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서 가수로,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
제임스 블런트(James Hillier Blunt, James Blunt)는 1974년생으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제임스 블런트의 집안은 10세기부터, 그러니까 무려 1000년 동안이나 군인이라는 직업을 대물림해 온 군인 가문입니다. 그의 부친 또한 대령 출신이고, 어린 시절 회상에 따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아버지 차에 CD플레이어를 통해서였다고 하고요. 그의 아버지는 모든 음악을 소음으로 간주했고, 보유 음반이라고 해봐야 단 세 장뿐이었다고 합니다.
대중음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집을 떠나 런던의 사립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에 입학해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며 학교 뮤지컬에도 출연하는 등 여러 음악을 섭렵하였고, 14세 무렵에는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해로우 스쿨 졸업 후 브리스톨 대학 항공우주학과에 군장학생으로 입학하였으나 후에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는데 군장학생 자격으로 입학한 것이어서 졸업 후 4년간 복무하는 것이 의무였다고 합니다. 훈련을 거쳐 소위로 임관, 왕실 근위대에서 복무하다 1999년 코소보 내전 때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평화 유지군 소속 수색 장교로 파견되었는데, 바로 이 시기가 그의 데뷔 앨범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시기입니다.
음악을 제대로 접할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컸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노래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의 음악을 보면 소박하지만 매우 섬세하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앨범인데, 2002년 제대 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음반사와 계약을 합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미국의 여성 포크, 얼터너티브 록 밴드 포 넌 블론즈(4 Non Blondes)의 멤버 린다 페리(Linda Perry) 였는데, 겨우 갓 데뷔한 신인을 전설적인 아트스트가 한눈에 알아봤다는 건 그의 재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4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지만, 당시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타이틀곡이기도 한 1번 트랙 'High'의 최고 순위는 148위였고, 두 번째 싱글 3번 트랙 'Wisemen' 역시 44위에 그쳤으나 제임스 블런트라는 아티스트를 알리게 되는 곡으로써 세 번째 싱글 'You're Beautiful'은 첫 주에 12위, 6주 후 드디어 1위를 차지하게 되지요. 영국 차트 특성상 싱글 판매와 디지털 다운로드만으로 집계가 되기 때문에 사실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데뷔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알려진 2번 트랙 'You're Beautiful',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과 다정하게 걷고 있는 그의 예전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복잡한 마음을 노래했는데, 뮤비도 가사만큼이나 슬프지요. 4번 트랙 'Goodbye My Lover'는 그가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하고요, 앞서 얘기한 앨범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근간이 된 코소보 사태에 참전했던 경험을 마지막 트랙 'No Bravery'에 고스란히 담아내었습니다. 7번 트랙 'So Long Jimmy'는 존경하는 뮤지션 지미 헨드릭스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우선 앨범 아트를 보시지요.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면서 찍은 1000여 장의 작은 사진을 모아 모자이크 형식으로 그의 얼굴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블런트는 자신의 얼굴이 실리지 않도록 요청했었다고 합니다.
오프닝 트랙이자 첫 싱글로 발표하였던 '1973', 옛 연인(가사 중 simona)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곡으로, 발표 직후 유럽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작에 이어 순조로운 출발을 합니다. 2번 트랙 'One Of The Brightest Stars', 따뜻한 가사와 잠시 모든 것을 놓고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고,
세 번째 싱글 곡인 5번 트랙 'Carry You Home'의 가사는 무척 슬픕니다. 어찌 보면 진혼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예전에 S본부 선거광고 음악으로 쓰이는 걸 본 적이 있는데요, 멜로디는 아름답지만 가사를 본다면 광고의 방향과 맞지 않아 갸우뚱한 적도 있었지요.
음악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2005년부터 매년 8월에 열리는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JIMFF) 3회(2007년)에 코소보의 비극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코소보로의 귀환(James Blunt: Return To Kosovo, 2007)'이 상영되었는데, 블런트가 2년간 근무했던 세르비아 국경지대에서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찍었던 영상과 위문 공연 등이 담긴 영화입니다.
그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을 거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작들이 내면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잔잔한 포크 락 스타일이었다면 세 번째 앨범은 경쾌함이 더해져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원 디렉션 등의 앨범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스티브 롭슨(Steve Robson)의 지휘 아래 원 리퍼블릭(One Republic)의 라이언 테더(Ryan Tedder), 신스 팝 듀오 버드 앤 더 비(Bird And The Bee)의 그렉 커스틴(Greg Kurstin), 인디 록 밴드 베터 댄 에즈라(Better Than Ezra)의 케빈 그리핀(Kevin Griffin), 웨인 헥터(Wayne Hector) 등 여러 보컬리스트와 작곡가가 제임스 블런트의 앨범 작업을 돕기 위해 기꺼이 런던으로 모였습니다. 전에는 스튜디오 녹음 전 거의 모든 곡을 완성했지만, 세 번째 앨범은 위에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며 구상한 곡이 더 많다고 하고요.
첫 싱글 1번 트랙 'Stay The Night'부터 밝고 경쾌하게 시작되고, 이어 2번 트랙 'Dangerous', 멋진 기타 솔로의 6번 트랙 'Superstar' 그리고 10번 트랙 'I`ll Be Your Man' 역시 전작의 제임스 블런트를 생각한다면 조금 어리둥절할 만한 곡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흥겨운 팝 록의 느낌은 아니고, 기존의 분위기와 흡사한 3번 트랙 'Best Laid Plans', 자신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하는 5번 트랙 'No Tears' 등 감성적인 발라드의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3년 만에 네 번째 앨범을 발매하였습니다. 먼저 앨범 커버를 보시면 블런트의 얼굴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작의 밝은 음악보다는 자신에게 조금 더 충실한(어쿠스틱 선율에 서정적인 음악 중심) 앨범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앨범을 두고 Back to basics라고 표현했는데,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톰 로스록(Tom Rothrock)도 참여하여 과거로의 회귀를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첫 싱글 커트된 3번 트랙 'Bonfire Heart', 블런트와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라이언 테더(Ryan Tedder)가 곡을 쓰고 테더가 프로듀싱 한 곡으로 포크음악 분위기에 잔잔한 연주와 보컬로 시작하는 곡입니다. 싱글 커트는 되지 않았지만 미드 템포의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2번 트랙 'Satellites', 고(故)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트리뷰트 곡인 5번 트랙 'Miss America'를 포함한 네 번째 앨범은 눈에 확 뜨이는 화제성은 없지만 참 좋은 앨범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You're Beautiful'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곡이 없는 건 맞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지루할 수도 있는 음악이고요. 하지만 여러 악기의 화려한 사운드가 아닌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분명 드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