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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21. 2017

"중딩시절부터 이렇게 공부했음 서울대 갔을거 같아요"



"제가 중딩시절부터 이렇게 공부했음 정말 서울대 갔을거 같아요" ... 이 얘기는 실제로 필자가 가르치는 교실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뭐 한두명 그런 얘기 하는 애들 나올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헌데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 "야 서울대는 아닐것 같긴 한데 인서울은 갔을것 같다" 라고 맞장구 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거다.


사실 즐겁게 공부하는 것과 널널하게 공부하는 것은 틀리다. 빡세게 공부하면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빡세게 열심히 하루 24시간과 하루에 할당된 집중력을 아끼고 아껴서 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 했더니 "자기주도학습법을 아시는군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사실 그런 학습법 같은건 잘 모른다. 아직까지 딸래미가 어린지라 관심이 안가고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각종 교육 기법은 왜인지 학부모들을 흔들어서 돈벌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아서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느낌이 있다. ( 앞으로 친해져야 할 것 같긴 하지만 )


하지만 자기주도학습... 은 아닌것 같다. 왜냐하면 모든것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학습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외워야 하는 건 반드시 외워야 한다" 주의다. 혹자는 "이해하면 구지 외울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절대 반대다.


취미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하고, 하루 하루 계속해서 지식위에 지식을 싾아 올려야 하는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실전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공부를 하면 안된다.


한마디로 이해를 했으면 외워라... 라는 거다. 까먹어도 좋다. 외워라. 암기해라. 그리고 그 암기한 것을 든든한 발판삼아서 네 생각을 펼쳐라... 라는 거다. 이게 또한 필자의 핵심 노하우이기도 하다.


무슨얘긴가... 하면 예를 들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반복문 개념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java 언어에서 for 문장이나 while 문장 같은 경우가 있다. 전자는 일정 횟수만큼 반복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하고 while a문장 같은 경우는 특정 조건이 유지되는 동안에 반복되는 용도로 쓰인다.


이 문장이 동작하는 원리를 가르치고 예제를 작성해서 실제로 실행해 보면서 이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선생들이 하는 일이다.


필자는 여기서 더 나간다. 이 예제를 외워서 짜라.... 는 거다. 통째로 말이다


아마도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은 선생들은 반대할거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을 가르치는 선생들은 아주 격렬하게 반대할 거다. "아니 영어와 수학 과학... 지금 외워고 공부할게 얼마나 많은데 코딩까지 달달 외워가면서 공부에 부담을 주시나요? 코딩은 재미있고 즐겁게 배워야 애들이 배우러 오지 코딩에 목숨걸듯이 공부하라고 하면 아무도 학원에 오려고 하지 않을걸요?" 이런 이야기를 할 거다.


맞다. 아마 그럴거다. 그리고 필자의 교실에서도 코딩을 배우는 것에 간절함이 없는 애들은 딱 그렇게 했다. 하지만 가방끈이 짫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손 놓고 살았더라도 지금 여기서 코딩을 배워서 뭔가 살길을 열어야 겠다는 간절함을 가진 애들은 외웠다. 그리고 그게 단 한두달 뒤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서울대를 나온 애들도 외운게 없으면 코드가 안나온다. 중고등시절 공부 놓고 살았던 애들도 외운게 있으면 거기서 부터 생각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단단한 시작지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암기의 커다란 의미가 된다.


필자는 이 단계에서 아이들과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절대 윽박질러서 반복하여 암기하라고 이야기 하면 애들 잘 듣지 않는다.


안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세대이다. 어른들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강요하면서 거기에 시달린 트라우마는 한 세대가 통째로 다 가지고 있다. 마치 지금의 60대 이상이 한국전쟁때문에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리는 그 만큼 어른 세대에 대한 반감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는 "이거 통째로 외워" 라는 이야기를 아무런 설득없이 아이들에게 하는 것은 폭력... 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주로 슬램덩크를 이야기 한다. 사실 슬램덩크는 그 자체가 엄청난 교육자료다. 그 만화에서 주인공 강백호의 성장과 활약은 허황된 듯 보이지만 결코 허황되지만은 않다. 그 만화에서 어른들이 배워야 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이 단계의 설득에서 필자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농구부에 들어가서 자기 주제 모르고 좌충우돌 하다가 가장 처음으로 매니저인 한나에게 붙들려서 볼 핸들링과 드리볼의 기초에서 부터 몸에 확실히 익히는 것을 이야기 한다.


