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심사, 그리고 6월의 샌프란시스코
드디어 출국일이 다가왔다.
엄마 없이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그것도 한 달 동안... 아쉬운 마음에 여행의 설렘은 느낄새 없이 비행기를 타고 출국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하루에 다 나타난다고 한다. 6월인데 추우면 얼마나 추울까. 괜히 엄살이라 생각해서 아이 옷만 좀 따듯한 옷을 준비하고 나는 여름옷 위주로 준비하고 출발을 했다.
비행시간은 10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으로 체감상으론 생각보다 오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자야 할 시간에 잠이 오질 않았을 뿐. 이런 게 시차인가.
샌프란시스코 입국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고 익히 들어 비행시간 동안 긴장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긴 비행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생각보다 외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유럽이나 동남아는 몇 번 가봤지만 갈 때마다 무언가 생소해 보였는데 미국은 처음이지만(괌이나 사이판은 가봤만...) 이상하게 낯선 느낌은 없었다. 다른 언어 없이 영어만 있어서 그런가 싶다.
입국심사 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코로나가 많이 잠잠해졌다지만 아직 코로나라 이건가. 하지만 줄은 쉽사리 줄지 않는다. 입국 심사하는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 이 무슨 일인가?! 아무리 어림잡아도 대략 2-30명이 줄 서 있는데 심사하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니. 일단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고... 아이는 옆에서 한없이 지루해하고 있었다. 앞에서 입국심사가 길어지는 것을 보니 기다리면서 나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직원이 2-3명 더 들어오더니 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
직원 : 왜 왔니?
나 : 놀러 왔어.
직원 : 몇 달 있을 거니?
나 : 1달 있을 거야.
직원 : 어디에 있을 거니? 뭐 하면서 지낼 예정이니?
나 : 이모 집에 있으면서 아들 여름캠프도 시켜주고 여기저기 관광할 거야.
직원 : 집 주소가 어떻게 되니? 그리고 여름캠프 뭐 참가하니? 예약한 거 있으면 보여줘.
나 : 주소는 여기고 캠프는 핸드폰으로 보여줄게. 예약한 거 있어.
직원 : 엄마는 어디 있고 너네끼리 왔니?
나 : 엄마는 일 때문에 휴가를 못 내서 우리끼리 왔어.
직원 : 음식 뭐 가져온 거 있니?
나 : 아이 먹을 햇반이랑 김만 조금 있어.
직원 : 좋은 여행시간 보내.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걱정했던 거보다 훨씬 수월하게 지나간 것 같다. 원래 알아본 바로는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 머물 경우 입국심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운 좋게 빠르게 끝났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고 조용했다. 나름 대도시 공항일 텐데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샌프란시스코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
6월 초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너무 맑고 화창했다. 하지만 공기는 조금 차가웠다. 늦가을 느낌? 이래서 4계절이 다 있다고 했나. 순간 따듯한 옷을 더 챙겨 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가운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Golden gate bridge였다. 사실 여기는 패딩을 입어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데 우리는 기모 있는 후드 재킷만 입고 뭣도 모르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 하지만 그 추위에도 다리의 웅장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덜덜 떨면서도 연신 다리를 보며 감탄하고 아들은 손뼉을 치며 넋 놓고 구경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관광 포인트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눈길을 끌 장소는 많이 있었다.
유럽 갔을 때에는 시차를 모르고 지냈는데 여기서는 첫날부터 제대로 시차를 경험해 본다. 지도 앱으로 수시로 확인하며 교통편을 체크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녀야 하다 보니 졸려도 눈꺼풀이 감길 수 없었다. 이런 아빠를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잘 자는 아이를 보며 부럽기도 하다.
그래. 졸릴 땐 밤낮 가리지 말고 푹 자고 건강하게 다니자. 여행 와서 아프면 안 되니까 아이의 건강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잘 자고 잘 먹고 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