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늑대 Jan 26. 2019

학종에 넣기 위해 코딩을 배우겠다고요?

요즘 연일 텔레비젼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화제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가 우연히 한 편을 보고는 그 재미에 홀딱 빠져서 생방을 사수하는 시청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ㅎㅎ


왜 이리도 사람들이 그 드라마에 홀딱빠져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한 것도 있지만 그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여지껏 다루어지지 않은 "자녀의 대학입시" 에 대한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부모들이 자녀를 기르는데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가 자녀의 공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녀가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가 스카이 대학을 들어가게 되면 회사에서 임원승진 한 것 같은 성취를 하게 되는 것이고 ... 자녀가 대학입시에 실패하게 되면 마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 같은 패배감을 맛보게 만드는 사회적인 성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가 예전에 경험한 대학입시와는 달리 요즘은 학생부 종합평가 ( 이하 학종으로 줄인다 ) 에 의해 수능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수시입학제도가 대세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입학은 이 수시입학 제도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 제도는 미국대학에서 흔히 보여지던 입학사정관에 의한 입학제도를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열기는 그 도입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역효과를 만들어 내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주위에서도 보면 이 학종에 의한 입학은 "공정한 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서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지는 것을 제도화 했다. 한마디로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입학사정관의 주관에 의해서 당락이 좌우되는 경향이 짙은 ... 그러기에 입학사정관의 눈에 들도록 학종을 준비하는 것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버렸고 ... 이것이 도입 취지와는 다른 악영향을 우리나라 교육계 전반에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 참고로 필자는 이 학종에 의한 평가를 무척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차라리 과거의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수능과 고졸자격시험 - 현재의 검정고시 제도 - 두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


....


최근 1-2년간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 교육당국이 프로그래밍을 잘 하면 그것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 정규 교과과목으로 코딩을 도입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필자도 그 영향을 받았다. 해서 종종 초중고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려고 하는 데 대해서 자문과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마다 필자의 이야기는 거의 동일하다. 프로그래밍의 본질은 컴퓨터의 동작방식에 맞추어 인간의 생각을 옮기는 작업이고 , 인간의 사고방식과 컴퓨터의 동작원리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그래서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기에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 시간으로 몇달을 배워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헌데 학부모들의 생각과 바램들은 상당히 다르더라. 뛰어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단 기간안에 실력을 만들고 , 그 실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보기에도 대단해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서 학종에 반영하고 그래서 대학입시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학부모들이 거의 대부분인 것 같다.


필자의 경우에는 그런 부모들이 잘 감당이 안된다. 해서 정말 학종과 입시를 생각하고 계시다고 한다면 그것을 추구하는 학원이나 선생님을 찾아가시고 저는 그런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씀을 정중하게 드린다. 그리고는 그 부모는 다시 나를 찾는 경우가 없다. ㅎㅎ


왜 필자는 이런식으로 자기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을 하는 걸까? 눈 한번 감고 '저에게 맡겨보시면 한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보도록 해 보겠습니다. 대신 수업료는 이정도 쓰셔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면 한 몫 벌수도 있는데 말이다.


.....


예를 들어서 피아노를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치는 방법은 유튜브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한번 따라서 올바르게 도레미파솔라시도 ( 이것을 음계 또는 스케일 이라고 한다 ) 를 치는 방법을 익혀 보면 이해가 빠를 성 싶다.


처음에는 오른손만으로 음계를 치는 방법을 연습해 보자. 어렵지 않을 거다. 한 삼십분 연습하면 어느정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른손이 어느정도 된것 같으면 왼손을 가지고 스케일을 치는 연습을 해 보자. 이것도 한 삼십분 정도 걸리면 어느정도 치는 것 같아 보일거다.


헌데 이제는 왼손과 오른손을 한꺼번에 같이 쳐 보도록 하자. 그리고 반드시 메트로놈을 켜 놓고 일정한 속도로 치도록 해 보자. 처음에는 느린 리듬에서 부터 시작해서 점점 빠른 속도까지 부드럽게 쳐 낼 수 있도록 연습하자. 이런 연습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나?


이건 하루이틀 걸리는 일이 아니다.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 틀려질 것이고 필자같이 손이 뻗뻗한 사람은 일주일 이상 거의 한달가까이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루 한시간 연습을 한다고 셈 치더라도 말이다.


이것을 모든 조에 대해서 연습한다? 일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음계를 부드럽게 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는 거다. 왜 그럴까? 인간의 뇌는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다. 왼손과 오른손이 동시에 음계를 치는 것이 부드럽게 바르게 이루어지려면 이건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리고 몸으로 기본이 익혀지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하다보면 변수의 선언과 대입 연산 따로 따로 하나씩 공부하면 쉬워보인다. 헌데 이들 개념 몇개를 섞어서 코드를 만들다 보면 이건 단순하게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것 만으로는 불가능하다. ( 사실 듣고 이해하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이해한 것이 아니다 그냥 맛만 봤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


이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코드를 만들어 보면 내가 수업을 들은것이 실제로는 맛만 본 것이지 그것이 내 실력이 된 것이 아니구나 라는것을 실감하게 된다.


마치 유튜브 동영상으로 야구의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는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 야구경기에서 팀의 위기의 순간에 마운드에서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던져서 타자를 삼진 아웃 잡는 것 만큼의 차이가 지게 되는 일이다.


프로그래밍은 그냥 듣고 이해하는 것 만으로 할 수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많이들 어려워 한다. 숙달 되어질필요가 있다. 개념이 확실히 이해되어야 하고 그것을 필요한 시점에 정확하게 구사 할 수 있을 정도의 숙달이 필요하다.


헌데 이러한 작업이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로 가능할까? 어렵다고 본다. 그냥 맛만 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맛만 본 것을 가지고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 작업은 마치 건반의 스케일을 치는 것을 구경하는것과 오른손 왼손이 동시에 메트로놈에 맞추어서 빠르고 느린 리듬에 대해서 흐트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건반을 두들겨 연주를 할 수 있는 것 만큼의 차이가 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되어야 프로그래밍이 시작된다. 이것이 필자가 학종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이다.


.....


학종이라는 것은 대학입시를 위한 제도이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한다면 당연히 코딩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실제로 내신성적이 중요하기에 다른 과목의 수업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면 코딩에 투입할 시간은 매우 제한적일거라고 생각한다.


헌데 일주일에 몇시간 정도를 코딩에 투자한다고 해서 과연 그걸 가지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건 컴퓨터의 동작방식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말 프로그래밍을 몸에 익혀서 그것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목표로 한다면 좀 더 느긋하게 자신의 사고방식과 컴퓨터의 동작방식 사이에서 방황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방황하고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늘게 된다.


그리고 한두가지 개념만 알아서 프로그래밍은 되어지지 않는다. 많은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필자은 800시간을 이야기 한다. 적어도 그 정도 시간은 배우고 공부해야 자기 밥벌이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데 이만큼의 시간은 작은 시간이 아니다. 그만큼의 시간을 초중고 시절에 투입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과연 바른건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저만큼의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좋은 책을 읽고 뛰어놀고 감성과 나눔과 협력과 인성을 익히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교육은 생산성이 결코 좋은 분야는 아니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