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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23. 2017

"한명도 버리지 않는 교육은 모두를 다 버리는 거다"

바로 이전글에서 "암기해야 할 것은 철저하게 암기하도록 강요(?)한다" 라는 이야기는 나름 15년 이상을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먹고 사는 현장으로 내 보내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형태의 교육에 종사하면서 경험과 고민과 전문가와의 상담과 공부를 통해 형성된 나름 필자의 소신이고 핵심 노하우로 자리잡은 개념이다.


헌데 이 얘기가 좀 거스리는 사람들도 없잖아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입장에서 참 교육을 하는 분인줄 알았는데 주입식 교육의 신봉자이신가 보네요. 제가 사람 잘못 본 모양입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 헌데 필자에게는 새정치나 참교육이나 좀 허무하게 들리긴 하다 ㅎㅎ )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덜 주고, 편하고 널널하게 가르치려고 하면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쪽이 편합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가르치게 되면 공부머리 안되는 애들에게 오히려 불리합니다. 그냥 설명을 열심히 듣는 것 만로 또는 한번 쑥 훝는것 만으로 머리속에 확실하게 이미지를 잡을 수 있는아이들 - 한마디로 머리 좀 되는 아이들 - 만 제대로 된 깨우침을 만들어내고 성장하게 될 겁니다. 공부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 즉 집중력과 이해력을 타고난 아이들만 그 수업을 듣고 난 다음에 깨달음을 통한 자유로움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겠죠"


"저는 그 쪽이 더 비교육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고집하면서 자신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모순 아닌가요? 정말 소외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비록 공부머리가 좀 떨어진 다 하더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보통의 재능을 가진 그들도 뛰어난 재능과 두뇌를 타고난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깨달음을 통한 자신감과 자유로움' 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전수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길을 주입식교육의 일부분에서 찾았습니다. 사실 외우는 것도 재능입니다. 이해력과 암기력 두개를 다 타고난 아이들은 대체로 성적이 좋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외우라고 하지 않아도 쉽게 외울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재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거 못 외우면 너희들의 미래는 외웠을 때에 비해서 안 좋아진다. 그러니 외워야 한다' 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경험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요. 시작 시점에서는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제 교실에서 '진즉에 이렇게 공부를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예 공부를 안하는 ... 공부와 담 싾고 사는 애들이 성공하는 세상이 과연 앞으로 올 수 있을까요? 요즘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말이죠.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거리를 찾아서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해 주는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그런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게 필요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필요해서 하는 공부에는 일등 이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변별력을 강조하면서 등수에 밀린 아이들이 상처를 입고 소외되는 건 저도 화납니다. 아니 제가 우리나라에서 그런 것들 때문에 가장 많이 화를 내는 사람중에 한명일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소외된 아이들이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달라진 자신을 누리고 더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들이 성적 때문에 받은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노력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저는 반대합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무지로 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네요"


이렇게 와다다다 ... 마치 기관총 난사하듯이 이야기를 해 준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해 주어도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에 쌍수를 들어서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체로 교육에 정치적인 이념이 들어간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잘 안들어 갈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정치적인 이념 ( 주로 메카시즘에 입각한 ) 이 반영되면서,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전체주의적인 교육이 시행된 건 맞다. 필자의 경우에도 국민학교 시절 외우라고 강요받았던 '국민교육헌장'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교육현장은 '정치적인 이념'에 물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이념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대입장의 등장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필자도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는 그 전체주의적인 과거의 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건 분명하게 밝혀둔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느낌은 사못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하는 사실은 단순하게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대서 '이건 옳고 저건 틀리다' 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 예를 들고 싶어서 서론이 매우매우 길었다. 하지만 생각의 흐름은 필자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어떠한 설명을 하기 위해 그 설명이 등장하기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과정이 결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그게 필자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글들을 시작하면서 적은 "생각이 없으면 이해집단에게 휘둘리게 된다" 는 명제도 이러한 철학에서 부터 나온 얘기고...


