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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25. 2018

좋은 수업은 참여하고 돌아보는 수업이다.

듣기만 하면 머리속에 넣어준다고? 그건 뻥입니다요

얼마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원 관련 광고를 보는데 꽤 닭살스러운 느낌을 받았었다 ㅎㅎ ... 대략 내용이 이런거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 같은 스펙터클한 강의" ... 헌데 이건 적어도 내 관점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니올씨다 ... 였다.


정말로 좋은 강의는 말이다... 강사 혼자서 만드는 강의가 아니다. 그냥 강사 혼자서 벽 보고 이야기하는 강의 ... 그리고 학생들은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그런 강의는 필자의 경우에는 별로 좋은 강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강의자료를 잘 만들어서 나누어 주는 강의라고 할 지라도 그건 필자 입장에서는 완전 아니올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 심지어는 노트필기도 안한다. 자신들이 배운 걸 스스로 정리하고 남기는 것도 강사가 대신해 준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공부라고 할 수 있는것인지 ... 필자의 생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더라 ) 


왜냐하면 필자의 경험에서 정말 좋은 강의라고 하는 것은 교사 혼자서 만들어 내는 강의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같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금 더 상세한 노하우를 제시하자면 교사 70% 학생 30% 정도로 역할이 분배되는 강의가 좋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물론 강의의 성격에 따라서 이 비율은 틀려질 수 있겠지만


( 예를 들어서 학생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형태의 '프로젝트' 형태의 강의의 경우에는 필자의 경우에는  일부러라도 인내심을 발휘하려고 애쓴다.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만드는 실수가 필요한 이런 과목의 경우에는 가능한한 교사가 자신이 참여하는 역할을 줄일수록 좋은 강의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 단 그냥 방치하는 건 아니다. 토론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니깐 )


암튼 좋은 강의는 그냥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다. 교사가 그냥 자기가 할 강의만 주욱 늘어놓고 학생들은 그냥 질문도 없고 참여할 여지도 없고 진도만 나가는 강의라면 그냥 인터넷 동영상을 틀어놓든지 책을 읽든지 하면 된다. 구지 시간을 들이고 공간을 마련해서 같은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서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


학생들과 교사가 공간을 마련하고 시간을 할애해서 한 자리에 모여서 강의를 하는 것에는 인터넷 강의에 비해서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냥 강사가 이야기하고 학생이 듣기만 하는 강의라면 구지 한 자리에 모일 필요도 없다.


그런 비용을 치룰만한 강의라면 인터넷 강의 그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 인터넷 강의가 할 수 없는 그런 가치중의 가장 큰 것이 필자는 참여하고 격려하고 공감하고 공명하고 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머리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간의 공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냥 듣기만 하는 강의는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그냥 머리속에 잠시 거쳐가는 경우들이 많다. 예외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다 아는 내용에 대해서 강의하는 경우라면 잘 정리된 내용의 동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다. 해서 전문가들의 포럼 같은 것에서는 전문가가 주욱 이야기를 해 주는 것만 가지고도 참여한 참여자들은 그 내용이 어느정도 파악이 되고 이후 열띤 토론까지로 이어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헌데 적어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하기에는 벅찬 시기, 즉 기초가 아직까지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시기라면 이런 교육은 오히려 독이다. 예를 들어서 프로그래밍이라면 이건 확실하게 독이된다. 자신이 손으로 한 줄도 써 보지 않고 남이 써 놓은 코드를 보고서 끄덕끄덕 하고 나누어준 파워포인트에 첨부된 코드를 스크랩 하는 것으로 공부 끝! 해버리고는 자기는 프로그래밍 공부했다고 말한다면 ... 그건 정말 자기 무덤 자기가 파는거다.


이건 비유하자면 야구선수를 지망하는 아이가 체인지업을 던지는 동영상을 보고는 '아 저렇게 공을 잡고 저렇게 던지는구나' ... 하고 끄덕끄덕 한 번 해 주고는 그 동영상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나 체인지업 던질 줄 안다" 하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실 기본은 초보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기타를 30년간 치고 있는데 ... 기타 연습을 하기 전에 꼭 기본적인 연습을 15분 정도는 다시금 한다. 그리고 그 때 마다 기본기가 완전히 몸에 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 그리고 본격적인 연주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배어있는 기본기를 다시금 점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프로 정도가 되면 기본기는 당연히 건너뛰는 것이라고? 천만에 프로들이 기본기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여지껏 한명도 못 보았다. 프로들도 자신이 일을 하다 보면 혼란에 빠질 때도 있고 , 자신이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잘못 꼬였는지 알지 못하는 때가 온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자신의 투구폼과 타격폼을 까먹어서 슬럼프에 빠지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이럴때 그 사람들은 족집게 과외 선생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 보통 그런 경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이 정답이다. 해서 기본에서 부터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기량을 다시금 점검하면서 어디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면서 슬럼프는 벗어나게 되기 마련이거든.


예를 들어서 역사공부를 하게 될 때에 ... 정난정이 임꺽정과 관련이 있는 인물인지 누가 물었다고 할때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면 ?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야 한다.


정난정은 윤원형의 첩이다. 그리고 윤원형은 대윤파 소윤파 갈려서 서로 파벌을 형성하던 시기이고 대윤파의 수장은 윤임. 소윤파는 윤원형 ... 여기에서 임금의 뒷배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정권이 넘어가고 소윤파는 몰락하게 된다. 그때 정권 교체기는 ...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 이렇게 외운 조선왕조의 왕에서 단명한 인종의 외척이 소윤파 ... 그 뒤의 명종의 외척이 대윤파 ... 아 명종시기에 윤원형이 정권잡고 휘두루던 시기에 윤원형의 외척이 정난정이고 , 그 시절에 피폐한 황해도 지역에서 난을 일으킨게 임꺽정 ... 아 그러면 정난정과 임꺽정은 동 시대 인물은 맞긴 맞구나...


이렇게 생각을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서 정리해서 보면 파생되는 새로운 관점들이 기존의 지식에 더해져서 점점 더 지식이 풍부해진다.


헌데 만일 이걸 달달 암기로만 했으면 ... 얼마 지나서 장희빈과 임꺽정이 썸씽이 있었나 아니면 정난정과 임꺽정이 썸씽이 있었나? 라고 하면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다 ... '아니 장희빈은 그래도 왕비인데 양반상놈이 철저한 나라에서 이 둘이 썸씽? 조선시대에 양반상놈이 썸씽 벌여서 난리난 적이 있나? 어을우동? 어을우동은 전기였나 후기였나? ... 이런 식으로 꼬이게 된다. 당연히 기본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꼬이는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럴 때 토론이 필요한 거다. 자신이 보지 못한 자신의 부실함을 남들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만의 확실한 자기 실력을 만드는 과정


그게 기본을 다지는거다. 그냥 스펙타클하고 버라이어티 한 수업에 참여만 한다고 자기 실력이 될 것 같으면 그건 착각이고 더구나 프로그래밍을 그런 식으로 익힌다고 하면 그건 대 착각이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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