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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26. 2018

변별력은 현실세계에서 과연 유의미할까?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에 대한 찬미


"초짜 프로그래머의 위치를 0으로 놓고, 도사급의 프로그래머의 위치를 100으로 놓겠습니다. 여러분은 기본이 튼튼한 프로그래머의 위치는 어디쯤 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 40? 60? 80?"

종종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주로 기본이 튼튼한 프로그래머를 강조할 때에 수강생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듯 한 낌새를 감지하면 이런 질문을 한다.

사실 그네들은 자신들이 남들에 비해서 확실한 장점과 우위를 지키지 못하면, 즉 남들에 비해서 확실한 경쟁력과 강점을 가지지 못하면 취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을 족집게 과외 식으로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이 과정을 통해서 획득했으면 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교육기관들이 그러한 심리적인 약점을 노려서 마케팅을 한다. 뭐 여기서 이 과목을 듣기만 하면 단번에 탑 클래스의 개발자 반열에 들어가서 제발 모셔가겠다는 회사가 줄을 이을 것이고 더불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다... 뭐 이런 거의 사기에 가까운 마케팅을 해 대는데... 필자는 이런 얘기는 일단 거른다. 그리고 체크해 놓는다. 아 거기는 그런 얘기를 하는 곳이구나 하는 ...

그런 거 보면 요즘 젊은 아이들은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네들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가질 때 "나는 쟤 보다는 나으니까 쟤 보다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쟤 보다 이쁜 여자랑 결혼할 수 있을거야" 라는 상대비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네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니? 라고 물어보면 정작 신통한 대답은 잘 안나온다. 스스로 뭔가를 해 낼 수 있고 , 그런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자신감은 잘 없고 ... 내가 뭘 할수 있을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쟤 보다는 제가 성적이 좋았으니 저를 채용해 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할까나?...

헌데 회사에서 필요한 것은 면접을 보러 온 A와 B가 있는데 B보다 나은 A를 원하는 게 아니거든... 회사에 필요한 일을 맡기면 수행해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게 채용이지 ,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 누구보다 나으니까 누구를 뽑는다는 ... 그런 인재수집의 느낌으로 접근하는 회사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결국 자신이 회사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일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로 들어가자면 그건 거의 99% 기본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얼마나 회사에서 필요로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역량이 튼실하게 갖추어져 있는가를 물을거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자신이 이 회사의 어느 대리 과장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더라도 실은 그런 사람을 회사에서는 채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신입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경력직을 채용할 지언정 신입을 채용하려고 들지 않을거다. 신입이 기존의 선배들을 밀어내려고 한다면 그 회사의 질서가 흩어지니까 말이다.

보면 학교에서 특히 취업을 희망하는 예비대학생들과 실제기업의 현장에서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다르더라. 보면 대학생들은 남다른 능력과 화려한 스펙이 취업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실제 기업은 그 보다 기업의 문화에 적응이 가능한지 인성이 바른지 ... 같은 부분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은 흔히 연출되고 있더라는 거지...

개발자로서 취업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다. 보면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넣어보려고 기본은 제끼고 하나라도 새로운 기술을 익혀보려고 하지만 실제 기업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신기술과 트랜드를 열심히 쫓아가는 이력서의 몇줄에  그다지 커다란 감동을 받지 않을거다.

필자가 교육과 취업의 현장에서 18년간 종사를 해 왔는데, 그 경험을 나름 자신있게 이야기 해 본다면 취업에 있어서는 이력서 < 자기소개서 << 면접 의 순으로 중요하더라. 스펙 몇줄이 가지는 위력이 그렇게 크지 않더라는 얘기다.

혹자는 이런 현실에 충격을 먹는 경우들도 있더라. 아니 자신이 스펙도 더 좋고 이력서에 두어줄 옆의 친구보다 더 적어 넣었는데 어떻게 자신이 떨어지고 옆의 친구가 붙을 수 있느냐 ... 뭐 이런 반응인데 필자는 그게 당연하다고 다독여 주곤 했다.

아니 소개팅을 하면 연대나온 남자를 걷어차고 경희대 나온 남자와 사귀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니겠냐. 취업이라는 것이 보면 연인만드는 것 같아서 인연이 없으면 안되더라.

너는 너 나름의 가치관과 자아를 가지고 열심히 선택받기 위해서 준비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알아 봐 주게 되면 이루어지는게 취업이더라. 다만 취업해서 그 회사에 민폐를 끼칠 정도의 부실한 실력으로는 갈 회사가 없을테니까 적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이고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만들어야 한다 ...

이런 얘기를 해 주는데 이런 얘기를 듣는 수강생의 한 1/3 정도는 이 얘기가 무슨 얘긴지 못알아 듣는다. 그냥 남들보다 뛰어나면 되는것에만 올인해서 인생을 살아서 그런지 자신이 스스로 책임지고 움직인다는 것을 잘 모른다.

헌데 이런 얘기는 학교의 선생과 학부모들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우리애가 연대를 나왔고 저 친구가 원광대를 나왔으면 당연히 연대나온 우리 애가 붙어야 하는게 사회정의 아닌가요? 라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는 억울해 한다. 자신이 애를 연대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하고 공을 들였는데 애가 들어가고 싶은 직장에 감히(?) 원광대를 나온 애가 채용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들은 적이 있다.

헌데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들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회사에서는 연세대 나왔느냐 원광대 나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행해질 업무를 잘 수행하느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보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원광대 나온 친구가 훨씬 더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판단을 내려서 내린 결정이었다.

헌데 남들보다 경쟁우위를 가지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살아온 세대는 그것을 좀처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더라. 회사에서 자신에게 어떤 일을 요구할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자신이 회사안에서 어떻게 활약할른지에 대한 기대만 크게 가지고 있다가... 정작 회사에 들어가면 실망하고 이직을 생각하는 뭐 그런 스토리...

변별력이 강조된 교육이 이래서 무서운거다. 내면의 성장이나 그 성장하는 자기 자신을 즐기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쌓는 교육이 아니라 "쟤 보다는 내가 나아" 라는 경쟁심과 시기심에 근거를 둔 교육은 다양한 관점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현실세계에서 "아냐 너 보다는 쟤가 더 나아" 라는 일이 벌어지게 될 때에 그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한거다. 그리고 그 기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 거기에서 나 자신이 배운것을 가지고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지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처음에 낸 문제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도사가 100이라고 했을때 기초가 튼튼한 것은 80의 위치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정도의 능력은 90% 이상의 상황에서 도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기초가 튼튼한 사람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수준이니까.

조금 시간은 더 걸릴 지언정 도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의 수준이 나는 결코 낮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본다. 그 정도면 취업하기에 충분한 수준이고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의 대부분을 무난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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