"단 한명의 아이도 우리는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사실 과거의 교육이 경쟁을 숭상하는 이념적인 배경을 가지면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인정받고 배려받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가라앉고 상처받으면서 학교와 사회에서 낙오자 취급을 받던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저 문장은 정말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을정도로 감동적인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얘기한다. "저건 다 버리고, 다 망치겠다는 얘기다. 정작 저런 생각으로 운영되는 교실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유치원 교실이 아니라면 말이다". 현장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저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가 없다.


모든 교육이라는 것이 단계가 있고 흐름이 있다. 덧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곱셈을 이해할 수 없다. 함수를 이해 못하는 아이가 극한을 이해할 수 없다. 극한이 이해 안되면 미분을 이해할 수 없다. 단순하게 공부를 했나 안했나가 문제가 아니다. 그 수학의 개념 자체가 어떤 건지 깊이있게 와 닿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상위개념을 가르쳐 봤자 아이들의 생각과 실력은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아이들은 재능이 차이가 있다. 기억할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있고 언어적인 능력과 리더쉽,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단점과 장점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풀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닥친 일을 풀 능력을 가질 수 없다... 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말이다  )


그런 저런 개성들을 인정하고, 지금 가르치는 내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선수 지식들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고려하다 보면... 수업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이 분명 존재하게 된다. 가방끈 문제가 아니고 자존심 문제도 아니다. ( 지방대를 나와서 감당이 안된다? 고졸이라서 못한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프로그래밍 하는데 학벌이 무슨 소용이 있나? ) 몸도 마음도 지식도 심리적인 면도 아직 이 수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수강생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다가 문법적으로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에 "선생님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요... 심하면 정말 밤에 잠이 안오고 가위눌리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서 위의 학생의 경우를 끝까지 버리지 않겠다고 붙들고 "이 교실에서는 여기까지는 네가 해 내야 한다" 라고 계속 붙들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아이대로 노이로제에 걸릴거다.


선생은 아마도 그 아이 하나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쏟아 부어야 했을 테고 ( 선생의 에너지를 무한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4시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선생이 아니다. 선생도 너무 힘들게 몰아붙임을 당하면 아이들을 버릴 수 있다. 그걸 부도덕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


그리고 그 아이 이외의 다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게 되면서 거기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차라리 이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서 "너 이번에는 공부 포기해라. 다만 마음의 부담 없이 그냥 한번 경험해 보는 정도로 하고... 만일 그런 경험이 네게 무의미하다고 한다면 그만 두어도 좋을 것 같다. 마음의 부담을 가지지 말고 그냥 이론적으로 배운 걸 정리하고, 네가 생각해서 짜려고 하지 말고 내가 주는 코드 돌려보는 정도로만 하지 그 이상을 해 보려고 하지 않도록 하자"


"나중에 네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게 되면 그때 다시 시작하자. 너 이제 23살이면 아직 창창하니까... 사실 30살에 시작해도 난 괜찮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마음의 부담 가지지 말고 수업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 나도 그렇게 대할께... 오케이?"


헌데... 어느 교육과정이든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한다. 해서 교육에서 소외된 이런 아이들이 생겼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육 선진국일수록 이런 "교육에서 받아내지 못한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북유럽의 교육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험이 PASS/FAIL 의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쪽은 FAIL 되어진 쪽이다. 그들은 따로 모아서 집중적으로 가르쳐서 어떻게는 그 과정이 바라고 원하는 수준의 능력을 가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되는 애들은 늘 있다. 당연한 거다. 코딩도 마찬가지고 공부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다 음악에 대해 운동에 대해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듯이 공부도 코딩도 안되는 애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코딩교육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과정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는 플랜B 없이 배수진을 치고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플랜B가 존재하는가...


헌데 의외로 우리네의 교육 현장에서 플랜B가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신 알아서 포기하고 알아서 떨어져 나가면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가면서 "우리반에는 소외된 아이들은 없습니다" 하고 퉁치는 거지...


하지만 그게 아이들을 위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멍들게 하는거다. 앞으로의 교육은 이런 플랜B를 생각하는 교육이 되어져야 한다. 그래야 다양성이 생긴다. 제대로 된 다양성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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