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 놈이다'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몸소 체험하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도, 그놈(?)들 중에 나와 결혼한 '내 남편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똑똑하다고 자부한 우리 자신이 최종 선택한 남자 아닌가? 혹시나 지금 자신의 선택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시 내 남편이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자신에겐 말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길들이기'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 특히 누군가의 남편 되시는 분들이 보게 되면 기분이 언짢을 수 있겠다. 남편을 길들인다니... 하지만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다른 사람의 남편이 아닌 '내 남편'에게 적용되었던 이야기를 풀어 보는 것이니 부디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아래는 우리 부부가 8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어찌 화목하게(크게 싸우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지, 내 나름대로 '내 남편 길들이기'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 보았다.
참고로 이 내용들은 내가 살면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도 있고, 결혼 전 다니던 피부미용실 원장님이 알려준 것들도 있다.(원장님 감사합니다.)
1. 명령보다는 부탁을 한다
우리는 부부이지 상사와 부하직원이 아니다. 부부는 누가 누구에게 명령할 수 있는 수직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더군다나 군대며 사회에서 명령을 많이 받아 온 남편이 집에서 까지 명령을 받고 싶진 않을 테지)
같은 말이라도 명령조로 말하면 남편은 삐뚤어진다. 명령조의 말투는 사실 나도 싫다.
말 끝만 살짝 바꿔 부탁을 해보니 시킨 일을 척척 잘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진심으로'고마워~'라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 부탁받은 일은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몰라도 다른 부탁들도 잘 들어준다.
"여보! 건조기에서 빨래 좀 꺼내서 개. 내가 설거지하고 있으면 빨래는 좀 알아서 개면 안 돼?" (X)
"여보~나 지금 설거지하고 있어서 그런데 건조기에서 빨래 좀 꺼내서 개 줄 수 있어?" (O)
"고마워~"를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는 신혼 초에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둘 다 직장 다니는데 집안일은 당연히 분담해서 하는 거지, 둘의 공통된 일이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아'라고.
만약 누군가 남편에게 "와이프 집안일은 많이 도와주고 있어? 또는 나에게 "남편이 집안일 많이 도와주니?"라는 식으로 물어본다면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내면에 '집안일은 원래 아내 일'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일테니까. 즉, 남편은 자기 일도 아닌데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해석되어 버리니까.
나도 직장 다니고 사회생활하고 퇴근 후 집에 오는 건 마찬가지인데 집안일까지 다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냥 말 한마디 예쁘게 해서 남편이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여 주는 게 최고다.
깨달은 것은, 집안일로 네 일이네 내 일이네 힘들게 실랑이하지 말자. 평생 함께 할 나의 하나밖에 없는 짝꿍인데 조금 더 깔끔한 내가, 조금 더 집안일하면 어떠한가. 어차피 도긴개긴이다.
2. 부탁은 구체적으로
남편에게 집안일을 부탁할 때에는 상세하게 말해줘야 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주말에 출근을 해야 했고, 내가 없는 동안 남편에게 수건 세탁을 부탁하였다. 그런데 퇴근 후 돌아와 보니 수건 세탁은 되어 있었는데 세탁실 바구니에 쌓여 있는 수건만 세탁되었다.
그게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나의 수건 세탁 요청의 의미는 세탁실에 있는 수건뿐만 아니라 의자에 걸려있던 수건, 어디 다른 곳에 빨아야 할 수건이 더 있는지 확인해서 모두 세탁해 달라는 뜻이었다. 나라면 욕실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빨 수건이란 수건은 다 찾아와서 같이 세탁기에 넣어 돌렸을 테니까. 한 번 세탁기를 돌릴 때 한꺼번에 세탁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빨래할 땐 그게 진리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그녀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세탁기를 돌려달라고 하면 그 순간 색깔 분별 능력을 상실하는지 흰색과 빨간색 옷을 같이 빨아 분홍색으로 만들고, 세탁기에 넣으면 안 되는 옷들까지 세탁기에 넣어 어느새 옷들이 못쓰게 된다고.
