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한국아웃도어콘텐츠연구소 소장에게 물었다
“개발자가 창업하면 보통 기술부터 앞세우잖아요. 근데 이상욱 씨가 아워심볼을 시작한 방식을 보면 완전히 반대예요. 앱 만들기 전에 구글 드라이브로 손수 사진을 분류하는 실험을 먼저 했대요. 시스템도 없이, 몸으로 먼저 확인한 거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창업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느꼈지만, 이 사람은 '될 것 같다'는 확신보다 '이게 진짜 문제인가'를 먼저 보는 스타일인 것 같았어요. 제가 실무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대부분 요청이 오면 처리하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근데 이 사람은 달리고 난 뒤 지쳐서 자기 사진도 못 찾는 러너의 마음을 먼저 읽었어요. 아워심볼의 핵심은 AI 기술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 이원창 한국아웃도어콘텐츠연구소 소장(인스타그램 활동명 : 아웃도어큐레이터)
이원창 소장은 누구?
등산/트레킹 전문 도서 '산키피디아' 저자
한국아웃도어콘텐츠연구소 소장
네이버 공식 인플루언서 선정
국내 최초 아웃도어 큐레이터
지난 3월, 이원창 소장과 대화를 하다가 그가 이상욱 OAO(Online And Offline) 대표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소장은 ‘프립’에서 활동할 때 그곳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이상욱 대표의 존재를 처음 인식했다고 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연결이 됐고, 퇴사하고 지금의 ‘아워심볼’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을 피드로 쭉 지켜봤다고.
“솔직히 처음엔 '개발자가 창업을 하는구나' 정도였어요. 근데 올라오는 게 기술 얘기가 아니었어요. 러닝 현장, 사람들, 함께 뛰는 순간들.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은 개발자이기 전에 현장에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죠. 아워심볼 기사를 보고 나서야 그 피드들이 다 연결됐어요. 코드보다 사람 마음을 먼저 읽는 사람이 만든 서비스라는 게, 지켜본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어요.”
실제로 올해 1월, 필자가 만난 이상욱 대표의 모습도 이 소장이 느낀 바와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획 10년 차, 스포츠 콘텐츠 앱 PO 1년, 백엔드 엔지니어 4년, IoT 엔지니어 2년...
이 대표가 지금껏 쌓아온 수많은 이력의 뒤에는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려는 테스트 과정이 존재했다. 202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에서 시작된 아워심볼의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약 1년의 방향성 설정 과정이 있었다.
“몇 년 전, 다니던 회사를 막 퇴사한 후, 뭔가를 도전은 하고 싶은데 선뜻 하기엔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개발자 출신이지만 마지막 커리어는 서비스 기획 총괄 팀장이었거든요. 기획력도 있고 ‘뭐라도 만들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써야하는 리스크가 있으니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이 대표는 불안함 속에서도 ‘캐시방석’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사업을 1~2개 정도 셋팅했다. 그 덕에 월 급여 기준으로 일반 사무직보다는 많이 벌면서 인생의 방향성 설계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하라는대로 ‘복북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거 알고, 그렇게 돈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속으로는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일까’라고 생각하는 괴리 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흘러 연말이 됐는데 그때의 제 모습이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거에요. 화가 나서 한 3일 정도 아무것도 안 먹고 침대에만 누워있는 시기가 있었어요. ‘대체 뭐하고 있는 짓이지?’ 하면서요. 그래서 집안에 창문을 다 열고 대청소도 하고 이발도 하고나서 ‘내가 지금 뭘 해야 될까?’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포스트잇에 적어 막 붙였어요.”
“그 중 하나가 샌프란시스코에 가기였어요. 제가 이오(EO)라는 미디어 대표랑 아는 사이인데, 이오가 미국으로 진출하려고 지사를 설립할 때였어요. 대표에게 연락을 하니 우연찮게 한국이라는거에요. 그래서 바로 저녁 약속을 잡아 이오가 저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방안에 대해 의논했어요. 마침 거기서도 IT 코너를 새로 기획하던 중이었는데, 가이드를 해줄 개발자가 필요해서 제가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합류하게 됐죠.”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갑자기 미국에 가게 된 건데, 걱정이나 막막함은 없었나요?
있었죠. 이오와 협업하던 시기, 맨날 명상하고 달리기를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정말 사업하는 사람이 맞을까?’ ‘난 어떻게 살고 싶지?’ 이런 생각도 했어요. 결국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를 잘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정해졌죠. 사업가로서 성장하고 싶었어요. ‘거창한 것에서 사업 소재를 찾을 게 아니라 나랑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자’ ‘내 주위 10명, 100명이라도 마음에 들어할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생각이 아워심볼의 시작이에요.
개발자들은 가설을 세우고 그게 맞는지를 검토해본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아워심볼이 지금의 모습으로 크기까지 여러 실험을 진행했어요.
스트라바나 NRC 앱 아시죠? 러닝하고 인증샷 꾸밀 때 사진 위에 브랜드 마킹이 있잖아요. 아워심볼도 처음엔 그런 서비스였어요. 제 상상과 달리 사업이 잘 안됐어요. 스포츠 브랜드 앱이 아니다보니, ‘인증 마킹만 해준다’는 게 차별점이 없었던 거죠.
