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2-2 승강장 앞.
나는 늘 같은 곳 2-2에 서 있는데, 그날 내 시선은 2-4 앞에 50~60대로 보이는 작은 아저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아저씨는 짐이 가득한 배낭을 메고 큰 캐리어 가방과 씨름 중이었다. 보아하니 캐리어 가방이 중심이 잡히지 않고 계속 한쪽으로 기울어져 똑바로 세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캐리어 가방은 보통은 직사각형이고 4개의 바퀴가 가방 아래 4개의 모서리에 붙어 있는데, 이 아저씨 것은 한쪽 면에 양끝 모서리에 각 1개씩만 있었다. 그러니 바퀴가 없는 쪽으로 계속 기울어질 수밖에.
내가 그 아저씨를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아마도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오면서 웬 바퀴 하나가 계단중간에 떡하니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아서겠지?
여전히 캐리어 가방과 한창 씨름 중인 아저씨에게 나와는 이미 멀리 떨어진 계단에 있는, 여전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바퀴를 주워다 드릴까?
그러나 내가 얼핏 본 그 바퀴는 부러진 것처럼 보였고, 주워다 준다고 고칠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떨어진 바퀴는 2개가 아니라 하나뿐이었다. 어차피 고치긴 틀린 것 같으니 모른 척 하자 싶다가도, 바퀴 고정이 4군데가 아니라 3군데 일수도 있지 않을까? 삼각형으로.
'한 면에는 양쪽 끝에 바퀴가 있지만 반대면에는 정 중간에 있다면 중심 잡고 세워지지 않을까? 그리고 바퀴가 부러진 게 아니라 단순히 빠진 것이고 끼울 수 있다면?'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내 다리는 이미 계단으로 방향을 틀어 걷고 있었고 이내 바퀴를 가져다 아저씨에게 내밀었다.
"저... 이거... 저기 계단에 떨어져 있었어요..."
내 말에 아저씨는 "아유, 감사합니다"라고 머쓱하게 답하셨다.
그리고 나는 도망치듯 원래 서 있던 2-2 앞이 아닌 아저씨와 더 떨어진 1-3으로 갔다. 먼발치에서 보니 그 아저씨는 내가 건네준 바퀴를 어딘가에 이리저리 끼워 보려고 노력 중이었다.
'나는 왜 도망가듯 더 멀리 갔을까?'
첫 번째로는 I의 성향이 강한 내가 남의 일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를 했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두 번째는 그래서 그 이상은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였던 거 같다.
즉, 바퀴를 계단까지 돌아가서 주워다 주는 것까지는 할 수 있으나, 그것을 그 크고 무거워 보이는 캐리어 가방에 낑낑거리며 끼우는 것까지 도와주기엔 내가 너무 소심하다는 것.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저씨 그 바퀴는 그렇게 끼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거 같아요. 부러져 버린 거 같거든요...'
지하철을 탄 이후에도 내 시선은 여전히 앞칸의 그 아저씨를 향해있었다. 아저씨는 문쪽에 서 계셨고, 다행히 열차 간 통로 문이 열려 있어 한 손으로 캐리어 가방 손잡이를 잡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하지만 인파에 가려져 캐리어 가방은 과연 고쳐진 것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다 나는 발견했다. 아저씨의 손이 캐리어를 더 이상 잡고 있지 않다는 걸.
"고쳤다! 고쳤어!" 나는 속으로 방방 뛰며 기쁘게 외쳤다.
얼마 안 가 나는 내 목적지에서 내렸고, 아저씨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 지하철이 출발하기 전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아직 닫히지 않은 문을 통해 앞칸에 그 캐리어 가방이 정말 고쳐진 것인지 확인해 보았다. 나는 궁금했다.
두둥!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가방은 고쳐진 게 아니라 아저씨가 중심이 잡히지 않는 쪽을 벽에 기대어 놓고 계셨던 것이다.
이내 나의 기쁜 마음은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도와줄 것이면 끝까지 도와줄 것이지 왜 멀리 도망가듯 갔으면서 계속 지켜봤을까' 하는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