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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03. 2017

세상은 신입들에게 '사고만 치지 말아라'를 바란다

예전에 김소연 주연의 드라마 중에서 신입 방송 쇼호스트 한명이 쇼핑채널 방송국 하나를 위기에서 구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보던 드라마가 아니라서 그냥 건성으로 보면서도 "말도 안돼" 라고 하고 넘어가는 중... 한편으로는 "또 저거 보고 이상한 환상갖는 학부모 학생 좀 나오겠네" 라는 생각도 곁다리로 했었다.


해서 ... 취업 교육과정의 시작지점에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제발 좀 (허황된) 꿈좀 꾸지 말라" 고 이야기 한다.


"가끔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신입사원이 회사에 입사해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고, 사장의 딸과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 그런 모습을 그리느라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있다면 꿈깨라. 그런 일 절대 절대 없으니깐"


헌데 보면 학부형들... 특히 '직장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모' 쪽에서는 자녀가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이고, 회사에서 당연히 승승장구... 초고속 승진... 그래서 인정받고 유명해지고... 부자도 되고... 이런 기대와 생각에 부풀어 있는 분들이 종종 있기는 하다.


마치 좋은 회사.. 예를들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인생은 성공하고 남들로 부터 인정받고...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니, 본인이 어떤 댓가를 치뤄서라도 삼성 같은 대기업에 아이가 취직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해서 언제 한번은 취업교육 설명회에 어떤 학부형이 오셨는데, '저희 아이가 바빠서 제가 대신왔어요. 저는 저희 아이가 꼭 삼성에 취업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른지 조언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삼성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질문을 하셨다. ( 물론 강연 끝나고 개인적으로 )


"자녀분이 지금 나이가?"

"올해 중학교 들어가는데요"

"아니... 중학교 1학년부터 삼성 입사를 준비하시려고요?"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삼성에 스카웃 될 수 있는 인재로 준비될 수 있지 않을까요? 뭐 무슨 멤버쉽 같은데도 있다고 하던데"


해서 필자는 이렇게 대답을 해 주었다. 채용에 관한 문제는 채용쪽에 물어보셔야 하는데, 삼성은 중학생 시절 부터 찍어서 키우는 관행은 절대 없다.


그리고 지금부터 자녀의 미래를 부모님이 결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자녀를 키우기 보다는 자녀의 몸과 마음과 생각과 지식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그때 가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일단 중요한 국어 영어 수학 ... 이런 과목들 중심으로 하면서 본인이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면 그때 한번 다시 메일이나 전화를 주시면 어떻겠느냐... 이렇게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난다. ( 아마도 그 부모님 입장에서는 대 실망 하고 돌아가셨을거다 )


하지만 덕분에 필자는 생각거리를 얻었다. "꿈을 꾼다는 것이 과연 어떤걸까? 그 부모님은 왜 삼성에 자녀가 들어가기를 그렇게 바라셨을까? 왜 우리는 모두가 알아주는 직장에 들어가면 남들이 우러러 볼 것이라고 생각할까? 꿈이라는 것이 전혀 없어도 그 나름대로 문제겠지만, 꿈을 꾸기 때문에 삶이 괴로와 질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런 생각들...


물론 그런 질문에 곧바로 답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필자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이 교실에서는 등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 너희들에게 등수를 매길 생각이 전혀 없다. 모든 시험은 통과 아니면 탈락. 두가지로 평가결과가 나온다. 탈락은 1주일 후에 재시험을 치룬다."


가능하면 필자가 결정 가능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형태로 시험은 운영된다. 물론 주최측에서 구체적인 시험점수를 바라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변별력 같은거 필요 없냐구? 필요 없다. 어차피 이 교실 안에서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 누가 누구보다 점수가 높니 낮니 하는 건 의미아 없다.


그러면서 해 주는 얘기가 이런 얘기다.


"너희들은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때... '정말 뛰어난 신입을 뽑아서 우리회사를 위기에서 건져줄 수 있는 구세주로 들여야지' 라고 생각할 것 같냐.. 아니면 '뽑아서 회사의 업무를 맡겨야 하는데 제발 말귀 좀 잘 알아듣고 사고치지 않을 애를 뽑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할 것 같냐? 구세주냐 애송이냐 어느쪽을 회사에서 기대하고 있을 것 같냐?"


이런 질문을 하면 대학교에서 막 졸업하고 온 아이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직장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애들은 주저없이 대답한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애송이를 기대합니다"


"자 그러면 회사에서 신입들에게 기대하는 건 선배들이 못해내는 난제를 해결하는 능력자냐, 아니면 시키는 일 잘 하면서 맡은 일에서 사고 안치는 새로 배치된 이등병이냐?"


이런 얘기 까지 나오면 대졸 남자들은 그제서야 좀 이해가 간다. ( 아마도 군대 갔다온 넘들 ) 헌데 군대 안갔다온 사람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사실 사회에서 신입사원들에게 바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솔직히 선배들보다 잘나서 선배들을 제치고 자신이 돋보이고자 하려고 하면 그게 더 회사에서는 골치다.


