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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Aug 05. 2021

<헝거게임>으로 보는 미얀마 사태와 메타버스

영화 헝거게임(넷플릭스&왓챠, 2012~2015)


2021년 2월 2일,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에 대한 민주화를 원하는 평화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자들은 오른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세운 뒤 머리 위로 들었다. 


미얀마의 군부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평화시위를 하는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7월 들어 미얀마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얀마 보건부를 군부가 장악하면서 병원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고, 주요 도시마다 산소통 등 의료용품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겨났다. 인구 5500만 미얀마의 지난 20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93명, 사망자는 247명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확산, 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3박자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악재)”을 불러올 것이라는 유엔의 평가도 나왔다.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가 떠올랐다.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연대의 의미로 표현하는 하나의 상징 때문이다. 바로 ‘세 손가락 경례’인데, <헝거게임>에서도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쓰인다. 


독재국가 판엠의 12구역에 살던 소녀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 분)은 두려움을 떠는 동생 대신 헝거게임에 참가한다. 헝거게임은 일 년에 한번 각 구역에서 추첨으로 남녀 한 쌍을 선발해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는 걸 말하는데, 수도 ‘캐피톨’ 사람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게임 전야제에서 캣니스 에버딘은 불꽃이 타오르는 옷을 입고 등장해 인상을 남긴다. 불꽃은 광부들이 사는 12구역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저항을 대변하기도 한다. 판엠 전 구역에 생중계되는 게임 영상에서 영리하고, 당차고 의리까지 있는 그녀의 면모에 시민들의 마음에 불꽃이 타오른다.


캣니스 에버딘은 권력에 복종해 생명력 없이 살아가던 1~12구역 시민들에게 기적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첫 번째 대결에서 같은 구역 출신의 피타 멜라크(조쉬 허처슨 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설정을 가미해 살아남은 그녀는, 우승자들끼리 펼치는 두 번째 대결에서 연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살아남은데 연연하기보다는, 게임이 운영되는 원리를 파악해 동료들과 힘을 합쳐 스노우 대통령(도날드 서더랜드 분)으로 대표되는 캐피톨에 대항한다.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돔이라는 걸 알게 된 그녀는 번개가 치는 곳을 향해 화살을 쏜다. 


결국 돔 전체에 전력이 끊기면서 스노우 대통령은 당황하고, 기절한 캣니스 에버딘은 어디론가로 옮겨진다. 이 사건은 그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13구역’의 존재를 등장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이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우리가 미얀마 사태를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힌트를 준다.



지금 시대에 <헝거게임>을 되짚어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메타버스’ 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나온 개념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3D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놀이와 쇼핑, 업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싸이월드’ ‘제페토’ 등이 메타버스의 대표 플랫폼이다.


<헝거게임>을 메타버스에 적용해 생각해보면, 헝거게임은 하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던 시민들은 헝거게임이라는 비현실적 세계에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돈과 권력을 지닌 소수의 지배계층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게임 최후의 생존자인 캣니스 에버딘이 독이 든 산딸기를 먹고 피타 멜라크와 함께 죽으려고 했을 때, 스노우 대통령은 모욕감을 느꼈지만 판옵티콘 같은 감시망 아래 인형처럼 부려지던 1~12구역 시민들에게는 통쾌한 일이다. 


우리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즐기지만, 메타버스가 상용화되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간 해온 게임처럼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자극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또 언젠가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운영 체제에 대항하는 아바타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헝거게임>은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헝거게임> 1탄 <판엠의 불꽃>은 2012년에 2탄 <캣칭 파이어>는 2013년, 3탄 <모킹 제이>는 2014년 4탄 <더파이널>은 2015년에 개봉했으며, 이들 작품은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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