사업 초창기에 세운 또 하나의 가설은 ‘크루들의 자부심을 키워주자’는 거였어요. 저도 성수러닝크루를 약 8년 운영했으니 크루장 입장에서 공감하는 대목인데요. 크루 바이럴을 해주면 그들이 협찬을 따내는데 도움이 되니까 아워심볼에 크루세션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소속을 등록하게 했죠.
아워심볼의 가장 큰 특징은 포토작가들이 찍은 대회 사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네. 그게 대중이 아는 저희의 오리지널리티에요. 그 서비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말씀드릴게요.
대회에서 포토들이 러너 사진을 찍으면, 그거를 러너가 전달받기가 어렵잖아요. 사진 파일 링크를 알아낸다하더라도 포토가 찍은 그 많은 사진 중 내 한 장을 사진을 찾기도 오래걸릴 거고요.
첫째, 찍은 사진 중 잘 나온 걸 셀렉하고 보정을 하는 작업이 오래 걸리죠. 사진 양이 워낙 많을테니까요. 여기서 제가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어요. 그래서 ‘셀렉을 해주자’라는 판단에 이르러졌죠. ‘셀렉이라는 행위에는 포토의 주관이 들어가는데, 차라리 그거를 찾는 사람한테 맡기고 그 시간을 줄여주자’ 이렇게 된거에요.
저는 사진에 골든타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러너가 대회에 나가 사진이 찍혔을 때, 사진을 대회 당일에 받아보는 거랑 일주일 또는 한 달 뒤, 1년 뒤에 받아보는 거랑은 느낌이 전혀 다를 거에요.
‘대회 사진을 빠르게 찾도록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직관적으로는 ‘내 얼굴이 나온 사진만’ 내려받을 수 있으면 되잖아요. 그래서 상상한 걸 가설로 세우고 현실로 옮겨봤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지금처럼 얼굴 검색하는 엔진을 넣기 전의 일이에요. 저희 크루가 협찬을 받는 날 사진을 찍은 다음, 사진찍는 친구들한테 사진 고르는 작업을 하지 말고 바로 보정해서 달라고 했죠. 약 20명이 참여했고 구글 등 링크를 판 후 러너들이 직접 자신의 사진을 찾도록 했어요. SNS 상에 번지는 효과가 크길래 그 후에는 모수를 크게 해서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봤죠.
흰 화면에 크루 로고 목록이 쭉 있었는데, 맨 위에 카메라 아이콘 하나만 뒀어요. 이용자가 대회 명을 클릭하고 각자 셀피를 찍게 했죠. 한 엄지손가락 3번만 누르면 사진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단순하게 설계를 해서인지 서비스 가입자 수가 한 달 이내 900명이 넘었어요. 앱 광고를 안해도 바이럴 입소문이 나더라고요. 유저가 좋아하는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얻은 성과에요. 저는 시장기반의 실험을 통해 ‘답은 시장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시장이 원하는 걸 찾아가다 보면 개별 이용자뿐 아니라 ‘스포츠 이벤트를 열려는 크루’ 이런 식으로 앱 이용 주체를 넓힐 수 있다는 걸 배운 거에요.”
이 대표는 다수의 고객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대표로서 ‘유저들에게 진짜 극강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유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고객은 회사에 돈을 벌게 해주는 주체라고 한다면 ‘우리가 이런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하고 있고 이런 걸 잘해요’라고 이해관계자들에게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아워심볼이라는 서비스를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까지 해냈으니 저것도 잘하겠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거죠. 마치 아이폰 출시 소식을 들으면 이번에 기존 버전과 뭐가 다를까를 궁금해하는 것처럼요."
사업 성공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워심볼이 사업 시작 2년 차 만에 14만 유저를 모을 수 있던 건 러닝 붐이라는 물이 딱 들어왔을 때 제가 이미 노를 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트렌드에 편승한 게 아니라는 얘기에요. 답은 시장에 있지만 그보다는 본인이 어떤 방향으로 배를 젓고 싶은지 충분히 탐색해서 정하고, 거기서 여러 시도를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 서비스의 중요한 키워드는 ‘인정 욕구’잖아요. 저는 ‘인정 욕구를 잘 어떻게 건드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플레이어 각자가 우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잘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죠. 열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사진이었고 기술로서 오프라인에서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DDP에서 인도어 러닝 레이스 등 여러 시도를 덧붙인거죠.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은 기존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시장에 같은 니즈가 있더라도 저희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벤트 기획이나 컨설팅을 하고 싶어요. 그 수단으로는 IT 모델, 광고, 이벤트 기획, 스포츠 선수 매니지먼트 이 네 가지를 꼽고 싶어요.
이전에는 스포츠 이벤트 후 작가들의 사진만 전달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스포츠 이벤트의 시작 전 모객부터 오퍼레이팅, 더 나아가서 행사에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레포팅을 만들어줌으로써 스포츠 이벤트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해요.
"우리의 문법은 이런 문법이에요”라고 시장에 보여주는 기회를 계속 만들려고 합니다.
생활체육 영역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해내고 그 사람이 스타가 되게 하는 회사가 아직 우리나라에선 없거든요. 이걸 해낼 수 있는 아워심볼만의 기획력이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