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으로 보는 미얀마 사태와 메타버스

영화 헝거게임(넷플릭스&왓챠, 2012~2015)

by 아임유어엠버


2021년 2월 2일,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에 대한 민주화를 원하는 평화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자들은 오른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세운 뒤 머리 위로 들었다.


미얀마의 군부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평화시위를 하는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7월 들어 미얀마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얀마 보건부를 군부가 장악하면서 병원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고, 주요 도시마다 산소통 등 의료용품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겨났다. 인구 5500만 미얀마의 지난 20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93명, 사망자는 247명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확산, 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3박자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악재)”을 불러올 것이라는 유엔의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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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가 떠올랐다.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연대의 의미로 표현하는 하나의 상징 때문이다. 바로 ‘세 손가락 경례’인데, <헝거게임>에서도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쓰인다.


독재국가 판엠의 12구역에 살던 소녀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 분)은 두려움을 떠는 동생 대신 헝거게임에 참가한다. 헝거게임은 일 년에 한번 각 구역에서 추첨으로 남녀 한 쌍을 선발해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는 걸 말하는데, 수도 ‘캐피톨’ 사람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게임 전야제에서 캣니스 에버딘은 불꽃이 타오르는 옷을 입고 등장해 인상을 남긴다. 불꽃은 광부들이 사는 12구역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저항을 대변하기도 한다. 판엠 전 구역에 생중계되는 게임 영상에서 영리하고, 당차고 의리까지 있는 그녀의 면모에 시민들의 마음에 불꽃이 타오른다.


캣니스 에버딘은 권력에 복종해 생명력 없이 살아가던 1~12구역 시민들에게 기적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첫 번째 대결에서 같은 구역 출신의 피타 멜라크(조쉬 허처슨 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설정을 가미해 살아남은 그녀는, 우승자들끼리 펼치는 두 번째 대결에서 연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살아남은데 연연하기보다는, 게임이 운영되는 원리를 파악해 동료들과 힘을 합쳐 스노우 대통령(도날드 서더랜드 분)으로 대표되는 캐피톨에 대항한다.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돔이라는 걸 알게 된 그녀는 번개가 치는 곳을 향해 화살을 쏜다.


결국 돔 전체에 전력이 끊기면서 스노우 대통령은 당황하고, 기절한 캣니스 에버딘은 어디론가로 옮겨진다. 이 사건은 그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13구역’의 존재를 등장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이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우리가 미얀마 사태를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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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 <헝거게임>을 되짚어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메타버스’ 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나온 개념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3D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놀이와 쇼핑, 업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싸이월드’ ‘제페토’ 등이 메타버스의 대표 플랫폼이다.


<헝거게임>을 메타버스에 적용해 생각해보면, 헝거게임은 하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던 시민들은 헝거게임이라는 비현실적 세계에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돈과 권력을 지닌 소수의 지배계층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게임 최후의 생존자인 캣니스 에버딘이 독이 든 산딸기를 먹고 피타 멜라크와 함께 죽으려고 했을 때, 스노우 대통령은 모욕감을 느꼈지만 판옵티콘 같은 감시망 아래 인형처럼 부려지던 1~12구역 시민들에게는 통쾌한 일이다.


우리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즐기지만, 메타버스가 상용화되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간 해온 게임처럼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자극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또 언젠가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운영 체제에 대항하는 아바타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헝거게임>은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헝거게임> 1탄 <판엠의 불꽃>은 2012년에 2탄 <캣칭 파이어>는 2013년, 3탄 <모킹 제이>는 2014년 4탄 <더파이널>은 2015년에 개봉했으며, 이들 작품은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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