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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Mar 03. 2022

영어유치원에서 배울 수 있었던 3가지

영어유치원을 졸업하며

저번 주 금요일, 그러니까 2월 25일 영어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도 참석하지 못하는 졸업식이라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형식을 갖춘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만 2년이 지났다. 영어유치원을 3년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지만 그렇다고 1년 더 일찍 다니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없었다.

영어유치원을 졸업하며 우리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배운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실력 향상 측면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학습 외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1. 숙제부터 하는 습관

모든 영어유치원이 그러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학습식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영어유치원은 숙제가 정말 많다. 숙제를 해오지 못하면 수업 진행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업을 따라가려면 숙제를 무조건 해야 하다 보니 일단 집에 오면 숙제부터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스스로 숙제를 챙기며 숙제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놀고 싶은 게 있어도 먼저 숙제부터 하고 자유시간을 갖는다.

한 번은 휴가 때 아이의 숙제를 봐주면서 숙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숙제가 어렵진 않아?"

"응 괜찮아. 어려운 문제도 많지만 선생님이 틀려도 되니까 혼자 해오라고 했어."

"숙제가 어디 어디야?"

"알림장에 숙제 범위를 잘 봐, 아빠. 혹시 숙제 빠뜨린 거 없는지 확인도 한번 더 해줘"


오히려 아이가 빠뜨린 숙제가 있는지 걱정하고 아빠에게 체크를 부탁한다. 그 정도로 숙제에 대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다. '무조건'이라고 해서 스트레스라기보다는(물론 아예 없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아침, 점심, 저녁 양치질하는 것과 같이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2. 발표능력

처음에 영어유치원을 보낼 때 걱정을 많이 했던 부분이 바로 아이가 수줍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부분이었다. 영어는 말을 많이 할 수 있어야 그만큼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데 부끄러움이 많은 우리 아이가 과연 말을 많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수많은 발표 수업과 발표 이후의 선생님들, 친구들의 격려로 아이는 발표왕(?)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다고 수줍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발표하려고 친구들 앞에 서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고, 발표를 끝냈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의 그 기분을 어느새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영어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리액션도 가르치는 듯, 발표를 듣는 아이들의 리엑션도 굉장하다. 그로 인해 발표하는 아이들의 자신감도 향상되는 듯 보였고 실제로 날이 지날수록 발표에 자신감이 붙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 영어에 대한 친근감

영어유치원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언어로써 영어에 대한 접근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말이 쉽지,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쉽게, 자신감 있게 사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서 영어유치원을 선택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특정 시험의 점수를 놓고 보자면 기대보다 낮은 점수도 보였지만 영어를 편하게(문법에 맞지 않는 회화도 많지만) 친구들과, 그리고 집에서 혼자 놀 때에도 혼잣말로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영어와 많이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이 역시도 아빠와 영어로 놀이를 하는 시간을 즐겼고 맞는 문장인지 아닌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들이대는' 영어 놀이에 거부감이 없었다. 문법이나 어휘가 잘못된 표현이 있어도 일단 놀 때에는 그 상황을 즐겼고 나도 순간순간 틀린 부분을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맞는 문장으로 다시 한번 표현해주며 아이가 스스로 깨우치길 기다리며 역할놀이를 반복했다.




영어유치원을 처음 보낼 때 홍보자료로 보던 아이들의 영어 발표 영상을 보고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유를 다니면 다들 정말 저렇게 유창하게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건가?'


실제로 다녀보니 홍보 자료에 나왔던 아이들처럼 '그렇게' 영어로 발표를 할 수는 있었다. 다만 처음에 생각해 던 것처럼 자기의 생각대로 유창하게 말할 정도는 아니었고 대본을 외워서, 그 대본대로 유창한 것처럼 발표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본대로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도 대단함을 느낀다. 조금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해보려고 하는 모습에 자주 놀라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아무리 대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워서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어 대본이 아니더라도 평소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영어유치원에서 배운 게 정말 많다는 것을, 그리고 영어를 공부가 아닌 국어처럼 언어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문법적으로 훌륭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아이의 지금 나이에 맞는 영어를, 그러니까 영어로 자기의 생각을 어설프지만 자신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200% 만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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