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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Nov 25. 2015

그를 'Beck'이라 쓰고 '천재'라 읽는다.

싱어송라이터 벡(Beck David Campbell)


대중 음악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음악형식과 거기에 맞춰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 의문을 갖는 순간 또 다른 시도가 이어집니다.


음악을 들을 때 인물의 선호도가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의 음악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바로 그것이 개인의 취향이고, 이런 음악이기 때문에 들었는데 갑자기 노선을 바꾸거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일종의 배신감도 들 거예요.


무조건 모방이 아닌 '샘플라델릭(Sampladelic) 사운드의 총아'라고 불리는 벡을 소개합니다.


우선,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장르가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안티 포크(anti-folk)로 표시되어 있는데, DJ 섀도우(DJ Shadow, Joshua Paul -Josh- Davis)가 최초로 샘플라델릭을 구현한 아티스트라면 포크를 기반으로 힙합, 컨트리, 락앤롤, 블루스, 펑크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를 팝 음악에 결합한 인물로, 이러 이러한 음악이다라고 논하는 자체가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일 수 있습니다.


벡 한센(Beck Hansen, 본명 Beck David Campbell)은 1970년생으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인스트루멘탈 리스트(Multi-instrumentalist)입니다. 작, 편곡의 대가로 알려진 데이빗 캠벨(David Richard Campbell)이 그의 아버지인데 에어로스미스(Aerosmith), 셀린 디온(Celine Dion), 린킨 파크(Linkin Park), 본 조비(Bon Jovi) 등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은 물론, 이승환의 4, 5집도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어머니 비비 한센(Bibbe Hansen)은 앤디 워홀(Andy Warhol) 사단의 최연소 단원 출신으로 배우 겸 뮤지션 활동을 하였고, 외조부 역시 예술집단 플렉서스(Fluxus) -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을 뜻하는 라틴어로 국제적인 전위예술 - 에 일원이었던 알 한센(Al Hansen)입니다. 그리고 외조모 오드리 한센(Audrey Hansen)은 배우, 모델 겸 시인이었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성인 한센을 쓰고 있지요. 와~ 정말 예술가 집안이로군요. 벡이 예술가가 된 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벡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고교 중퇴 후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미국의 블루스 가수인 리드벨리(Leadbelly)의 곡을 커버해 꾸준히 길거리 공연을 하는 등 창작활동과 음악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80년대 중후반 풍요로운(안락한) 계층을 위해 생산되는 기존 포크에 반대하여 전통적인 포크 기법을 깨뜨리는 안티 포크(antifolk 혹은 unfolk)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동갑내기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니 디프랑코(Angela Maria Difranco)와 일렉트로닉, 힙합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지요. 90년대 초반, 포레스트 포 더 트리스(Forest For The Tree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친구 칼 스티븐스(Karl Stephenson)의 집 부엌에서 벡의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곡 'Loser'를 녹음하여 인디레이블 봉 로드(Bong Load Custom

Records)를 통해 소량을 싱글 발매(1993년)합니다. 처음에 동네 클럽에서 히트하고, 라디오에도 방송을 타게 되는 첫 싱글 곡 'Loser'가 예상치 못한 반응과 함께 메이저 레이블 간의 경쟁을 일으킬 정도로 큰 반향을 몰고 오게 되지요.


여담입니다만, 90년대 3대 '바보송'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너무나도 유명한 Radiohead의 Creep, Charlatans의 Weirdo 그리고 Beck의 Loser라고 하더라고요.

친구의 얘길 듣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절대 바보 같은 노래는 아니죠!




'Loser'가 정식으로 수록된 앨범이 3집 Mellow Gold (1994)입니다.


이전에 Golden Feelings (1993), Stereopathetic Soulmanure (1994)가 있지만 Mellow Gold가 공식적인 메이저 데뷔 앨범입니다. 네 번째 앨범으로 기록되어 있는 One Foot in the Grave (1994) - 네 번째이지만 Mellow Gold보다 더 일찍 녹음했다고 합니다. - 역시도 3집과 거의 동시에 작업해 발매(소속사는 다릅니다.)하였지요.


