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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Jul 03. 2022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충만한 사람입니다

다시쓰는 퇴사일기

회사 가기 싫어.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다.      


휴대폰을 들고 누워서 온갖 영상들을 보다가 겨우 잠에 들면 다음날 아침이 됐다. 집에서 나와야 하는 시간은 6시 20분. 또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8시. 출근해서는 점심 먹을,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모니터를 바라봐야 하므로 잠 자기 전에야 유일하게 자유가 허락됐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독방에 갇혀 작은 창으로 보이는 별을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 없었다.     


특히 일요일 밤에 이 증상은 심해졌다. 월요일 아침 지하철을 타면 눈 두덩이가 얼얼했다. 금방이라도 코피가 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고등학교 때 밤샘 공부를 할 때나 경험할 수 있는 노력의 흔적이 거의 매일 출근 때 내 몸에 나타났다. 그런 순간엔 ‘회사 가는 걸 포기하고 한숨 푹 자고 싶다’ 하는 욕구와 ‘그래도 회사에 가야한다’는 마음이 싸운다. 승자는 늘 이성적인 쪽이었다.     

 

어느 날엔 어지러워 지하철 안내센터의 문을 두드린 적도 있다.      


“제가 너무 어지러워서 그러는데요, 혹시 잠시 몸을 뉘일 공간이 있을까요?”
     

수유실 내부는 단촐했다. 세면대와 옷장 그리고 침대. 침대에 기대어 눕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를 위해 허락된 황홀한 휴식. 어렵게 청한 도움에 흔쾌히 응답해준 직원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이렇게 마음이 힘들 때까지 스스로를 소중히 대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솟구쳤다.      


“당신은 존재 만으로도 충만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데이 요가 클래스를 듣던 날, 마지막 인사로 선생님이 하신 인사에 울컥한 이유기도 하다.      


내가 지친 원인은 A와 B 때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을지 모른다. 일과 라이프의 균형을 찾을 줄 몰랐던 점, 거북한 건 거북하다고 표현할 줄 모르고 온갖 불편한 언행을 감내한 점, 감정과 달리 A와 B에게 친절하게 대한 점, 자꾸만 불만을 느껴 일상을 팍팍하게 만든 점. 생각해보면 그 모든 주체는 나다. 

    

사실 이 모든 고민들은 과거형이다. 예상치 못한 부서이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A, B에게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았는데 자연스러운 이별을 했다. 다른 선배들과 일을 하고 칭찬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적응을 잘해왔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것은 기록하고 싶어서다. 나의 3개월이 무모하게 흘러간 시간이 아니고, 진지했고, 치열했고, 무거웠음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새로운 부서에서의 시간들이 훨씬 다사다난할 수 있겠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보다 소중한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줄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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