"지금 너희들의 위치는 강백호와 다르지 않다. 강백호가 농구에 대해서 모르는 만큼 너희는 코딩에 대해서 모른다. 코딩실력을 확실하게 너희가 몸에 붙이기 위해서는 나는 그 크기가 작든 크든 실전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구경을 하거나, 책만 보는 것 만으로 실력은 절대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 너희들이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를 많이 보러 야구장을 찾으면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되는가? 그건 아니잖아?"


"강백호가 경기에 짧게나마 뛸 수 있게 되려면 일단 최소한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은 드리볼과 볼 핸들링이야. 그래야 자기편에게 공을 줄 수 있고 상대방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실전을 경험할 수 있어. "


"헌데 이건 경기장에 들어가서 인터넷 뒤져서 드리볼을 어떻개 했었더라... 유투브 동영상 찾아서 복습하겠다고 하면 이미 틀린거야. 이건 가장 기본적인거야. 몸에 배어서 언제 어느 상황에서건 드리볼과 볼 핸들링은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단위기술이지."


"지금 너희가 배우는 반복문 두가지. 이건 농구의 드리볼만큼 기본중의 기본이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외워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나올 만큼 절대로 까먹으면 안되. 까먹으면 또 외우고 내일 또 외우고 모레 또 외운다. 툭 하면 튀어날 때 까지"


"외운다는 건 어설프게 이해해서는 절대 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너희가 소시적에 수학에서 문제와 답을 통쨰로 다 외워 본 기억이 있을른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너희가 문제를 푼 원리와 문제가 무슨얘기를 하는 건지가 이해가 가면 외우는게 수월하지 않나? 하지만 문제 자체도 이해가 안가고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도 이해가 안간다면 외우는게 열배는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을거다. 암기라는 것은 그런거다. 외우는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외우면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지금 너희들에게 내가 이 예제를 이론과 함께 통째로 다 외우라고 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니까 당장 외운다. 알았나? 실시!!"


솔직히 이건 자기주도학습하고는 거리가 멀지않나? 어쩌면 독재라고 할 수도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외우고 난 다음에 이 외운것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아이들은 거기서 자신감을 얻는다.


아... 머리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것을 이해하고 외우고 나면 내가 문제를 풀때 적어도 외운것에서 부터 시작할 수는 있구나... 그리고 시작지점을 단단하게 내가 디디고 서게 되면 거기서 부터 시작해서 내가 생각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는거구나... 이게 실력이 느는거구나... 라는 걸 느끼면 수업의 분위기는 상당히 틀려진다.


외워야 할 건 외우고, 그것을 생각의 단단한 발판으로 삼아서 생각을 자라나게 하는 것. 이거 쉬운것 같지만 아이들의 몸에 배게 하는 거 은근히 어렵다.


해서 필자는 주입식교육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입식교육을 무조건 남발하는 건 곤란하지만 외워야 하는 걸 안 외우고 뭘 하나. 예를 들어서 연산군이 먼저인지 광해군이 먼저인지도 모르는데 조선시대의 사상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태정태세문단세... 를 외우고 나서 결국 조선시대 역사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필자는 나름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얽매이기 보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고 거기서 얻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생각을 보정하고 다시 무언가 일을 벌이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즐긴다.


하지만 기본을 배울때 그 개념과 예제에 얽매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 기본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아주 기본적인 방향마저 확신을 가지고 정하지 못한다. 그러면 뻘짓을 하게 된다. 남들로 부터 "저런 말도 안되는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한들 아무것도 안될텐데..." 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몇번 반복되면 거기서 아이들의 기세는 꺾인다. 그 꺾임은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이들의 삶의 자유를 침해한다.


진정 자유롭고 싶다면 얽매여야 한다. 충분히 얽매이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자유가 보이는 것... 이게 필자의 노하우다. 자유를 보면서 얽매임을 택하고 얽매이는 중에도 자유를 지향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얽매임과 자유함은 사실 나중에 몸에 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헌데 제목이 너무 낚시성이라서 죄송하다. ㅎㅎ 사실 저런 제목을 붙이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아직까지 인기가 없고 인지도가 없는 작가라 조금 삐딱선을 탔다 기분 나쁘셨던 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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