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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Mar 11. 2021

나는 매일 죽으러 간다

"내안의 리듬을 찾아서" 그 후의 이야기

“엇? 나 제법 늘었다”


전신 거울을 보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은 궁디팡팡 해주고 싶은 날이다. 왜 이렇게 뿌듯하지?


곧 있으면 댄스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지 만 8개월이 된다. 4개월 등록을 했는데 8개월이 흘러버렸다. 8개월 중 5개월 정도를 코로나19로 쉬는 바람에 기간 연장이 됐다.


수업 때 대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소가 도살장에 끌려갈 때의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잘 추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 화도 났다.


숨은 붙어 있어도 죽은 것처럼 활기가 없었다.


거울로 흘끗 춤 선생님의 표정을 읽고 또 다른 쪽 거울로 내 몸뚱아리를 본다.  


동작을 따라하지도 못하는데, 그렇다고 순서를 잘 외우는 것도 아니다. 특히 팔, 다리 모두 반대로 추고 있는 군중 속 나를 발견할 때면 자신감이 확 줄어든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잘 안 되는 동작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은데, 총체적 난국이라 어떤 걸 물어봐야할지 몰라 그냥 포기하고 나온다.


 

즐겁자고 시작한 취미인데, 오히려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갑갑했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하니, 내가 참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몸치인 주제에(?) 춤짱들 사이에서 추가 연습까지 같이 하고 있지 않은가.


또 3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2번씩 춤을 추러 다닌 것도 칭찬할 일이다.


방송댄스 반을 수강하다가 내 수준에는 너무 어려운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 다이어트 반으로 변경을 했는데 그 이후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내 실력을 인정하고 눈높이에 맞춰 환경을 바꿔준 것도 잘했다.


심지어 오늘은 거의 안 틀리고 춤을 다 따라했는데, 처음으로 내가 좀 멋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작이 완벽하진 않지만 지난 주 보다, 몇 개월 전 보다 훨씬 나아진 것이 보였다.


바닥에 앉아 양 다리를 쫙 펴고 상반신을 숙이는 동작을 할 때는 왜인지 모르게 지난 수업 때보다 유연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뭐’


갑자기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에너지가 샘솟았다.


늘 하던대로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차가운 밤 공기가 상쾌했다. 나중에 휴대폰으로 확인하니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이었다고 하는데, 내겐 왜 공기가 맑게 느껴졌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매일 살아있는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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