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상태가 조금 이상한 점만 빼고는 평범한 아침.
'잠을 잘 못 잤나, 가슴이 좀 뻐근하네.'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머리를 감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순간, 무언가 내 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통증이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졌다.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호흡이 힘들다 보니 극심한 공포감이 찾아왔다.
'갑자기 왜 이러지?'
숨을 쉴 때마다 날카로운 가슴 통증으로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심근경색 뭐 그런 건가? 심장병? 아직 30대인데...'
조금 쉬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잠깐 앉아서 쉬어보기로 하지만 가슴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 무언가 전조증상도 없이 갑자기 이런 극심한 통증이 이렇게 찾아올 수도 있나 싶었다.
일단 안 되겠다 싶어 응급실로 가기로 결정했다. 조금만 참아보고 출근하려 했는데 출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운전을 할 상황도 아니어서 일단 부모님께 아이를 봐달라 부탁드리고 택시를 불렀다.
괜히 아픈 모습을 보여드리면 걱정하실까 봐 숨기고 싶었지만 도저히 숨겨지지가 않는 통증이었다.
'무슨 병이지? 큰 병이면 어떡하지? 내가 잘못되면 우리 애는 어떡하지?'
걱정 한가득 안고 빨리 병원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통증이 심해서인가, 실제로 거리가 멀지 않은 대학병원임에도 매우 멀게만 느껴졌다. 택시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마다 통증은 더욱 요동을 쳤다.
10-15분 정도 걸렸나,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로 바로 향했다.
'선생님, 가슴이 너무 아파요. 숨을 못 쉬겠어요. 죽을 거 같아요'
정말 죽을 거 같아서 죽어가는 목소리로 응급실 접수를 했고 위급해 보였는지 빨리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병원에 오니 마음이 안심이 되는지 통증도 이상하게 조금 좋아지는 느낌이다. 순간 내가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었나 싶기도 했지만 여전히 숨 쉬는데 힘이 들고 가슴 통증도 지속되었다.
좋아졌다가 다시 심해졌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산소호흡기를 가져오셨다.
'환자분 잠시 산소호흡기 끼고 계실게요'
'선생님, 저 산소호흡기 안 껴도 지금 숨 쉴 수 있는데요?'
또 공포가 찾아왔다. 무슨 큰 병이길래 산소호흡기를 하라고 하지?
'환자분, 기흉이라서 산소호흡기 하셔야 돼요.'
기흉이 뭐지?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이었다. 재빨리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기흉이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폐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리인가... 흉부외과 간호사로 근무하는 아내에게 문자로 상황을 알려주었다.
'여보, 나 기흉이래...'
'뭐? 자기가 기흉에 왜 걸려?'
'나도 모르지. 내가 왜 기흉에 걸린 지...'
'보통 키 크고 마르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자주 발병하는데, 우리 병동에도 대부분 고등학생 환자들이 많아.'
그래. 난 키가 크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고(20대 때는 매우 말랐지만) 어리지도 않지. 왜 걸렸을까? 그래도 질병의 원인을 찾았고 내가 생각했던 심각한 병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무조건 입원이 필요하고 공기가 빠지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전신마취 수술은 해본 적이 없는데...
기흉에 걸리면 여러 케이스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일단 관을 폐에 삽입을 해야 했다. 자연적으로 공기가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관을 통해 공기를 빼내야만 했다. 응급실에서 부분마취를 하고 옆구리 부분을 칼로 어느 정도 자른 뒤 관을 연결하는데 관을 넣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웠다. 살을 자르는 거야 마취가 되어 통증이 없지만 관이 몸 안으로 들어올 때의 그 느낌은 정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관을 넣을 때 순간적으로 다소 쎈(?) 통증과 숨쉬기가 힘들고 숨을 쉴 때마다 나오는 기침에 처음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입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부랴부랴 회사에 전화하여 병가 처리를 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입원해서 치료받는 동안 폐에 공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며칠 동안은 공기가 빠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다행히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서야 공기가 빠진 것을 확인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기흉은 재발률이 매우 높습니다. 기흉 통증 아시죠? 같은 통증이 또 생기면 바로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치료가 된 게 아니었어?!
이런 통증이 또 올 수 있다고?!
아마 퇴원하고 기흉에 대한 검색은 수 없이 해본 것 같다. 통증도 나처럼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는 반면, 담이 걸린 것 같은 통증으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거나 일반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알게 된 케이스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튼 기흉이 어떤 병인지도 알게 되었지만 예방법은 찾지 못하였다. 들은 예방법이라고는 금연과 살찌우는 거라는데 담배는 원래부터 피질 않았고 체중도 지금은 마른 편이 아니라 일부로 더 찌우고 싶지는 않았다.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빨리 재발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