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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Jan 06. 2022

노래방을 안 가니 생기는 현상

책 <명랑한 은둔자> 리뷰


내 동생은 노래방을 참 좋아한다.


저녁에 집에 잘 있다가도 갑자기 안보여서 어딜 갔냐고 전화를 하면 노래방이라고 한다. 혼자 코인노래방을 즐기는 ‘혼코노족’이다. 누구랑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왜 혼자 가냐고 물으면 씩 웃으며 말한다. 스트레스 풀러 간다고.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노래방을 못간다. 그래서 동생은 괴로워한다. 가슴속 닫힌 소리를 때로는 나한테 내뱉어 풀기도 한다. 혼코노를 즐기는 이유를 예전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동생은 ‘명랑한 고독’을 느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당신이 명랑한 사람임을 잊지 마세요.


달라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에요."


<명랑한 은둔자>의 작가 캐럴라인 냅은 고독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정말 꼭 듣고 싶던 말이었는데 아무에게서도 듣지 못한 말이다.


어디 다니는 누구, 누구의 딸 같은 수식어 따위 던져버리고 그냥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나의 경우, 이왕 뭔가를 하려면 완벽하게 잘 해내고픈 마음이 있는 편이다.


평범한 건 즐거운 일이며 실수해도 된다는 건 안도감을 준다는 작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과 교류할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루, 몇 시간 잠시 어떤 사람을 만나고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단편적인 판단을 내렸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명랑함'이라는 단어는 '은둔'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제목이 역설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꽤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다.


내가 이상한가? 하는 생각과 나는 잘하고 있어 라는 생각을 넘나드는 변덕을 발산하도록 해주니까. 혼자 있는 상태를 만끽하고, 안락함을 느낄 수록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게 된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게 정말 좋아서인지, 아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같은 '유익한 시간낭비'를 하게 해준다.


작가인 캐럴라인 냅의 일생 때문에 이 책이 '고립' '중독' 같은 어두침침한 주제를 다룰 거라고 예상했다. 막상 읽어보니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변화'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점진적인 약간의 변화'를 다룬다는 점이 좋았다. 사소한 차이가 충분히 쌓이면 상당한 변화가 된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사소한 차이를 어떻게 규명하는지가 흥미로웠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나의 한계를 정하고, 책임을 다른 이에게 위임하고, 나를 너그럽게 대하는 것도 변화다. 대신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그동안 나한테 너무 엄격했어. 이제 좀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자. 특별하지 않아도, 평범한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가치있게 여기자.


요즘 나를 옭아매고 있던 강박을 잠시 내려놓고, 무엇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건지 생각하는 중이다. 어쩌면 앞으로 혼코노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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