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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Sep 05. 2023

점이나 한번 봐볼까.


 마음이 힘든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사주와 운세를 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점집을 찾아다니는 건 아니고, 핸드폰 앱으로 매일 오늘의 운세나 사주를 봅니다. 새로운 건 없는데, 심적으로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지 봤던 것을 또 보고 또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저와 관련 있는 지인들의 생년월일을 넣어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이 일은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운명적으로 원래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서 마음의 부담을 덜기도 합니다.


 작년에 회사 동료 한 명이 용한 점집이 있다면서 신점 본 이야기를 했습니다. 큰 일을 앞두거나 일이 안 풀릴 때 종종 점을 봐왔던 동료였어요. 여러 곳에서 신점을 봤었지만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점집은 처음이라면서 추천을 하더라고요. 평생 점 본 적 없던 저도 솔깃했습니다. 마음의 짐을 좀 덜고 싶었어요. 지금 내가 결정하려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회사 동료들 몇 명이 그 점집을 더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희한하지요. 같은 점집을 방문하고 난 후의 사람들 반응은 다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정말 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두리뭉실 이야기해서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같은 점집에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그러고선 저도 그 용하다는 점집을 잊고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너무 답답하고 힘든 일이 생기자 그 점집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벼랑 끝에 몰리니 뭐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점집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잡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점을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가봤을 텐데 말이에요. 점집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보니, 혼자서 점집에 갈 용기를 못 내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소심한 저를 탓해야지 어쩌겠어요. 그러다 직접 가지 않아도 점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고 여러 번의 망설임 끝에 한 앱을 발견했습니다. 사주와 토정비결을 무료로 봐주는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그곳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사주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사주는 인생의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다.'라는 글귀를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가까운 곳으로 외출할 때도 내비게이션으로 갈 길을 찾아보고 가는데, 중요한 인생을 그냥 막살면 안 된다면서 말이에요. 중요한 인생인데,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대비하며 준비하고 인생을 살아야 된다고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명리학에 관심을 갖으며 조금씩 알아보곤 했습니다. 큰 흐름만 잡아보자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제 앞에 큰일이 닥치니, 사주로 큰 흐름만 잡아보자는 마음은 없어졌습니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 다 알아보고 싶어 지고, 평소면 그냥 지나쳤을 사주 속의 글귀 하나에 제 인생이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점을 보고 나서 굿이나 부적에 큰돈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바보 같으면 뻔히 보이는 거짓말 같은 사탕발림에 넘어가 그렇게 큰돈을 쓸 수가 있는지 정말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상태라면 돈의 크기에 상관없이 내 앞에 있는 문제들이 해결만 된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인터넷으로만 토정비결과 사주를 봐서인지, 부적이나 굿을 하자는 권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간혹 인터넷에서 파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유료 상담의 전화번호를 누를 뻔한 유혹은 있었지만요. 


 정해진 운명은 없다. 다 나 하기 나름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너무 자만하며 살았던 거지요.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지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마음과는 정 반대로만 흘러갈 수도 있는 인생인데 말이죠.

 

 오늘도 사주를 또 살펴봅니다. 사주풀이를 다 믿지는 않아요. 같은 생년월일의 사람들이 다 똑같이 사는 건 아니니까요. 하물며 쌍둥이도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조금은 의지를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게 내 잘못 같았던 무거운 일들이 어쩔 수 없는 사주팔자라고 생각이 되면, 조금은 홀가분해질 때도 있거든요. 정해진 운명인데도 나는 이렇게 버티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어느 정도 사주를 보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면, 그래서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사주나 점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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