로 파이(Lo-Fi/ Hi-Fi와 반대되는 의미로 '저급한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적인 감성이 많이 느껴지고, 얼터너티브, 힙합, 포크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칼 스티븐스도 프로듀싱에 참여하였죠. 로 파이, 그러니까 매끄럽지 않은 음질과 노이즈가 특징인 앨범으로 듣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자 공식적인 2집 앨범 Odelay (1996)입니다.


플래티넘을 기록한 히트작이고 벡의 앨범 중 명반으로 꼽힙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명 '먼지 형제', Dust Brothers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건데요,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저주받은(?) 명반 Paul's Boutique를 잘라 붙이기(cut & paste) 기법으로 프로듀싱 한 장본인이죠.


원조 먼지 형제가 있었죠. 지금의 화학 형제(케미컬 브라더스, Chemical Brothers)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먼지 형제가 있어 화학 형제로 바꾼 것이랍니다.


앨범 타이틀 Odelay는 원래 Ondele - Right On, All Right 의미로 지역의 속어라고 합니다. - 였으나 

담당 직원이 잘못 알아들어 Odelay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전작의 히트곡 Loser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잘 증명해 주는 앨범으로 짜깁기, 잘라 붙이기의 진수이지요. 언제 이 많은(제목조차 알 수 없는) 음악을 듣고 그걸 자연스러운 하나의 곡으로 만들었을까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리듬 앤 블루스 가수 제임스 브라운(James Joseph Brown Jr.)의 'Out of Sight'를 블루스 락 밴드 Them이 커버한 곡을 샘플링한 1번 트랙 'Devils Haircut', 3번 트랙 'Lord Only Knows'는 비명으로 시작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미 상을 안겨준 8번 트랙 'Where It's At' 또한 여러 곡이 섞여 있고 힙합과 펑크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음악 좀 듣는 분이라면 대걸레 강아지(앨범커버)는 필청 앨범입니다. ^^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자 메이저 3집 앨범 Mutation을 1998년에 발매합니다.


포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앨범으로 이전 앨범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듣기 편안해서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벡을 말할 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샘플라델릭의 총아 벡', '아방가르드(avant-garde) 포키(Folky) 벡'입니다. 아방가르드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시듯, 기성 예술의 형식을 부수고 새롭고 혁신적인 예술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지요. 이 앨범은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하였던 One Foot in the Grave (1994)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앨범 One Foot in the Grave에도 커버에 벡의 얼굴이 있는데 역시 이 앨범에도 그의 얼굴이 들어갔는데요,

그렇다면... 커버에 그의 얼굴이 들어간 앨범은 포크? 일까요? 이후 앨범에서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지요~ ^^

라디오헤드의 앨범 프로듀서였던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가 참여하여 몽환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다른 스타일의 전작에 이어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메이저로는 4번째) Midnite Vultures (1999)입니다. 


앨범 타이틀이 '한밤의 탐욕자'. 뭔가 느낌이 팍 오는 것이... 20세기 대중음악의 모든 씬을 잘 버무리는 그의 실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된 앨범입니다. 


펑크와 소울을 아주 잘 버무려 프린스(Prince Rogers Nelson)가 되어 팔세토 창법을 뽐내고 있지요. 앨범 Odelay만큼은 아니어도 정신을 쏙 빼놓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곡 구성에 웃음이 터져나오다가  어느 땐 오! 이런 끈적함도? 그리고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나게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Sea Change (2002)입니다. (전제 8집, 공식 5집)


앨범 커버에 벡의 얼굴이 다시 들어갔습니다. 눈치채셨듯이 앨범 Mutation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Mutation에 참여하였던 나이젤 고드리치가 프로듀싱 하였고요. 전체적으로 어쿠스틱 사운드와 현악기가 섬세하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2번 트랙 'Paper Tiger'를 들어보시면 벡이 맞나? 하실 거예요. 현악의 웅장함과 벡이 보컬이 조화를 잘 이루었지요.




아홉 번째이자 6집 앨범 Guero (2005)입니다.


