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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Sep 25. 2020

일일 평균 방문자수가 5명인 블로그가 있습니다.

10년 된 뚝심 있는 '책' 블로그입니다.


 10년째 운영 중인 '책' 블로그가 있습니다.

 일일 평균 방문자수는 5명이에요.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신기하고 예뻤어요. 매일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육아의 힘듦을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블로그에 기록하며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연년생 아가들을 키우는 일이 힘들어 낮에는 울다가도 밤에는 사진을 보며 웃곤 했으니까요. 


 그러다 아이들이 제 손길을 덜 필요하게 되면서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도 소원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기록은 모두  비공개가 되었고요. 하지만 블로그는 계속 유지했습니다. 책 읽기로요.


 책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책 읽기 이거든요.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그냥 덮기가 아쉬워서 끄적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독후감을 10년 동안 쓰게 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독후감이지, 쓰고 싶은 대로 편하게 이말 저말 다 끄적였습니다. 


 얼마 전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멋져 보였어요. 저도 프리랜서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제 블로그에 저만의 글만 올릴 줄 알았지, 다른 블로그는 구경도 잘 안 가봤어요. 여기저기 웹서핑을 하다 보니, 멋지게 사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블로그로 돈도 버시고요. 그에 반해 제 블로그는 여전히 방문자수가 5명이었습니다.


 블로그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꿈틀했습니다. 10년 동안 블로그를 계속 해왔는데,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글 쓰는 일로 돈을 벌고 싶기도 했고요. 열심히 찾아보니 블로그에 글 쓰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뭐가 이리 복잡한지. 저품질이 안 되는 방법. 키워드를 잘 뽑는 법. 방문자 수를 늘리는 방법. 이웃수를 늘리는 방법.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한 번 해봤습니다. 조회수 늘릴 수 있는 글을 블로그에 써봤어요. 책 읽기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글이었어요. 보름 동안 해봤습니다. 그리고 때려치웠습니다. 저한테 쓸데없는 고집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글만 쓰기로 했어요. 어쩌자는 건지. 블로그로 돈은 벌고 싶고,  글은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고.


 저는 제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는 매력적인 글을 잘 못써요. 매력이 뭔지도 모르고요. 모든 것에 무관심한 성격에 SNS도 안 하고요. 그러니 제가 어떤 글과 사진이 매력 있는지 알겠습니까. 그렇다고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성격도 아니에요. 글 쓰는 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10년 동안 지켜온 책 블로그에 다른 모습을 씌우긴 싫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에요.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개똥철학인지. 


 이제는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요.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급하게 일을 벌이긴 싫었습니다. 당분간의 생활비는 소고기 대신 수입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아껴보기로 해봅니다.


 아무리 매력 없는 글이라도. 10년 동안 뚝심 있게 지켜온 저의 책 블로그. 앞으로 10년 더 유지해서 20년의 글이 쌓이면 지금보다는 빛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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