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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데 왜 어린이집을 보내니?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를 내년에 어린이집 보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이런저런 정보도 많이 알아보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어요.

우연히 시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시어머니가 “어린이집에 왜 보내려고 그래? 내가 애 봐줄게. 엄마가 애를 직접 키워야지, 남한테 맡기면 애가 정이 없어져”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말씀 드렸어요.


"어머님 마음은 감사한데, 어린이집 생활도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아이가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저도 일 좀 하면서 균형을 찾고 싶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바로 언짢은 표정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손주 보는걸 못 믿어서 그래? 엄마가 애랑 하루 종일 못 있으면서 무슨 애정을 얘기해?

직장 다니겠다고 애를 남한테 맡기는 건 요즘 애 엄마들 참….”


겨우겨우 대화를 마무리하고 밤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 반응이 더 황당했어요.


“당신들 둘 다 말이 맞는데… 나는 그냥 잘 지내기만 했으면 좋겠어. 엄마도 애 봐주고 싶다는데 굳이 어린이집 보내야 해?”


저는 제 의견을 존중받지 못한 느낌을 받았고 어머니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당했다 느끼며 불쾌해 하고 있고 남편은 중립적인 척하지만 사실상 갈등 중재를 회피 중이에요.


너무 머리가 아픕니다.




이 사례에서의 핵심 문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육아 방식 차이, 그리고 중재를 회피하는 남편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의 태도 변화가 중요합니다.

남편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하기보다는 부부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고 어머니에게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편분의 역할이 중요하다보니 대화 예시도 알려드릴게요. 남편분과 잘 상의하셔서 시어머니와 대화를 하게끔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 “엄마, 요즘 엄마가 아이 많이 봐주셔서 진짜 고마워요. 저랑 아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어머니: “아니야, 내가 봐주는 게 당연하지. 엄마가 있는데 왜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 내가 잘 보는데.”


남편: “엄마 마음 정말 잘 알아요. 엄마가 우리 애한테 정성 다해서 잘해주시니까, 저희도 든든하고 감사한데… 우리 부부가 고민 끝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시어머니: “왜? 아직 어린데 벌써 남한테 맡기겠다는 거야? 엄마가 더 잘 보지.”


남편: “그게… 요즘 00이가 또래 아이들이랑 어울릴 기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한테 배울 것도 있고, 사회성도 키우는 게 중요하대요. 그리고 아내도 이제 자기 시간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해서요. 둘이 진짜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했어요.”


시어머니:
“그래도 나는 애를 남한테 맡긴다는 게 마음이 안 좋네…”


남편:
“엄마, 이해해줘요. 엄마가 손주 사랑하는 거 저희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주말이나 오후에 엄마랑 00이랑 따로 시간 보내게 하고 싶어요. 엄마랑 아이 둘 다 좋아할 시간 만들 수 있도록 저희가 신경 쓸게요.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 키우는 데 엄마 조언 많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저희가 선택한 걸 한 번만 믿고 지켜봐 주세요.”


중재는 당연히 남편의 몫이지만 사연자분 또한 시어머니의 애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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