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저도 말주변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데이트 할때도 영화나 뮤지컬 같이 대화가 많이 필요 없는 것들을 많이 했고 결혼하고도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게 이상하거나 불편하지도 않았고요.
문제는 아이가 태어나고도 집안 분위기가 비슷해서 아이도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 저랑 남편이 퇴근하면서 아이 데려오면 그때 유치원에서 어땠는지 물어보는 정도고 집에 와서 대화는 많지 않아요.
저녁 먹으면서 이거 먹어, 그거 하지마 같은 짧은 이야기만 오가고 식사 후에는 남편은 핸드폰 하고 저는 보통 책을 읽어요. 아이도 책을 읽거나 잠깐 TV를 보거나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자러 들어가는 식이에요.
아이 성향이 그런건지 부모인 저희가 그렇게 만든건지 아이도 말을 걸면 답이 짧고 필요한게 있는게 아니면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제가 일부러 말을 걸고 해도 단답형이에요.
아이가 생기면 셋이서 웃음꽃도 피고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이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지금 상황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요. 부부가 말이 적은 편이고, 평소 대화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받는 유형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는 언어적 상호작용, 특히 가족 간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대화가 아이의 언어 능력뿐 아니라 정서 발달, 사회성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지금 아이가 스스로 말을 많이 하지 않거나, 질문에 짧게만 답하는 건 성향일 수도 있지만,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해요.
이럴 때는 무언가 거창한 변화보다는 작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말 걸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어땠는지 묻는 대신 “오늘 점심 뭐 먹었는지 기억나?”처럼 더 구체적이고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해보는 거예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와~ 이건 뭐야?” “이건 어떤 기분일 때 그렸어?”처럼 단순한 칭찬보다는 호기심으로 말을 이어가는 거죠.
그리고 가족 전체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다 같이 앉아서 “우리 오늘 기분 어땠는지 하나씩 말해보자”처럼 주제를 정해서 나눠보는 식이에요.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반복되면 그게 새로운 습관이 되고, 점점 대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따뜻한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에요. 식사 중에 “오늘은 같이 앉아서 먹으니까 좋다”는 말을 건네는 것부터,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어땠는지 궁금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까지,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는 사랑의 표현이자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거든요.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흘러온 관계라면, 이제는 조금 의도적으로 ‘대화’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예요. 가족은 서로를 편하게 해주는 존재지만, 또 서로가 성장하게 해주는 관계이기도 하니까요. 남편에게도 “아이랑 셋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조금 늘려보고 싶어”라고 부드럽게 마음을 나누면, 그 역시 부담 없이 따라올 수 있을 거예요.
가족은 지금부터 더 따뜻해질 수 있어요. 말수가 적은 가정도 충분히 화목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진심이 담긴 말들이 오간다면 아이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큰 사랑으로 느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