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 Feb 27. 2022

통증이 만들어내는 공황 - 기흉(3)

수술을 해도 또 재발이 되었다.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이다.

일단 발생하면 입원행이다.(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지만 나의 경우는 응급실을 가서 삽관술을 해야 했다.) 죽을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응급실을 가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그러다 보니 언제 어디서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살아야 했다. 수술을 해도 재발이라니, 정말 좋지 않다.

이제는 수술보다는 흉막유착술을 권한다. 흉막유착술은 흉막 사이 공간에 화학물질이나 약물을 넣고 염증을 유발해, 가슴막 공간  유착을 유도하는 시술인데 폐에 기포가 터져 폐가 쭈그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시도를 한다고 한다.

또 인터넷을 통해 폭풍 검색을 해본다. 엄청난 통증과 절대 하지 말라는 후기 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재발 확률을 줄이고 싶어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약물이 폐에 골고루 퍼지게끔 정해진 시간 동안 여러 자세를 취해야 했는데 역시나 통증은 심했다.

유착술을 하고 나서 또 재발을 할 경우 수술할 때 통증은 더 심하다고 한다. 흉막 사이에 폐가 약물을 통해 붙은걸 떼고 다시 수술해야 해서 그런가 보다.

암튼 3번의 재발을 통해 얻게 된 건 통증에 대한 공황이었다. 어디를 가거나, 무슨 일을 하다가도 가슴 통증만 생기면 겁부터 났다. 일단 일상생활이 중단되니까. 치료가 쉽고 어렵고를 떠나 일상생활이 중단된다는 건 피해가 굉장히 큰 부분이다. 회사, 육아 등 계획된 부분이 갑자기 모두 틀어지는 것이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한 번은 해외를 나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흉통으로 밤늦게 응급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it's pneumothorax pain."


의학용어는 잘 모르지만 기흉이 영어로 뭔지는 정확하게 안다. 어느 상황에서든 병원에 가서 설명을 제대로 해야 하니까.

다행히 엑스레이상 기흉은 아니었다. 후유증이었나? 어쨌든 다행이다. 기흉이었다면 한국으로 당분간 돌아오지도 못하니까.


마지막 3번째 재발 이후로는 다행히 지금까지 추가 재발은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흉통은 종종 찾아왔고 그때마다 식은땀이 흘렀다.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면 예민해져서인지 후유증이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흉통에는 계속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기흉과 비슷한 통증이 느껴지면 모든 걸 내려놓고 의자에 멍하게 앉아 후유증이길 바라며 통증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가슴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 - 기흉(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