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에 대한 목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데에는 관심이 많았다.
외국어를 배워서 사용해 보고 싶었다. 내 말을 외국사람들이 실제로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외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외국 친구들도 사귀고 싶었다.
무역업을 하셨던 아버지가 외국사람들과 대화하며 일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나 역시 나중에 커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그렇게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내가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외고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오히려 부모님은 당황해하셨다. 중학교 입학할 때부터 특별히 외고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고 아예 특목고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 3이 되자 갑자기 외고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부모님도 놀랄 수밖에.
그렇게 갑작스레 외고 입시 준비를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합격을 하여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또래 중에 영어를 내가 제일 잘하는 줄 알았고 영어뿐만 아니라 새로운 외국어를 기본적으로 2개(내가 속해있던 과에서는 일본어, 중국어를 선택)나 배울 수 있었기에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막상 외고에 입학을 하고 나니 내 기대와는 달리 매우 큰 벽이 느껴졌다. 내가 제일 잘하는 줄 알았던 영어는 나에게 부담을 느끼게 해 주었고 처음 좌절감도 맛보았다. 좋아하는 영어임에도 점차 내 실력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또한 상대평가의 시험을 통해(당시 대부분의 학교는 절대평가로 시험) 좋은 성적을 얻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공부를 손에서 놓아버리진 않았고 '야자시간'을 활용하여 수업에 적응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내 최고 관심사였던 pop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cd player로 음악을 들으며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야자시간'은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시간이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수업시간보다는 수업이 끝난 후의 '야자시간'을 더 기다렸고 학교에서 마무리 공부가 끝난 뒤 친구와 함께 보는 깜깜한 밤하늘이 좋았다. 교문 앞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오늘 하루를 잘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했던 경험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시간은 '영어 연극'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대본을 외워 영어로 짧은 연극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실제로 중간/기말고사도 연극을 얼마나 생동감 있게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갈렸다. 다시 말해, 단순히 문장을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말하는 내용에 맞게 표정, 몸짓 연기를 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과목이 있었지만 나는 이 수업이 제일 재미있었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친구와 함께 준비하며 공부할 수 있었던 '영어 연극' 수업이 나한테는 흥미가 있었다. 지금도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를 꼭 하게 되는데 하나같이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수업 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한테는 연극을 준비하며 문장을 외우게 되니 자연스럽게 외운 문장들을 활용해 나갈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스스로 영어를 공부할 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문장을 표정과 몸짓으로 함께 외우는 습관이 들었다.
보통 영어를 공부할 때 굉장히 많은 공부법을 듣고 접하게 된다.
결국에는 문법 싸움이다. vs 문법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할 줄 아는 능력이다.
단어를 많이 알아야 영어를 잘하게 된다. vs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미드를 많이 보고 따라 하고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찍찍이(카세트테이프)를 반복해 듣고 받아쓰기를 해야 한다.
* 요즘에도 찍찍이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내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찍찍이로 받아쓰기 공부가 열풍을 이루었었다.
나 역시 영어공부를 할 때 이 외에도 수많은 자극적인 문구의 도서들을 많이 봤고 구입도 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어떤 방법이 제일 좋다, 아니다가 아니라 어떤 방법이든 나하고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며, 찾았으면 의심하지 말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이 방법 저 방법 바꿔가며 하는 것보다 한 가지 방법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보면 외고를 선택해서 다녔으면서 외국어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등 여러 이유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모두 동일하게 영어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좋았던 영어가 외고를 가면서 절망으로 느껴지고 잠시나마 싫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영어는 좋지만 시험을 위해, 성적을 위해 무조건 외우고 쓰고 따라 하는 공부는 재미도 없고 하기 싫었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나는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가르치기 전에 처음부터 영어에 대한 호기심부터 키워주려고 노력을 했다. 흥미가 생겨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그래야 그 이후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와 역할놀이를 하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흥미를 높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영어 연극'이라는 수업을 하며 경험했던 과장된 몸짓과 표현을 역할놀이에 적용시켰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단점은 체력이 x2 x3 이상으로 빠진다는 것이었는데 역할놀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지는걸 영어로 하려다 보니 정말 힘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놀이라도 영어를 가르치려고 일부러 놀이에 접목시키려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아이는 금세 알아차리고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기에 무언가를 꼭 가르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언어와 몸짓, 표정을 함께 최대한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아이의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고 나서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며 많은 시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집에서는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영어를 자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한글과 영어를 번갈아 가며 듣던 아이는 어느 순간 영어로 된 음성만 듣게 되었다. 한 번은 아이에게 한국어로 듣다가 이제는 왜 영어로만 듣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영어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요. 영어 목소리가 듣기 더 편해졌어요."
영어가 듣기 편해졌다고 해서 아이가 애니메이션 내용을 영어로 100퍼센트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50%, 아니 그보다 이해를 못 해도 상관없다. 그만큼 영어로 말하는 대사가 듣기에 편해졌으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한 때, 내 욕심으로 아이에게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으면 영어로 1번, 한국어로 1번 번갈아 가며 보라고 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이때에는 역효과가 생겨 결국 아이가 애니메이션 자체를 안 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교육이나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잘은 모르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조금이라도 강제를 하려 한다면 아이는 쉽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욕심을 버리고 처음 내가 했던 방법으로 계속 흥미만 이끌어내게 도와주었다. 흥미가 유지되면 아이는 스스로 하게 된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면 아웃풋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아이의 시험 성적에 무심하려고 노력을 했다. 영어유치원을 보낸 이유도 시험을 잘 보는 영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어로써 영어의 친근감을 유지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분명 열심히 하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시험을 보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아이가 즐기며 노력하고 있는 그 과정 자체를 응원해주고 칭찬해주었다.
나는 특별히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고 지금도 사실 영어와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배웠던 영어라는 언어의 느낌을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영어교육을 직접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 내가 먼저 경험했다고, 나한테 좋은 방법이라고 아이에게도 무조건 좋은 방법일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 방법을 아이도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될 것이다.
오늘도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지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연구 아닌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