그래서 두 번째로 깨달은 것은 남편에게 일을 시킬 때는 즉, 집안일을 부탁할 때는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보, 나 없는 동안 수건 좀 빨아놔" (X)
"여보~ 나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수건 좀 빨아 놓을 수 있어? 욕실에 있는 수건이랑~의자에 걸려있는 거랑~ 어디 다른데 수건 더 없는지도 꼭 확인해서 같이 세탁해 줘~ 부탁해~ (O)
(깨알같이 주말에 출근한다는 것을 어필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 "잊지 않고 수건 빨아 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도 빼먹지 말자.
이러면 어느 날 내가 일을 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이 시키도 않은 빨래를, 청소를 해놓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어쩌다지만.
3. 나의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아내보다 더 깔끔한 남편도 많지만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는 아내들이 훨씬 깔끔한 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한 집안일이나 남편 담당인 집안일의 결과가 아내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다반사다.
우리 남편은 설거지 담당인데, 설거지를 하고 나면 동네방네 물이 떨어져 있고 싱크대도 제대로 닦지 않는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니 그녀들의 남편들도 다 비슷하며, 뒷정리는 늘 자신들의 몫이라고했다.
이때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이럴 거면 그냥 내가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앉아 있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이거 왜 이렇게 했어!"하려면 똑바로 하던가"내지는 "됐어. 비켜봐! 내가 할게!"와 같은 말들이 목구멍에 차올라 혀 끝을 간지럼 핀다.
인내심의 한계를 늘 시험당하지만 꾹 참고 가만히 있는다. 안 그랬다간 마치 공부를 막 시작하고 있는데 엄마가 '공부 안 하니?'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뒷정리, 그까지 것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나는 내가 설거지까지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자꾸 해봐야 남편의 설거지 실력도 늘게 될 테니. 첫술에 배 부를 수 없지 않은가.
결혼 전 집에서 설거지 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남편이었을 텐데, 어찌 보면 군말 없이 설거지하는 것이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4. 내 남편은 인정받길 좋아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남편을 인정해 주고 진심 어린 칭찬을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남편을 인정해 준다'라는 의미에는 기본적으로 존중과 존경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남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인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정을 받으면 남편은 아내에게 인정받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 할 것이고 똑같이 아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할것이다.
우리 남편은 특히 자신이 잘 해낸 일에 인정받고 싶어 하고, 칭찬해 달라는 듯 잘한 일을 영웅담처럼 입에 올린다.
물론 인정받길 원하는 건 인간의 심리이며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인정받음으로써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성취감은 우리 삶의 큰 원동력이 되고 일을 함에 있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 숙소 예약을 남편이 알아보기로 했었는데, 밤을 새 가며 모든 숙소를 비교 분석하고 리뷰까지 다 읽어 판단해서 예약을 했다. 그 모든 수고로움을 감내한 남편에게 나는 정말 고생 많았다며 칭찬해 줬다. 날을 새 가며 찾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지만 일단 인정과 칭찬이다. 도대체 숙소 하나 예약하는데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는 안 되지만 말이다. 나중에 남편에게는 숙소 예약하는데 그렇게 까지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긴 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결혼할 때 예식장 11곳을 둘러보고 결정했다. 남들은 많아야 2~3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도 2~3곳이면 충분했으나...... 남편이 좀 매우 신중한 성격이긴 하다. 그래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었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남편은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이라도 받은 것처럼 다음번 숙소도 다른 것도 알아서 척척 알아본다.또 그렇게 날 새면서 찾으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5. 고마워! 훌륭해! 최고야! 3종 세트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고마워! 훌륭해! 최고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럼 3종 세트의 말을 할 일들이 자꾸 생겨난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출근 시간이 빠르고(7시까지 출근이다), 월 2회~3회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주말에 남편은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운전해서 나를 작장에 데려다준다. 덕분에 나는 주말 출근 때는 평소보다 조금 여유를 부리고 아침도 먹는다.
