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해외여행을 마지막으로 공항에 가지 못했다.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니는 재미로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집에만 있기도 했었고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에는 제주도라도 가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이 역시 감염 걱정에 포기를 했었다.
원래 내 계획은 육아휴직 후 2~3달 이상 아들과 해외여행에 나가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고 다행히도 올 2월까지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잘 지내왔고 또 그러다 보니 더더욱 감염 문제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육아휴직을 하고 오히려 집에서 아이와 함께하던 중 나와 아이에게 코로나가 찾아왔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게 잘 지켜왔는데 회사를 안 가니까 코로나에 걸리다니... 여행도 자제하고 다른 모임도 일절 없었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지나갔다.
어쨌든 이제까지 잘 지켜왔지만 걸린 건 걸린 거고,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고 해외여행을 다시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한 번 걸렸다고 안 걸리는 건 아니고 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걸렸을 때 증상을 알고 평소처럼 준비를 잘하고 다녀오면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휴직 중인 지금 아니고서는 이런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여행지는 지인이 있는 미 서부로 결정했다. 그래도 한 달이나 가 있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야 여행이 좀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항공권은 그동안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 놓은 보너스 마일리지로 해결을 했고 일단 숙소부터 먼저 결제를 했다. 당연히 무료 취소 가능한 방으로.
항공권과 숙소를 해결하고 나니 여행 준비의 반 이상이 끝난 기분이 들었다. 미국에 가서 아이와 함께할 프로그램도 결정하고 동선을 구글맵에 그려보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동선을 결정하기에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다. 매번 길어야 1주~10일 정도의 여행만 다니다가 처음 한 달을 생활하려고 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낭비되는 시간이 눈에 보였다. 일정을 여러 번 고치고 지웠다가 다시 세우고 수 십 번을 반복하고서야 겨우 대략적인 일정이 세워졌다. 이왕 가는 김에 동부 지역도 가보고 하와이도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무리한 일정 같기도 해서 미 서부 지역에만 있기로 했다. 현지인처럼 여유 있게.
도대체 한 달 살기는 왜 하는 거야?
관광하듯 조급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현지인처럼 있고 싶었다. 돈과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면.
일단 나도 지인이 없었다면 한 달은 어려웠을 것 같다. 살인적인 숙박 비용과 생활비 때문에라도 지출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나마 지인 덕분에 숙박비가 절약되는 부분도 있고 굳이 빡빡하게 일정을 정하지 않고 좀 더 저렴한 날짜에 맞게 일정 조율이 가능했다. 또한 현지에서 진행하는 youth summer camp에 참여하며 지내기에는 한 달 살기라는 여행 목적이 맞아떨어졌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체험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현지인이 알려주는 장소를 방문하며 정말 여유롭게 지내보기로 했다.
코시국에 필요한 서류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에 준비해야 할 서류는 추가되었지만 코로나를 겪어본 사람에게는 그래도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보건소에서 발급해주는 격리 해제 사실확인서(코로나 걸리고 90일 내 출국할 경우), 백신 접종확인서 이렇게 2가지의 서류만 필요했다.
아이의 경우는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격리 해제 사실확인서만 있으면 출국이 가능했다.('22. 5. 30. 기준)
나머지 해야 할 것들은 짐 싸는 것과 현지에서 필요한 입장권들 미리 예약하는 일만 남았다.
아, 그리고 국을 끓여 놓아야지.
냉장고를 보니 소고기는 다 먹어서 없고 돼지고기만 남았길래 소고기를 다시 사러 나갈까 하다가 그냥 돼지고기 뭇국을 끓이기로 했다. 소고기와는 다르게 돼지고기를 넣은 뭇국도 가끔 생각이 날 만큼 맛이 괜찮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뭇국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엄마는 길게 휴가를 낼 수 없어서 이번에 함께하지 못해 너무너무 아쉽지만 다음에는 아빠가 열심히 일 하며 돈 벌어 올 테니까 엄마와 아들이 꼭 함께 다녀오기를...
선물 많이 사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