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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Jul 28. 2022

여섯번째 퇴사...다시, 백수!

7월의 키워드

7월 말을 맞아 정리해보는 이달의 키워드


#퇴사


"학창시절엔 대학-취직 이런식으로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뭘 위해 살아야할지 모르겠는 느낌이시죵?"


카톡창에서 내가 말했다. 사실은 나한테 하는 말이었다. 


강남 토익학원에서 능력있는 영어강사였던 A는 직장생활에 치여 얼마전부터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A를 알게 된 것은 A가 바삐 일을 할 때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요즘 나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나조차도 아직 답이 내려지지 않은 물음에 답을 내리는 건 의외로 쉬웠다. 어딘가 책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제 생각에는 우리사회가 취직해서 돈벌나이 나이=성인이 되면 그걸 다 성장했다고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학생 때는 몸이 크고 성인이 되면  지적능력이나 마음이 더 성장하는데.. 성장이 멈추는 사람들처럼?!"


"이런 고민을 하는 이 순간에도 A님께서는 더나은 미래를향해 성장 중이시고 변화하려는 마음 땜에 성장통땜에 힘드신거라고 생각해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인거같아요. 이런 고민없이 일에 얽메여 사는 사람도 많아여"


뱉어놓고 제법 마음에 들었다. 기세를 몰아 그럴듯한 제안까지 덧붙였다.


"저는 A님께서 직장을(취직) 골인점으로 생각해오신 게 아닐까해요. 업무말구 소소하게 목표를 세워보시는거 어떨런지요"


내가 반대로 누군가에게 이런 상담을 듣는 상황을 생각해봤다. 


'지X하고 있네' 또는 '니 상황이 아니니 그렇지'라는 생각이 바로 튀어나올 것 같다. 손에 잡히지 않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떠벌리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A를 향해 했던 조언은 진심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고, 이 이상은 나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일이 일어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A의 고민은 그대로 나의 것이 되었다.


오늘, 무려 인생 6번째 사직서를 내고야 말았다.


자의반 타의반의 결정이었다. 그러므로 내 퇴사는 회사에게도 나에게도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


운세에 '흐름을 꺾으면 안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돼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흐름이 꺾일 만한 어떤 행동을 분명히 했나보다.


다시 백수가 된 소감은 뭐냐고? 
좋다!


이미 여러번 겪어본 일이라 그리 충격이 되진 않는다. 언젠가 사직서를 내고 사무실을 나와 거리를 울면서 걸어다녔을 때 통화를 해준 누군가가 그랬다. 이것도 여러번 해보면 이정도로 슬프지 않게 될 거라고. 몇 년이 지나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 이제 해방이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겠구나~! 막 신이 난다. 삶의 방향성, 당장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 생활비는 어찌 충당할 것인가 따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브런치에 오늘의 감정에 대한 글을 기록하면서 손가락으로 타자기를 마구쳐대는 이 순간의 쾌감만 느낄 뿐.


나중에 되새김질을 할 수 있도록

오늘 내가 A로부터 되돌려받은 조언을 여기에 옮겨보기로 한다.


나 같으면 어어어엄청 나게 맛나는 식당 가서 혼밥 먹을 것 같아요 우아하게 ㅎㅎ
당신을 새로운 곳으로 보내려고 만물이 움직인 걸 거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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