한 달에 두세 번 아침에 데려다주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늦잠 자고 싶은 주말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 비벼가며 나를 데려다준 것이 벌써 8년째이다. 이 점을 나는 항상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있고, '우리 남편이 최고야! 내 주변에 이런 남편 없어. 1등 신랑이라니까~'라고 칭찬해 준다.
8년 동안 그러다 보니 어찌 보면 주말에 일할 때 데려다주는 것이 자꾸 당연한 일로치부되기도 하지만 최대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당연한 게 아니고 남편은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남편에게 3종 세트를 말한다. 사실 비교 당하는 건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지 않은가.
주변에는 남편이 생일 때 에르메스를 사줬느니 샤넬을 사줬느니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부러워도 그것을 티 내며 입 밖으로 내지 않아야 한다. 남편에게 '내 친구는 이번 생일 때 남편한테 티파니 반지를 받았다는데, 당신은 나한테 뭘 해줬니?' 하면서 내가 남편을 잘못 만났네 어쩌네 하는 것은 부부관계에서 금기시되는 말인 건 상식이니까.
신혼 때 나도 기념일마다 명품등의 선물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에 그런 거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우리 남편에게 "내 친구 OO은 이번에 남편이 벤츠 사줬데~"(솔직히 벤츠는 어나더 레벨이라 감이 좀 없긴 했다), "OO은 생일 때 에르메스 가방 받았데~" 이 정도만 말했을 때, 난 남편의 대답을 듣고 '생각의 전환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를 느끼며 또 한 번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엔 그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
남편 가라사대 "난 다른 사람이 나한테 뭐뭐 샀다고 하면서 돈 썼다고 자랑할 때가 기분이 좋아. 왜냐면 난 그걸 안 사서 그만큼의 돈을 아낀 거잖아. 몇 백만 원을 훌쩍 넘는 최신 TV를 샀다고 하면 난 그 몇 백만 원을 아낀 느낌이야. 나는 남들이 돈 쓰고 모으지 않을 때, 나만 모아서 부자 될 거야. 남들이 돈을 펑펑 썼으면 좋겠어~"
와우! 브라보! 훌륭하다 우리 남편. 어떻게 저런 생각을! 덕분의 나의 생각도 180도 바뀌었다.
결혼 예물 이외에 명품 선물 하나 못 받아본 사람으로서 신혼 초에는 그런 친구가 잠시 부러울 때도 있었으나, 남편의 그 대답 이후 명품을 사준다고 해도 거절했다. 결국 내 돈이 나가는 것과 똑같았고 차라리 나는 그 돈을 적립해 달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그 돈 아껴 집 없는 우리 집 사는데 보태고, 나중에 내가 정말 필요할 때 그 돈을 쓰고 싶다고. 공신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휴대폰 메모장에 계약서도 적어 놨다. 후훗.
샤넬 가방으로 재테크도 한다지만 나는 당장에 편안하게 들고 다니지도 못할 샤넬 가방을 선물 받기보단 나중에 적립해 놓은 돈으로 피부관리받으면서 나에게 투자하는 돈으로 쓸 것이다. (하아... 근데 지금부터 해야 할 거 같은데...)
내가 더욱이 지금은 그런 선물 받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우리 남편은 구멍 난 옷을 입고 다닐지언정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고, 나와 가족들에게는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작 남편의 생일에는 늘 갖고 싶다는 게 없다면서 제대로 된 선물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남편이 절약하며 명품에도 관심 없는데 아내 된 도리로 어찌 혼자만 사치를 부릴 수 있을까.
비싼 명품 선물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꾸준히 출근길을 데려다주고 가끔은 퇴근길에 마중도 나오고, 나에게 잔소리 한번 하지 않는 남편이 고맙고 훌륭하고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