벡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정말 '놀람'의 연속인 그의 음악이고,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장르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과 동시에 궤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듀서가 벡과 먼지 형제(Dust Brothers)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럼 비스티 보이즈의 느낌?

네, 맞습니다. 리드 싱글 1번 트랙 'E-Pro', 흥겨운 리듬에 익숙한 사운드가 무척 기분 좋은 곡입니다. 

2번 트랙 'Que Onda Guero', 5번 트랙 'Black Tambourine', 11번 트랙 'Farewell Ride' 등 벡의 재능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곡들입니다. 참고로, 더스트 브라더스는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의 사운드 트랙의 전곡을 담당하였죠.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앨범이고요.






열 번째 앨범 The Information (2006)입니다.


CD를 사면 스티커가 동봉되어 있는데 직접 꾸미는 재미가...


전 꾸미기가 아까워서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이런 스티커가 들어있고 꾸미기 예로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됩니다.




동봉된 스티커
이렇게 꾸민다고 하네요




열한 번째 앨범 Modern Guilt (2008).


미국의 소울 듀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댄저 마우스(Danger Mouse)와 벡이 공동 프로듀싱 한 앨범입니다.


6, 70년대 유행하던 사이키델릭 락(Psychedelic rock)의 성격을 띠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이지요.

댄저 마우스 하면 'The Grey Album'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말 그대로 회색 앨범. Jay Z의 The Black Album과 Beatles의 White Album 샘플링하여 만든 것입니다.


정규 앨범으로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지요. (33분이 조금 넘습니다.) LP로도 음반 발매가 되었는데 mp3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코드 번호가 동봉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던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4년 만인 2012년 12월, Song Reader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음원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악보로 발표하였죠. '노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여러분에게 달렸어요~'라는 설명과 함께. 4년 만인데... 어, 어쩌라는... 역시 범상한 인물은 아닌 듯합니다. ㅎ




마지막으로 종합 12집, 공식 9집 앨범 Morning Phase (2014)입니다.


벡의 2002년 앨범 Sea Change의 두 번째 버전이라고 불립니다. 2008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발매한 앨범은 올 초 열린 57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막강 후보였던 비욘세를 제치고 올해의 앨범상과 베스트 록 앨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수상에 본인과 팬들 모두 몹시 놀랐다고 합니다.


현악 사운드가 일품인 40여 초의 오프닝 트랙 'Cycle'을 시작으로 기타 선율로 이어지는 2번 트랙 'Morning'. 기타와 드럼 비트 그리고 벡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4번 트랙 'Say Goodbye',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을 선보이는 마지막 트랙 'Waking Light'에 이르기까지 편안하고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벡의 앨범을 기다린 사람이라면 200% 만족할 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저기 위에 1998년 앨범 Mutation을 설명드릴 때 커버에 벡의 얼굴이 들어가면 포크일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 앨범에도 적용이 되었네요~ ㅎㅎ



친구에게 벡의 명반 Odelay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도저히 못 듣겠답니다. 아방가르드, 안티포크, 실험적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벡의 음악은 새롭기는 하나 익숙하지 않고, 폭풍급 이슈가 없다면 그만큼의 위험 부담도 안고 가야 하는 음악이 맞습니다.


샘플라델릭. 아무리 자신의 방식대로 재창조하였다고는 하지만 남의 창작물을 가져와 쓴 거잖아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개인적인 시각입니다만, 이러한 경우 평단의 반응을 살펴보면 누가누가 잘 씹나~ 할 정도로 썩 좋은 반응은 아니던데 벡에 대한 평은 그리 팍팍하지 않은 걸 보면 그의 음악적 역량을 엿볼 수 있지요. 단, 음악을 들을 때 평단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좋으나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음악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식견이 넓을 뿐, 결국은 그것도 개인 의견이니 음악을 듣는 본인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벡을 '굉장하다'로 말하며, 그들이 '천재'라는 수식어를 그리 쉽사리 달아줄 리 없겠지요.

분명한 건 벡은 음악을 많이 들었고, 어느 음악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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