설사 가방끈이 더 길고, 토익점수가 더 높다 하더라도 후배사원은 후배사원이다. 일단은 선배들을 보좌하면서 선배의 지도를 받아들이고, 선배들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적어도 1-2년간은 해야 한다. 스스로 빛을 내고 싶다면 그 이후에 가능하다고 본다.


헌데 직장생활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나 이런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잘났다는 것을 만인이 알아야 내가 인정받는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에도 "내가 옆에 있는 이 사람보다 뛰어나니까 나를 채용하세요" "내가 그 녀석보다 스펙이 뛰어난데 왜 내가 떨어지고 그 녀석이 붙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건 아닐까?


기업은 채용할 때 "남들보다 잘 난 사람을 뽑지 않고, 회사에서 일 시키고 부려먹을 사람을 뽑는다. 월급은 남들보다 잘났기에 주는게 아니라 일 잘하라고 주는거고"


해서 필자가 시험의 결과를  "통과/탈락"의 단순함으로 바꾼 근거는 여기에 근거한다. 여기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곳이고, 남들보다 잘나고 성적이 뛰어나야 취업이 되는게 아니다.


시험은 단순히 지식을 테스트 하는 것이고, 지식이 취업의 절대 지표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밥만 먹고 해당 업무만 하루 10시간 가까이 수년간을 해 온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쌓는 지식은 정말 별거 아닌걸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앞에서 자신이 잘났다고 선배들에게 '나의 이 우수함을 사 주세요' 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 않나?


그래서 필자는 시험을 치고 나면 점수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풀었고 어떤 문제를 맞추었는지는 그 학생이 어느 부분은 잘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은 모르고 있는지 상담할때의 자료 정도로만 활용한다.


대신 이렇게 얘기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경쟁자가 아니야. 동업자야.  그리고  여기서 누가 누구보다 잘났다고 하는거 내 앞에서는 우습단 말이다. 솔직해 얘기하면 철수가 영희보다 코딩을 잘하는 건 사실일지는 몰라도, 그걸 가지고 난 영희보다 잘하니까 잘난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내 앞에서는 정말 웃기고 한심한 일이라는 거지. 내가 보기엔 철수나 영희나 똑 같다."


"그리고 너희들이 정말 빛을 낼 수 있는 건 고참대리 / 초보과장 그 이후가 될거다. 그때가 되어야 회사에서도 너희들의 역량을 믿고 너희들의 판단을 믿고 회사의 자원을 몰아서 기회를 부여하게 되지, 그 이전에는 너희들은 선배들을 빛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게 맞을거야."


"즉 너희들은 지금도 그렇고 당분간도 그렇고 너희들이 남들보다 우수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괜히 경쟁의식 가지지 말아라. 대신에 상대방으로 부터 배워라. 네가 이해하고 있던 그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다른 생각으로 코드를 만드는 사람에게서 배우고 영향을 받아라. 그게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서 새로운 것을 보여 줄거다."


"그리고 너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실력으로 상대방에게 선한 영향을 주려고 애써라. 경쟁할 필요 없다. 그렇게 영향을 주게 되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나에게 스며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게 된다. 그 때 배워라.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면 되는거지 너희들이 잘하면 얼머나 잘한다고 너희들 끼리 비교하고 경쟁하냐?"


"대신 이거는 지켜야 하는게... 너희들이 대화에 낄 정도의 깜은 되어야 한다. 그건 너희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거다. 아마 너희들이 학교 다니면서 공동 과제가 떨어지게 되면 실력이 너무 없어서 팀에 전혀 기여가 안되는데 어떻게든 끼어서 점수 받으려고 하는 애가 있다면 그 애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당연한거다. 그런 애는 학점 받을 자격이 없는거다."


"마찬가지로 도움을 받을때는 받지만 그 받은 도움을 가지고 스스로를 키워 기회가 되면 기꺼이 다시 돌려 줄 수 있는 역량까지는 너희가 만들어야 한다. 그게 없이 그냥 날로 받아 먹기만 하려고 하면 그건 조직에서 퇴출되어도 할 말없다. 회사 생활에서도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것은 창피한게 아니다. 하지만 맨날 받아 먹기만 하는 건 창피한거다. 받았으면 돌려 줄 수도 있을 정도는 노력해 놓아야 한다. 시험에서 통과 탈락을 결정하는 선이 대략 그 정도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탈락은 절대 안된다. 죽어도 그 선은 넘을 정도로는 공부 해야 한다. 알았냐"


.... 그러니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 꿈꾸지 마세요. 대신 하루 하루 공부하고 실력을 키우시고 그 실력을 가지고 가급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드세요... 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세요. 그 가운데서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고, 남들의 도움으로 자라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 바로 그 마음을 가지고 회사의 문을 두들기면 되는 겁니다.


남들보다 잘나기를 바라지 마세요. 하지만 마냥 도움받기만 해야하는 사람은 되지 마세요. 그냥 배움을 즐기세요. 그러다 도저히 안될 것 같다고요? 그럼 포기하세요. 하나를 포기하면 그 포기한 만큼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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