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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Jul 28. 2022

한여름에도 춥다! 내 마음이...

7월의 키워드

7월 말을 맞아 정리해보는 이달의 키워드


#청년약국


첫 직장에서 쓴맛(?)을 본 후 백수로 지내던 20대 중반 만난 친구들이 있다. 청년약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알게 됐기에 나는 그들을 '약국친구들'이라고 부른다. 함께 숙박도 하고 팀을 이뤄 게임도 하고 현재의 고민에 대해 공유하는 청년 캠프였다. 


그런데 최근들어 약국친구들 사이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멤버 A가 결혼을 알리면서 청첩장을 주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B가 A의 결혼식날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B는 이후로 6개월 이상 문자, 카톡, 전화 모두 받지 않았다. 이 일로 A는 B와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전, 그런 B에게서 카톡이 왔다. 


결혼식 전후 시기에 아주 아팠고, 그로 인해 회사와 갈등이 있어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이렇게 뭐 잘못한 사람처럼 나한테 미주알고주알 변명 안해도 되는데'


B가 참 고마웠다. 비록 오랜시간 잠수를 타긴 했지만 나쁜 마음을 먹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다시 돌아와줘서 말이다. 내가 B였다면 연락을 끊었던 친구에게 다시 연락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꽤 많은 절친들이 잠수를 탔고, 그들과 연락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서글퍼지는 때가 종종 있다. 소문에 의하면 그들과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도 그들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 크게 좌절할 만한 사건을 겪어 잠수를 탔다는 소문만이 무성했다."


나도 B처럼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때가 많이 있었다. 성격상 대범하지 못해서 아직까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휴대폰 연락처도 자주 연락하는 50명 내외 사람들 번호만 저장해두고 카톡메시지도 아예 안받고 소라처럼 두꺼운 등껍데기에 쏙 들어가서 한동안 안나오고 싶다고 종종 생각한다. 


지인들에게서 오는 연락 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면서 오롯이 나의 자율에 하루를 맡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가져주는 건 너무 고맙지만, 온종일 셔터소리에 휩싸여 사는 스타처럼 가끔은 귀찮은 생각이 든다. 모든 말과 행동에 코멘트가 달리니까, 휴식을 취해야 할 집에서도 늘 긴장상태다.  


그래서 나는 B를 이해한다. 워커홀릭이었던 B가 몸이 아파서 회사를 관둬야했다면 더더욱 힘든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결혼식 같은 행사에 참석하는 건 위선이다. 나를 지켜야할 땐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야한다. 난 내가 힘든 상황에도 다른 사람의 연락에 답을 해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정도로 호구짓을 많이 했기에, 자신을 위한 결단을 내린 B가 오히려 멋져보였다.


B와 잠시동안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오늘이 되어 이 소식을 A를 포함한 다른 약국친구들에게 전했다. 괜히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생길까봐 B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연락을 못했노라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해줬다. 하지만 내가 경솔했다. 


A는 B와 얼굴을 볼 생각이 더이상 없다고, 앞으로 B에게 연락이 온다고 한다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말이 좀 섬뜩했다. 


너는, 맺고 끊는 게 쉽구나. 한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단칼이구나. 


너는, 단순히 본인이 밥을 샀는데 B가 답례로 축의금을 내지 않은 사실만 중요하구나. 


만약 내가 B였다면, 너무나 춥고 외로울 것 같다. 특히 연락이 끊겨도 내 사정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 상대가 아주 엄격한 어조로 나를 밀쳐낸다면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슬럼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기쁨에 동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B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도 딱 너같은 마음이야. 정말 왜 사는건지, 뭘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고 하루하루 시간만 흘러가는 기분이고.. 너는 나한테 고맙다고 했지만 나도 니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너한테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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