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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밀어버린 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했다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키즈카페를 가서 아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너무 잘 놀길래 그냥 별 생각 없이 영상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머리 하나는 큰 아이가 대놓고 와서 저희 아이를 밀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놀래서 가서 아이한테 너 왜 미니? 그랬더니 빤히 저를 쳐다보면서 안 밀었는데요? 그러더라고요.

제가 황당해서 영상 보여주면서 안 밀었어? 그랬더니 그제야 아 네.. 애기야 미안 그러고 도망가더라고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후 대처를 못했는데 진짜 부모는 어디가고 저런 싸가지 없는 애가 돌아다니는지 모르겠어요.

하필 영상으로 찍어놓아서 볼떄마다 열받네요.

남편은 본인 있었으면 걷어차고 애 울면 부모 올거니까 그떄부터 이야기 시작한다 그러던데... 그건 너무 일을 키우는거고요..

다만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건 아이 얼굴을 볼때마다 미안하고 화가 납니다.


이럴때 이상적인 대처는 뭘까요?




부모로서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내 아이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것도 못 했을 때죠. 순간적으로 충격받고 경황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한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에요.

그리고 아이가 괜찮아 보이면 “지금은 그냥 넘기자” 하고 행동을 자제하는 것도 부모로서 절제한 것이지, 무력했던 게 아니에요. 다시 말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이상적인 대처는 무엇일까요?


1. 내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기 (가장 우선)


아이가 놀랐을 수 있으니 우선 “놀랐지? 괜찮아?” 하고 안심시켜 주세요.

아이는 엄마가 “내 편이구나” 느끼는 순간 심리적으로 안정됩니다.


2. 가해 아동에게 단호하지만 과하지 않게


“지금 밀었지? 그런 건 위험한 행동이야. 친구가 아플 수도 있어.”
“지금처럼 하면 놀 수 없어. 조심해서 놀아야 해.”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는 말투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3. 가해 아동의 부모가 있다면, 부드럽게 상황 설명


부모가 안 보이거나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 많지만 만나게 된다면


“아까 아이가 저희 아이를 밀었는데요, 혹시 못 보셨을까 봐요. 영상에 찍히긴 했는데 그냥 아이들끼리 놀다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혹시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정도 말투로만 얘기해도 충분히 전달돼요.

상대 부모 반응이 괘씸하거나 무시해도,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자기 위안을 남길 수 있어요.


현실 조언 한 가지 더 드릴게요.


앞으로 키즈카페, 놀이터 같은 공개된 공간에서는 아이 주변에서 부모가 ‘가까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만 줘도 억지 부리는 아이들은 행동을 조심하게 됩니다.
가해 행동은 은근히 눈치 볼 대상이 없을 때 더 잘 일어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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