데려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양병은 한림대성심병원 치과 교수는 " 영구치열로 바뀌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린이가 병원에 오면 일단 지켜보자며 돌려보낸다"며 "영구치가 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가는 경우에만 적절한 치료를 고려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대증적 치료법이 대부분… 드물게 완치되는 경우도
가장 흔한 치료법은 '마우스가드'란 물체를 입에 물고 자는 것이다. 치료가 목적은 아니고, 이갈이로부터 치아를 보호해주는 용도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평생' 껴야 한다. 최근에는 보톡스 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를 갈아라'는 중추신경계의 명령을 근육이 따르지 못하게 이완시켜 주는 원리다.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환자 선호에 따르는 것이지 무엇이 더 좋다고 할 순 없다. 다만 마우스가드는 치아를 보호해주지만 오히려 '꽉 무는' 버릇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관절질환이 이미 생긴 경우는 권장되지 않는다.
보톡스는 1년 정도 효과가 지속되며 다시 이를 갈기 시작하면 주사를 또 맞아야 한다. 씹는 힘이 약해지고 표정이 좀 이상해진 느낌이 생길 수 있다. 턱이 갸름해 보이는 효과도 있어 미용목적을 노리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한편 운이 좋으면 마우스가드나 보톡스 혹은 두 요법의 병행으로 완치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 비율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으나 보톡스를 맞고 난 후 절반 이상 환자는 아예 이를 갈지 않는다(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마우스가드는 끼지 않으면 대부분 이를 다시 갈기 시작한다. 두 방법을 같이 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
이마저도 안 되면 근육이완제를 먹거나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이를 갈게 하는 중추신경계의 정확한 부위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완치를 위해선 이것저것 해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의미다.
양병은 교수는 "모든 방법에서 실패한 경우 신경과를 찾아 뇌파검사나 근전도 검사를 통해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는 방법을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 WebMD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