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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20. 2017

휴대폰으로 칠판찍는게 필기를 대신하는 시대

요즘 아이들을 보고 수업시간에 기절초풍한 기억 가운데 하나이다.


필자는 노트정리를 무지 무지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는 아마도 앞으로도 여러개의 글을 쓸 것 같다. 그만큼 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쓴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사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글씨로 적는다는 건 굉장히 자신의 내면에 지식과 깨달음을 쌓아가는데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내용을 적으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 되고 "정말 내가 이걸 알고 적는건가?... 들을때는 아는 것 같았는데 쓰면서 정리하려고 보니 아리까리 하네..." 하는 의문도 가져볼 수 있다.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의 질문 한번, 토론 한번은 사람의 생각의 힘을 급격하게 성장하게 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듣고 배운 지식을 자신의 내면에 스며들도록 자신을 채우는 과정이 "머리속의 내용을 정리하고 종이에 적어보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종이에 쓰고 그리는게 구식이라고 생각하나? 뭐 그렇다면 할 말 없는데... 워드프로세서에 적는 것 보다 종이에 적는게 한계가 더 없지 않나? 그리고 글을 적을때의 당시의 자신의 느낌이나 감성 같은 것도 같이 적혀지게 되고... 사실 내가 이 글을 적을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떠올리는 것도 나중에 보면 굉장히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해서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필자의 수업은 노트필기가 상당히 강조된다. 해서 어느 수업시간에 열심히 설명하고 질문도 받은 다음에 지금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라고 아이들에게 시켰다.


헌데... 노트에 적을 시간을 주니까 몇몇 아이들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는거다. 그리고 그걸로 노트필기는 끝... 이라고 본인들은 생각한 모양이다. 해서 그 즉시 내가 가르치는 반의 아주 중요한 로컬 룰 하나가 제정되었다. "강의 촬영 금지, 녹음 금지" 였다.


사실 강의를 촬영한다는 건 저작권에도 위반되는 사항이다. 그렇게 촬영된 동영상이 누군가의 유료강의에 쓰여질 가능성도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 이전에 필자는 그런 강의를 촬영하는 행위의 뒤에는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기 싫다" 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지껏 접해보지 않은 것들을 자기 머리와 몸으로 익히는 일을 하게 되는데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있나? 그건 공부 안하겠다는 거다. 필자의 교실에서는 "공부를 안할 권리" 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건 이 강의에 자신의 먹고 사는 일이 걸려 있어서 인생을 걸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필자는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노트필기를 칠판에 적어주면 그걸 그대로 받아 적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워드프로세서나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문서가 인터넷을 통해서 배포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거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왜냐구? "그거 믿고 공부 안한다" 라는 거다.


한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다. 강의를 듣고 칠판을 찍어 간 학생이 있다고 하면 그 학생은 나중에 그 사진을 보고 공부를 제대로 할까? 그 학생은 그 칠판을 촬영한 사진을 보고 자신이 그날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서 배운 내용을 잊지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거나 토론하는데 요긴하게 사용할까? 물론 그렇게 활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공부한걸 정리하고 노트에 적고 메모하지 않고 칠판을 촬영한 사진만 보관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건 100% 그렇게 공부를 안하고 그냥 찍어만 놓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기가 발전하여 생기는 편리함이 꼭 좋은 건 아니다.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학생의 머리속에 하루 하루 새로 공부한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가지 않고, 강의를 듣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고 또 듣고 정리하지 않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다보면 머리속에 들어간 지식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날아가서 머리속에 흔적도 없고, 나중에는 "선생님...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라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어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의 공부를 소화하고,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을 내일을 소화해야 하는... 차곡 차곡 계단을 밟아가는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사실 공부의 왕도가 아닌가 말이다.


헌데 보면 학부형 가운데는 그렇게 인터넷으로 노트필기를 다운받는 것과 칠판을 찍어가는 걸 마치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영리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다. 뭐 사실 그건 어려운 일 아니다. 강의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르칠 내용을 적고 정리해 놓은 자료는 넘치고 있고, 인터넷 조금만 뒤지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 짜집어 가면서 노트파일 만들어 주는 건 일도 아니고...


헌데 말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학생으로 하여금 생각의 힘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닐까? 이전 글에도 이야기 했듯이 생각의 힘을 만들어 주어서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대로 실행에 옮기고, 그 실행한 결과를 피드백 받아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교육의 근본이 되는 개념 아닌가? 


자신이 파워포인트로 수업에 대한 노트필기를 대신할 만들어 배포를 하면서 ... 아이들이 이것만 믿고 공부를 안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 솔직히 그건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빼앗는거 아닌가? ) 나는 그냥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 인생 사는거지... 하면서 내버려 두는게 맞는건가?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듣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자라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게 맞는건가?


물론 극단적으로 학생은 공부를 안할 권리도 있긴 하다. 결국에는 자기 손해니까. 그걸 감수하겠다는 자유도 보장되는게 맞는 이치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는 가르치기 위해서 있는  것이고, "학생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성과 이성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학교라고 한다면 ... 선생님들도 생각을 다시 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 마냥 편리하게 쉽게 공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좀 더 정리를 하자면... 정말로 학생들의 생각의 힘이 자라나게 하는 것을 바라는 학교와 선생님이라면 "저 선생은 게을러서 파워포인터 하나 안 만들어 주나?... 다른 반 선생은 다 만들어서 집에서 다운 받아 쓰는데" 라는 핀잔을 감수하고!! "자 오늘 배운 건 오늘 끝낸다. 오늘 배운거 최소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고 적는 거 까지는 오늘 해야 한다. 내일한다고? 그건 무리다. 내일은 내일의 공부가 있는거고 오늘은 오늘 해야 할 공부가 있는거다. 그러니까 오늘 배운건 오늘 일단 끝을 내자! 알았냐??" 라고 얘기하는 게 선생 아닌가 말이다...


해서 필자의 교실에서는 휴대폰으로 칠판 찍는 것을 금지한다.

녹음도 못한다.

필자는 설명은 최대한 쉽게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토론과 질문도 얼마든지 환영이다.

단! 본인이 듣고 깨달은 것들은 최대한 본인의 머리를 쥐어짜서 본인의 힘으로 정리해야 한다.

가끔 도와주기는 한다. 어떻게 말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을때 말을 만들어서 적어주기도 하고
정말 반복해서 머리에 콱 박혀야 하는 경우에는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줄 때도 있다. ( 그러려고 돈 주고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도 샀다. 사비로 ㅎㅎ )


헌데 이렇게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더라...

보니까... 공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있어야 이게 되지

공부에 마음 떠난 애들은 이것도 안되더라...


들은 걸 적는 것...

이거 하나를 보더라도 그 학생이 가르침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보인다.

구식이지만 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방법이고, 습관이다.

자신이 듣고 보고 이해한 것을 최대한 자신의 감성을 가지고 적는것...


괜히 포트폴리오 만든다고 애 쓰지 마라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리한 노트를 보여주어라

그게 더 먹힌다. 내가 장담한다.

( 오늘은 좀 짧게 쓰고 싶다 ㅎㅎ 해서 나중에 이 글은 업데이트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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