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가치전달자, 이상욱 대표

러닝씬을 움직이는 사람들

by 아임유어엠버
좋은 기록이 만들어주는 내 노력의 증명만큼이나, 돈이 주는 자유의 가치는 달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러닝으로 얻는 성취감은 어쩌면 부의 축적이 가져다주는 우월감이나 여유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최근 한달 간, 성공한 투자가이자 작가 우석의 책 『부의 인문학』에서 “왜 우리가 달리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했다. 조금 엉뚱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작동원리가 비슷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석 작가는 ‘자본주의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부동산도 주식도 결국 자본주의 게임의 트랙 위에 있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돈이 움직이는 길을 바라보는 투자가가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작가의 논리대로라면 러닝판에도 분명 ‘플레이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리라. 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흐름을 읽고 이 세계를 움직이는 존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IAM YOUR AMBASSADOR] 14번째 인터뷰이로 이상욱 러너를 택한 이유다.



이 러너는 러너 필수앱 ‘아워심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OAO의 CEO(이하 이 대표)이자 서울 성수동을 기반으로 한 러닝크루 모임을 8년 이상 이끌고 있는 크루장이다. 물론 10년 가까이 달리고 있는 러너이기도 하다. 그는 러닝판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인정욕구’ 네 글자로 정의내린다.

“사회전체의 흐름이나 러닝판에서의 흐름이나 비슷하니 비유적으로 말해볼게요. 누구나 타인에게 자극을 받잖아요. 로또 당첨되듯 맨위로 올라가는 운을 누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누구만큼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는 게 더 쉬우니 잘하는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는(혐오) 행위가 발생해요. 사실 건강한 건 지속 가능하게, 꾸준하게 노력해서 원하는 곳에 올라가는 건데 이건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회와 러닝판이 좀 더 건강해지려면 러너들이 꾸준하게 마일리지 쌓고 노력할 수 있게 돕고, 그렇게 성과를 낸 사람들을 인정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신적인 가치 면에서 멋있어지려면 한번에 정상에 오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의 노력들을 바탕으로 한계단씩 올라서 마침내 우뚝 서는 ‘성장’이 많아져야해요. 충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저는 가치를 세상에 전파하고 싶어요."

탁월한 통찰력, 사회의 에너지가 움직이는 방향과 작동원리를 간파한 답변이었다.

2년새 15만 유저 눈앞...'아워심볼'의 새로운 꿈

그의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인 아워심볼은 참가자·주최자·응원자·스폰서를 하나로 잇는 스포츠 이벤트 통합 SaaS 플랫폼이다. AI 와 데이터로 스포츠 이벤트의 순간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AI 얼굴인식, 배번호인식 기능으로 수많은 대회사진들 중에 1초면 내사진을 찾아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2026년 3월 기준 앱 유저수는 약 14만1000명으로 2024년 3월 대비 무려 15678%나 증가했다.

아워심볼은 이 서비스외에도 최근 ‘스포츠 속 뜨거운 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스토리텔러’를 자처하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Show Your Moment’라는 슬로건으로 ‘도전하는 선수’를 주목하고 그의 용기를 응원한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김정하 선수와 관련한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패럴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선수가 없다. 이 대표는 김 선수가 대한민국의 첫 번째 패럴림픽 시각장애인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2028 LA 패럴림픽 도전을 하는 데 있어 스폰서들이 붙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김 선수를 올해 프랑스 그랑프리 장애인 선수권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연맹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나 연민을 유도하는 일회성의 홍보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 대표의 생각이 ‘러너를 응원하는’ 필자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필자 역시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며 무언가 얻을 게 있어서 퍼포먼스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왜 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김 선수를 지원하려는지 궁금해졌다.

“김 선수가 서서히 시력이 악화되어 곧 완전실명 (T11)이 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빛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되면 선수생활의 방향성이 불투명해집니다. 그리고 2026년 WPA 그랑프리 대회는 그 꿈을 향한 마지막 기회에요.”


김 선수는 2024 서울마라톤 풀코스 기록 2:43:10 (국내 최고)을 세운 T12(저시력) 시각장애인 마라톤 최정상급 선수다. 2028년 패럴림픽 출전권을 위해서는 2026년 WPA 그랑프리 대회(1500m, 5000m)에서 공식 T12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김정하 선수 후원금 목표금액은 1억원인데 3월 말 현재 기준 달성률은 89.1%에 이른다. 취지와 진정성에 공감해 필자도 커피 한잔 마실 돈을 김 선수의 마라톤 응원에 투자하고 후원증서를 받았다.


