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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첫째, 원인 제공자 둘째

by 곰아빠

*상담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연년생 아이들과 지내며 늘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에요.

둘만 붙여놓으면 꼭 얼마 안 있어서 싸우거든요.


보통은 둘째가 원인을 제공해요. 첫째가 놀고 있으면 그걸 꼭 같이 놀려고 해요.

그러면 첫째는 짜증을 내면서 둘째를 밀어버려요.

물론 둘째가 원인 제공을 했지만 일단 그 미는 행동이 위험해 보여서 저도 모르게 첫째만 혼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걱정은 첫째가 둘째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둘이 놀면서 첫째가 둘째에게 뭘 시킬 때가 있는데 그걸 안 하면 때려요.


예를 들어서 구슬을 여기 넣으라고 했는데 동생이 다른데 굴리면 머리를 팍 쳐요.

그럴 때마다 왜 때렸냐 물어보면 대답은 해요


“내가 ㅇㅇ이한테 구슬을 넣으라고 했는데 다른 데로 굴려버려서 화가 났어"


이런 식으로 참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줘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으면 화가 나나 봐요.

동생이 어려서 이해를 못 하는데 네가 그러면 되니라고 말은 하는데..

어쨌든 자꾸 둘째를 때리니까 저도 첫째에 대한 훈육 강도가 높아지고 첫째의 감정이 상하는 일도 많아집니다. 저도 화가 많이 나고요.


제가 어떻게 훈육을 하면 좋을까요?



두 아이를 키우면 훈육 관련해서는 좀 더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지요.


첫째, 누군가를 때리면 안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 결과적인 행동이 지적받아야 함은 맞지만, 그와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이 마음이 다독여지는 모습이 없는 것 같아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아이도 점점 더 억울함이 생겨요. 즉,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또 동생이 건드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혼났다는 억울함이 내재되기 쉬워요. 그러면 나중에는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기보다는 원인 제공한 동생을 탓하거나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에 대한 속상함이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따라서 제한은 하되 속상한 마음도 같이 다독여주셔야 합니다.


“아무리 화난다고 해서 동생 때리는 건 안돼”


보통 이렇게 훈육을 하실 텐데요.


“물론 갑자기 동생이 놀이 방해해서 속상한 마음도 다 알아. 이해해. 엄마여도 화났을 거야. 그렇다고 때리면 안 되는 거야”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주시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동생이 아무리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여도 설명하고 동생 잘못은 동생의 것으로 주어야 합니다. 첫째 아이 입장에서 엄마의 훈육 기준이 공평해야 해요. 동생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인을 제공하고도 첫째가 혼나면 아이는 엄마 행동을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요.


다툼이 일어났을 때 첫째와 둘째에게 모두 훈육이 있어야겠지요.


“아무리 화나도 동생 밀치면 안 돼. 그럴 때는 엄마 불러줘”


“형/누나가 놀 때 끼어드는 거 안돼!”


이렇게 둘에게 공평하게 말씀해주셔야 해요. 둘째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상관이 없습니다.

이는 둘째가 받아들일 상태인지 아닌지를 떠나 이러한 경계 메시지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추후에 둘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에게도 잘못한 부분을 같이 짚어주고 알려주셔야 해요


셋째, 첫째가 동생에 비해 아무리 컸지만 그래도 아직 아이예요. 자신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마음껏 펼치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가득합니다. 그런데 동생이 자꾸 방해한다면 정말 많이 화가 날 거예요. 매 순간 그럴 수는 없지만 동생이 자꾸 첫째의 놀이를 방해한다면 특별한 놀이 시간만큼은 첫째를 배려하여 동생이 첫째 공간에 가지 못하도록 막아주시는 것도 필요해요.


“지금 블럭 가지고 노네? 동생이 아무것도 몰라서 가서 망가트린 적이 많지? 그러면 엄마가 이 놀이 할 동안은 동생 데리고 방에서 놀고 있을게. 마음껏 놀아!”


즉, 첫째 입장에서 ‘엄마가 내 놀이를 지켜주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네’라는 지점을 느낄 필요도 있어요.


무엇보다 두 아이 모두 놀이욕구가 있기에 함께 놀이하면 마찰이 꼭 일어나고 싸움으로 끝나게 되는 경험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 싸움이 날 것인지 예측이 가능한 장면에서는 제안드린 것처럼 한 아이를 담당하셔서 둘을 분리하시는 것도 좋아요. 그래야 어쩔 수 없이 동생이 첫째 것을 방해하는 장면에서 첫째가 조금이나마 상황을 받아들일 여유가 생겨요. 엄마가 나의 놀이를 지켜주는 장면이 명백히 있다면 동생이 방해해도 수용이 조금은 가능해진다는 것이지요.


아이 둘의 육아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끊임없이 고민해 주시고 두 아이에게 공평한 관심과 사랑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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