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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들아, 지금은 2020년이다!

웨이브, 시리즈온 드라마 ㅣ<꼰대인턴>(2020)

by 아임유어엠버


MBC 드라마 <꼰대인턴>에서 오동근(고건한 분)은 이태리(한지은 분)에게 앙심을 품고 온갖 잡심부름을 시킨다. 본인이 이만식(김응수 분)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인물이 이태리라고 추정해서다. 이태리는 상사의 억지에 분노하면서도 꾹 참고 심부름을 마친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오동근과 이태리의 관계가 일방향적이라는 점이다. 오동근은 이태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지만, 이태리는 부당함을 알면서도 오동근에게 한 마디도 할 수 없다. 오동근은 전형적인 꼰대다. 부하직원을 수족부리듯 하는 인간.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간. 이런 꼰대를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민다. 지금은 2020년이라고!


나도 현실 속에서 오동근 같은 인물들을 여럿 만나봤다. 어떤 상사는 나를 일부러 고생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개고생’을 시키기도 하고, 또 어떤 상사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트집을 잡고 늘어져 지치게 만든다. 아예 대놓고 ‘숨통을 조여주겠다’(일을 많이 시키겠다)고 말하는 상사도 있었다. 몇날 며칠에 약속을 잡아놓고는 당일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거나, 자기 일정에 맞춰 나를 기다리게 만들 때에는 정말 여기가 군대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었다.


처음에는 치가 떨리고 울음이 나왔다. 그러나 점차 자극에 무뎌지면서부터는 냉정해졌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허우적댄다. 상위 계급이라는 명분에 ‘의논’이 아닌 ‘보고’ 받기를 원한다. ‘상대’의 세계를 무시하고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며, 선배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얼차려를 받던 과거에 심취해 있다.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도 어찌 보면 부족한 능력을 메우기 위해, 권위를 세우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게 아닌가. 화를 내고 인신공격을 해서라도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마음일 테다. 이런 시각으로 보니 가련하게도 느껴진다. 자신이 신입인 시절 배운 그대로 후배들에게 되갚는 게 얼마나 지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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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꼰대들에게 당한 그대로 되갚아 줄 필요는 없다.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면 그뿐이다. 반론을 내세우는 건 시간만 지연시킬 뿐이다. 옳은 말을 하면 그들이 물고 뜯을 여지를 주는 것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답은 정해져있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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