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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 이후 첫째의 퇴행

by 곰아빠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하고 가장 걱정을 한 것이 바로 첫째의 기분이었어요.

원래부터 조금 자기 중심적이고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성격이었고 동생 이야기만 나와도 싫다고 난리치는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둘째 출산 준비보다 첫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준비를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임신 중에도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었고 든든한 누나가 되어달라고 했어요.


또 둘째 출산 후에도 오히려 첫째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더 챙겨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첫째의 퇴행이 너무 심합니다.

갑자기 기저귀를 차려고 하지를 않나. 이불에 오줌을 싸지를 않나.

젖을 찾으며 밤새 울지를 않나. 갑자기 분유를 먹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나.


이런 경우가 있다는 건 들었지만 저희 첫째가 유독 심한 것 같아요. 고민이 많이 됩니다




중요한 건 이건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라는 것이에요.

첫째는 이제까지 온 집안의 중심이었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어요.

그 자리에 갑자기 아기 동생이 들어오니, 첫째 입장에서는 세상이 무너진 느낌일 수 있어요.

머리로는 ‘동생’이라는 걸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엄마가 나를 덜 사랑하게 됐어”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거예요.


퇴행은 그 불안을 표현하는 아이 나름의 방식이에요. 기저귀 차기, 젖 찾기, 밤에 우는 행동은 “나도 아기였을 때처럼 엄마가 더 챙겨줬으면 좋겠어”라는 메시지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시기의 퇴행은 오히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싶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이미 잘하고 계신 부분도 많아요. 다만 아이 입장에선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야 안심’이 되는데, 동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만큼 더 불안이 커지는 거예요.


그럴 땐 몇 가지 실질적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어요.


1. 첫째만을 위한 시간 확보: 하루 10분이라도 "이건 오직 너와 나만의 시간"이라고 강조하면서 놀아주는 게 중요해요. 짧아도 이 시간이 반복되면 아이는 다시 안심하게 돼요.


2. 아이의 퇴행을 너무 빨리 고치려 하지 않기: 젖을 찾고, 기저귀를 차려고 하는 건 일시적인 감정 표현이에요. 그걸 다그치거나 걱정된다고 바로 멈추게 하려고 하면 아이는 더 혼란스러워요. “아기도 아니면서 왜 그래”보다는 “요즘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가 안아줄게”처럼 감정을 수용해 주세요.


3. 첫째의 감정을 말로 대신 표현해주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니까 “동생이 생기니까 엄마가 너를 덜 사랑하게 된 건 아닐까 걱정됐구나”처럼 아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엄마는 너를 지금도, 예전보다도 더 사랑해”라는 확신도 자주 전해 주세요.


4. 동생 돌보기에도 첫째를 ‘주인공’으로 세우기: “동생이 누나가 있어서 너무 좋대”, “이건 동생보다 네가 더 잘하는 일이야” 같은 말로 아이의 자존감과 역할을 인정받게 하면 안심하게 됩니다.


첫째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건, 아이가 그만큼 엄마를 믿고 사랑한다는 반증이에요. 지금은 조금 더디고 답답한 과정처럼 느껴지겠지만, 이 시기를 잘 지나면 아이는 더 단단해지고, 나중엔 동생에게도 좋은 누나가 될 수 있어요.


너무 잘하고 계세요. 아이가 다치지 않고,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계시잖아요. 엄마의 이런 따뜻한 시선과 노력이 결국 아이에게 가장 큰 안정이 되어줄 거예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천천히, 아이의 마음을 하나하나 읽어가 주세요.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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