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왠만해선 무섭다고 피하지 않지!

갈등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

by 아임유어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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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점 외에도 트레이너 쌤과의 갈등은 더 있었다.


쌤이 너무 바빴다. 일주일에 두 번 잡혀있던 수업 일정도 한 번으로 바꿔야 할 만큼. 다른 회원을 위해 나더러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부탁을 할 만큼 말이다.


그녀는 회원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신경 써주지 못할 만큼 회원이 많다. 그걸 미안하게 여길 줄도 모른다.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기본급여는 적고 피티로 버는 수당이 많아서 헬스 트레이너는 회원을 많이 유치하려고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트레이너는 많은 회원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수업 일정을 빠듯하게 잡는다. 식단이나 자세에 대해 피드백을 해줄 여유도 줄어든다.


피티가 비싼 이유는 맞춤형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통일된 코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앞서 트레이너를 정할 때 이 부분을 고려 못 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 쌤의 경우 지점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원이 계속 늘어나리라는 예상은 했다.



다만 앞으로 회원이 늘어나더라도 나를 잘 돌봐줬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해뒀기 때문에 그걸 믿은 것이 실수였다.


초심은 회원뿐만 아니라 트레이너도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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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홍길동 씨에게 ‘같이 일을 못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홍길동] 폴더에 이미 많은 증거가 모여 있거니와 최근 들어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머릿속 시나리오를 입 밖으로 뱉을까 하고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모두 접었다.

그 이유는 잘 안 맞는 상사를 버텨내는 것 또한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장은 나의 일상을 유지하는 커다란 축이다. 일이 없으면 생활비도 없고, 활력도 없어진다.

직장이 없으면 월요병에 공감할 수 없고 상사를 험담하는 시시콜콜한 수다에도 낄 수 없다. 근로자의 날도, 여름 휴가도, 명절에 받는 선물도 남의 일이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공항에서 검색대를 통과할 때 ‘백수’라는 지위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이런 내 삶의 원동력을 누구 한 명 때문에 힘들어서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처음 길동 씨에게서 유배 통보를 받았을 때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난 떳떳했다. 이건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닌, 성향의 문제였다. 내가 쫄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이 역시 당돌한 MZ세대의 특성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이 정글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강하게 마음을 먹는 게 중요했다.

나는 우리 길동 씨를 용서하고 보듬기로 했다. 부서에 남아 일하겠다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지 않고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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