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약 같은 <펜하2>, 20대도 사로잡은 비결은?

왓챠, 웨이브 드라마ㅣ<펜트하우스2>(2021)

by 아임유어엠버

펜트하우스2가 종영했다. ‘말도 안된다’면서도 자꾸만 보게 만드는 김순옥 작가의 마력 같은 스토리를 즐길 날도 당분간은 끝난 것이다. 시즌3은 금요극으로 여름에 방송이 된다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김 작가가 만드는 세계관은 수준 높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요리조리 빗나갈 만큼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드라마에서 전체 회차에 다룰 사건을 펜트하우스에서는 단 1회에 모두 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시청자를 쥐락펴락한다.




특히 심수련의 존재에 대한 추측은 시즌1부터 관심사였다. 시즌1에서 심수련은 누군가의 칼에 찔려 죽는다. 칼을 찌른 존재는 그녀가 아끼던 동생인 오윤희로 암시됐지만, 모두들 진범은 따로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시즌2 시작에 앞서 심수련이 등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설마 심수련과 닮은 존재가 대신 죽은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최근 방송에서 죽은 줄 알았던 배로나가 살아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또 심수련, 오윤희, 천서진이 공조해 주단태를 몰락시키는 구조인 줄 알았으나 오윤희는 천서진을 향한 덫을 놓았다.


딸 배로나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는 오윤희는 주변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자살을 하러 다리로 향한다.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피고인’으로 이미 악역 이미지가 강한 엄기준은 이번 작품에서 뻔하지 않은 악역 연기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매번 악역만 하던 신은경은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엄마, 자신에게 떳떳한 세신사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이지아는 심수련과 나애교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1인2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녀의 전성기 작품인 ‘베토벤 바이러스’나 ‘태왕사신기’를 볼 때처럼 ‘이런 배우가 있었나’ 감탄이 나오게끔 만든다.



엄기준이 표현한 주단태가 앞뒤 없이 나쁜 평면적인 악역이라면, 김소연이 맡은 천서진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가는 악역이다.


너무도 유명한 피칠갑 피아노씬은 물론이고 자신이 죽게 만든 아버지가 실은 자신을 보호해준 든든한 편이었다는 걸 알고 후회하고, 잘못을 저지른 딸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겠다며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는 천서진의 내면에는 여리디 여린 여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외로운 자신의 내면을 가리기 위해 단단한 철갑옷을 입고 전쟁을 치르듯 산다.


화려한 귀걸이와 패션으로 고급스러움을 과시하고, 명령과 지시를 일삼으며, 강렬한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심지어 결혼 후 주단태로부터 노예처럼 부려지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런 천서진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은 김소연의 연기력이다. 전남편 하윤철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주단태를 택하는 모습에선 처연함이 묻어나왔다.


오윤희와 짜고 주단태를 경찰에 잡아넣기 위해 오버스러운 ‘발연기’를 한 다음 주단태가 끌려가자 씨익 미소짓는 표정에서는 귀엽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번 작품으로 김소연의 ‘찐팬’이 됐다. 김소연이 아니었으면 누가했을까 싶을 정도로 ‘착붙’이다. 김소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극 중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생각될 만큼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아, 얼른 이번주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