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범수 Mar 21. 2019

걱정되는 술배.. 맥주 대신 와인?

술 종류에 따라 뱃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까

와인을 조금씩 자주 마시면 심혈관계 질병 예방에 좋다는, 특히 레드와인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여러 경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주당들의 최대 관심사 '술배'에도 와인의 마법은 통할까? 이왕에 먹는 술 맥주보단 와인이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소주냐 맥주냐 와인이냐.. 종류보다 중요한 건 안주


소주 1잔(50㏄)의 열량은 90㎉ 정도다. 와인 1잔을 150㏄로 보면 125㎉ 수준이다. 보통 주당들이 와인 1병과 소주 1병이 비슷한 취기를 낸다고(양은 와인이 두 배지만 알코올 도수가 절반 정도니까) 하는 것을 감안하면 와인 1병의 열량은 725㎉, 소주 1병은 630㎉로 오히려 와인의 열량이 더 높다. 하지만 문제는 마시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와인 1병을 마시는 데 걸리는 속도가 소주 1병보다 느리기 때문에, 같은 시간 섭취하는 열량만 따지면 와인이 좀 유리하긴 하다. 그러나 오십 보 백보, 결론적으로 와인을 마신다고 해서 다른 술을 먹는 것보다 획기적으로 '열량을 적게 먹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빈 칼로리'라 불리는 알코올은 몸에 흡수되는 즉시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고 체내에 남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말은 같은 시간 안주를 먹어 생긴 에너지가 소비될 틈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잉여' 에너지는 고스란히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쌓인다. 술안주 대부분이 고열량 음식임을 감안하면 안주는 말 그대로 '먹는 대로 찐다'고 생각하면 된다.

와인을 마실 때 흔히 곁들이는 스테이크 1인분은 800㎉가 넘고, 스파게티류도 600㎉ 이상이다. 브리치즈나 까망베르치즈는 50g당 160㎉가량. 크래커 위에 치즈나 햄을 얹는 와인 안주 '카나페'는 고칼로리에 염분까지 높아 다이어트를 원하는 주당에게는 시쳇말로 강력 '비추(비추천)'다.


◆안주라는 범인 뒤에 숨은 공범 '알코올'

음식을 먹을 때 술을 곁들이면 평소보다 음식 섭취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부문에서는 와인이 최고다. 와인의 '신 맛'은 방금 먹은 음식의 냄새, 느낌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도 미각을 예민하게 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여럿이 모인 와인 파티에는 '오늘 무슨 와인을 먹을까' 만큼이나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가 최대 관심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만큼 와인은 식사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덩달아 식사량을 최대로 늘여주는 역할을 한다.

와인 속에 든 알코올도 문제다. 와인뿐 아니라 모든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지방산화를 억제해서 장기적으로 몸을 지방이 잘 분해되지 않는 상태로 바꿔준다. 체중이 는다는 이야기다. 특히 뱃살이 많이 찐다.

알코올 섭취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데 지방분해를 억제하는 코티졸은 지방세포 안에 있는 특정 효소에 작용한다. 그 효소가 복부에 집중돼 있다. 즉 알코올로 코티졸이 많이 생기면 특히 복부 지방이 잘 분해되지 않아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술배가 생기는 것은 맥주나 치킨 때문만도 아니요, 와인으로 극복될 일도 아니다. 미묘한 인체와 음식 그리고 알코올의 총체적 결정판인 셈이다.


◆안주 없이 술만 먹자?


살찔까 두려워 안주 없이 '깡술'만 마시면 어떻게 될까. 생각대로 살은 빠진다. 하지만 이는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일 뿐 오히려 내장과 근육엔 지방이 더 쌓인다. 게다가 알코올은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술만 마신다면 영양소 불균형 상태, 빈혈, 신경계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 그 정도가 아니라도 당장 위장 부담이 걱정된다.

위 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코올이 장으로 내려가 농도가 낮아진 후 간으로 전달되지만 빈 속일 경우 위에서 대부분 흡수돼 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간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결국 누가 뭐래도 술을 마셔야겠다면 무슨 술을 마시는 게 유리한가 따지는 것보다 '안주'와 '음주량'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술로 생긴 비만은 알코올의 양과 비례하므로 도수가 낮은 술을 먹는 게 낫다. 도수가 낮아도 많이 마시면 마찬가지니 같은 시간 적은 알코올로 '오래 끌 수 있는' 술을 고르면 된다. 또 술 마신 다음날은 평소보다 운동을 좀 더 해주는 것도 잊지 말자.

특히 와인을 마실 경우 샐러드와 같은 저칼로리 식단을 꾸리거나, 술로 한껏 증폭될 식욕을 억제할 만한 장치를 마련한 뒤 우아한 와인 파티를 여는 게 좋다. 흔히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이 체지방을 분해시켜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량의 와인을 규칙적으로 먹을 때 이야기다.

당신이 술배를 걱정하며 와인 1병과 소주 1병, 폭탄주 5잔의 열량을 비교하고 있다면 와인은 당신에게 또 한 종류의 '술'일뿐이다. 

이전 01화 흡연의 폐해를 애써 외면하는 당신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