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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내 인생을 살겠다는 엄마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엄마는 교직생활을 하다가 퇴직한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요즘 제가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좀 힘들어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엄마는 본인 일정들 다 소화하고 시간이 남는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의 도움만 주세요.

당연히 엄마의 삶이 중요하고 도와주는게 당연한건 아니지만 딸이 피치 못하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거절하니 서운합니다.

어제도 아기 데리고 병원 갈일이 있어서 차로 좀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다음 주 여행 일정 짜야한다면서 택시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서운한 마음에 그것도 못 도와주냐고 하니까 이제 내가 하고싶은대로 좀 살자 그러고 전화를 끊더라고요.

엄마와의 관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출산과 육아라는 힘든 시기에 가까운 사람, 특히 엄마에게서 거절당했을 때의 서운함과 외로움은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아이를 돌보는 일이 고되기에 “누군가 내 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적·육체적으로 한계에 가까운 상황. 엄마의 도움은 ‘부탁’이지만, 마음속엔 약간의 ‘기대’도 섞여 있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단호한 거절은 곧 "나는 네 상황보다 내 일정이 더 중요해"처럼 느껴져 상처가 되었겠지요.


어머님은 퇴직 후 “이제는 내 시간, 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을 수 있어요. 젊을 때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지금은 늦은 자율을 누리고 싶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딸의 마음을 너무 단호하게 잘라낸 것 또한 아쉽지요.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마음을 전하되 감정은 눌러야 합니다.


“엄마, 나 힘들어서 그런 말 한 거야. 엄마가 못 도와준다는 건 이해해. 그런데 그 순간엔 ‘엄마한테도 거절당했구나’ 싶어서 더 서운했던 것 같아.”


이렇게 도움을 요구한 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 것임을 이야기하면 어머님도 방어적이지 않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어머님의 삶을 인정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엄마가 이제는 엄마 시간 살고 싶어 한다는 거 이해해. 나도 나중에 그렇게 살고 싶어. 그래서 엄마 존중하고 싶어.”


이런 말은 반대로 사연자분이 “엄마를 짐처럼 생각하지 않음”을 전달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도 바꿔보세요. 급할 때는 직접 부탁하지 말고 “○○이 있는 날, 그때 시간 괜찮아?” 하고 “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 훨씬 수용되기 쉽습니다.

또, ‘일을 부탁’하기보다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해도 좋아요.


어머니와의 관계는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서로의 삶이 달라졌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에요.
서로 너무 잘 아는 사이라 오히려 상처를 주고받기 쉽지만, 그만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거리도 가장 가깝습니다.

필요하다면, 간단하게 메모나 메시지로 진심을 남겨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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