이상욱 대표, "리더십 원천이요? 나를 먼저 잘 알아야죠"


이야기를 들으며 이 대표는 판을 짜는 ‘리더’라는 판단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그가 왜 플레이어로서의 삶에서 리더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모임이든 각자의 성향과 강점에 따라 리더·팔로우 등 역할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수치화해서 예를 들어보면 저한테는 ‘100’의 에너지를 들여야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10‘만 투여해도 실현가능할 수 있는 거죠. "


"저는 콘텐츠를 통해 ‘가치(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걸 좋아해요. ‘같이 달려요’ ‘이 모임 만들어봐요’라고 했을 때 저한테 공감하는 사람들은 저와 함께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리더 성향이 강하고, 제 재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러닝판이었나봐요."


‘러너여서’ 이 사업을 한 건 아니에요. 저는 대중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사람들마다 가진 재능이 다르잖아요. 러닝판은 제 재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이어서 사업을 하고 있나봐요.

사업을 이것만 해본 것도 아니거든요. 공간 사업도 좀 해봤고 콘텐츠 사업도 했었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해봤는데 ‘진짜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좀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꿈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출된 것이 지금의 ‘아워심볼’이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파악한 게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었군요

맞아요. 러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모임과 플랫폼을 만들다보니 사업까지 연결됐네요.


저도 백수인 시기가 있었어요. 방구석에 누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끊임없이 ‘난 어떤 사람이지’하고 저에 대해 많이 돌아봤어요.

브랜딩을 할 때 정체성을 기준점으로 둔 건 성수러닝크루를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성수’라는 지역의 특성이 어떤지를 살펴보니 구옥을 개량해서 힙한 건물로 발전시킨, 한마디로 ‘올드앤뉴’라는 키워드로 집약되더라고요. 그래서 연령이나 성별에 제약을 두지 말고 회원을 받게 됐죠.


또 한 가지 원칙은 ‘크루 전체를 위해 하는 과업으로 러닝의 재미를 잃으면 안 된다’는 거에요. 운영진이 다 포함해서 10명 정도 되는데 운영진이 러너로서의 정체성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각자 딱 한 스푼씩만 자기가 잘하는 영역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포스터만 만드는 사람, 코스 짜는 사람, 공지 콘텐츠 만드는 사람... 이런 식으로 업무를 세분화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나한테는 어려운 일들이 누군가에겐 쉬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게 나한테 쉬울 수 있으니까요. 자기 장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을 기반으로 운영 체제를 구축하니 제가 혼자 다 짊어지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모임이 유지되더라고요.


그렇다면 러닝씬 전체로 시각을 옮겨볼게요. 이 러너의 강점인 ‘리더십’을 살려 지금의 러닝판을 분석한다면요?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생활체육에 대중이 집중하는 추세이니 훌륭한 인프라가 같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최근 일본 출장에 다녀왔는데 생활체육에 대한 성숙도가 높더라고요. 어떻게 하고 있나 봤는데 한국의 ‘러너스테이션’ 같은 공간이 이미 일상 동선 곳곳에 잘 구축돼있더라고요. 출근 전 복장을 대여해서 바로 운동할 수 있도록 설비가 갖춰진 식이죠.


일본의 경우, 장인정신에 기반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운동문화나 시스템이 ‘성숙’까지 무르익도록 기다리는 분위기인 것 같았어요. 이에 반해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하다보니 러닝이든 뭐든 유행이 일상전체에 무르익기까지 기다리지 않는 분위기죠.


생활체육 관련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을 때, 그걸 대중이 충분히 누리기에 정책 변화도 잦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고 물음표가 생긴다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나라마다 현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라고 봐요.


본인을 어떤 사업가라고 생각해요?

전 '돈벌이 좋은' 사업가는 아닌 것 같아요. 시기별로 저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계속 달라지겠지만, 정말 알맹이 있고 유의미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업가가 되고 싶어요. 당장의 돈벌이보다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걸 더 중시해요.


물론 제가 일반인보다는 이윤추구를 잘하는 사람이긴하지만요. 그게 하나씩 구현되고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될지, 규모가 얼만큼 커질지 모르겠지만, 그거보다는 가치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면 좋겠어요.


‘아 진짜 이거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그냥 대체 불가능한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문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제 목표에요.


이 대표는 본인의 정체성을 가치전달자라고 생각하는군요.

네. ‘어떻게하면 우리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대중에 큰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사업을 왜 하고 있는지’ ‘왜 사업가가 되고 싶고 어느 존재가 되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주로 고민하죠.


이 생각들의 전제조건은 ‘대중과 뭔가를 주고받다는 것’이라고 봐요. 그 상호작용에서 제가 정말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제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행위에서 저는 사업가로서의 제 존재가치가 발휘된다고 생각해요.


필자는 2~3년 내에 아워 심볼이랑 비슷하지만 좀 다른 것들이 계속 또 나올 수 있지만 아워심볼이, 그리고 이 대표가 자기만의 가치를 위해서 방향성을 하나를 갖고 나아가는 한 그 가치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전은택 러너 인터뷰 [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