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경험을 각색한 글입니다.
카페에 들어가며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소개를 받은 소개녀를 찾기 위해 스캔하는 나의 눈동자는 슈퍼 컴퓨터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이윽고 그녀를 발견했다.
'아..' 사진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탄식을 한다. 그래도 외모가 다는 아니니깐 입을 열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이라고 해요."
AI 같은 자기소개를 시작하고 나서 서로의 소개를 시작한다. 그녀는 나에 대해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했다고 한다. 그녀의 말투는 속사포처럼 빠르고 말이 빨랐다.
'모든 사고에는 시그널이 있다.'
소개를 받고 나서 일정이 맞지 않아 한 달정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중간에 한번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통화 상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자기 할 말을 빠르게 하는 스타일이었고 목소리가 다소 다급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여기서 만나야 하나 고민이 들었었지만 그래도 주선자가 있으니깐 만나기로 결심했었다.
"ㅇㅇ씨의 이런 모습이 너무 궁금하고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소개녀는 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했다. 이야기 들은 바로는 서로가 바쁜 스타일이라서 소개팅도 미뤄진 부분이 있었지만 나는 말투에서 그녀가 한국 사회라면 으레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를 거친 사람은 아닌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로는 자기 어필을 많이 하지만 너무 장황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질문에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전공을 말했지만 대학을 중퇴를 했다고 답했다. 여러면에서 나와 결이 다른 사람임을 느끼고 있었지만 사람을 단순히 조건으로만 판단하는 건 현명한 게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화를 하려했지만..
내가 대부분은 한 말은 "그렇군요"였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소개녀는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숨이 막히긴 했지만 문득 '어..이거 예전 내 모습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시작했다.
캐치볼을 한 적이 있는가?
캐치볼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지만 점점 공을 주고 받는 속도가 빨라진다. 점진적으로 서로의 속도에 맞춰 공을 주고 받는 게 캐치볼의 묘미이다.
대화라는 것도 주고 받는 리듬과 속도가 중요한데 일방적인 고속 직구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통 한쪽이 상대방을 대단하게 생각하거나 좋게 생각해 줄 때 자주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한다.
나는 소개팅에서 1분의 정적을 좋아한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 지치거나 할 말이 없을 때 있는 그대로 정적을 가져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많이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르겠지만 1분의 정적은 상대방에 대해 한번 생각하면서 마음을 갈무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소개팅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리듬이 깨진 대화에서 이 정도면 오래 버텼다 생각했다. 소개녀에게 예의상 다음에 식사 한번을 하자고 하며 자리를 마무리하고 차로 향한다
차량 문을 열고 의자에 앉으면서 문득.. 가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말을 할 때까지 정적을 기다릴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 정적을 굳이 부담이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참 좋을텐데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좋은 안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에서 그녀의 연락처를 지웠다.
차 안에서 시동을 걸고 시티팝을 튼다. Anri의 Good Bye Boogie Dance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