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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02. 2017

후회가 없다면 꼴찌를 한들 뭐 어때?

"선생님 스펙이 떨어지면 자신감이 당연히 바닥을 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내가 남들에 비해서 모자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는 건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뭐 이런 얘기 하는 아이를 만나 본 적 있다. 사실 말로 안해서 그렇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자존감의 문제에 부딛칠 때가 많은데... 안타까우면서도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이 이해가 잘 안갔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필자처럼 생각하는게 이해가 잘 안가니... 상호 대화와 토론을 좀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수업시간은 짧으니... 이 문제는 각자가 살면서 알아서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될 수 밖에... 주저리 주저리 투덜 투덜...


( 사족 : 해서 진짜 인재는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에 배움의 문제는 자존감의 문제와 이어져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


스펙... 이라는 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사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스펙싸움으로 들어가면 집에 돈 많은 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돈 없는 애들이 그네들과 같은 룰로 경쟁을 하게 되면 결국 빼먹는건 부모님들의 미래와 등골이다. 게임이 안된다.


해서 아이들에게 얘기하기를 "너희 집 좀 잘 사니? 만일 잘 살아서  부모님이 너희를 위해 1억정도는 낭비하고 그냥 써 버려도 괜찮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스펙싸움으로 들어가는 것도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정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너희들에게 스펙싸움으로 승산은 없다. 그냥 포기해라. 포기하는 대신에 다른것으로 싸움을 걸어라."


"난 그래서 남들이 프로그래밍이 힘드니 어렵니 삼디 업종이니 하는 얘기들을 하더라도 프로그래밍이 참 좋다. 컴퓨터 앞에서 코딩을 할 때에는 컴퓨터는 인종과 재산과 학력과 사상을 묻고 그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하지 않는다. 자신이 딱 짤 수 있는 코드만큼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 주는 것이 컴퓨터라고 생각해. 사실 코딩하려고 셈 치면 그다지 좋은 컴퓨터도 필요 없잖아? 스펙 많이 쌓았다고 코드가 잘 짜지는 게 아니거든 ㅎㅎ"


"그러니 너희들 스스로 빽도 없고 돈도 없어서 딱히 있는 집 애들과 경쟁하면 싸움이 안된다 ... 는 판단이 서걸랑 과감하게 그네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룰로 경쟁하는 건 포기해라. 대신 집에 돈이 많더라도 별로 유리할 것 없는 바닥에서 경쟁할 생각을 해라. 그게 너희들의 살길이다"


이런 얘기들을 줄줄이 해 주지만 뭐 사람에 따라서는 꼰대라고 하겠지? ( 뭐 솔직히 그 속도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요즘 아이들의 내면에 거의 대부분은 기성세대에 의해 피해받고 살았다는 응어리가 있는 것 같더라 )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으로 설득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이런 이야기를 더해서 해 준다.


"너희들 사랑을 해 본적 있니? 사람이든 뭐든간에 .. 사실 사랑을 하는데 돈이 없고 스펙이 없어서 걸림돌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는 거.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거... 난 참 그게 분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희들이 사랑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돈 없으면 없은 애들끼리 사랑하면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사실 요즘은 있는 집 애들도 남자건 여자건 약아서 말야... 있는 집 애들은 비슷하게 있는 집 애들하고 사귀고 싶어하지 없는 집 애들과 사귈 생각하는 애들 별로 없어. 가끔가다가 있는 집 애들이 없는 집 애들과 사귀는 경우도 있긴 하지... 헌데 그건 말야 내가 보기에는 없는 집 애들 가운데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게 사상이든 마음씨든 아니면 학식이든 명예든 간에..."


"해서 나는 너희들이 환경이나 돈이나 ... 이런 주변적인 것에 구애 받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고 포기하지 말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런 거 보면 선생님 학교 다니던 시절이 차라리 더 나았다. 그 때는 도서관에서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  뽑아마시면서 소개팅하고 데이트 하는것이 가능했던 시절이거든... 헌데 뭐 요즘은 그런 걸 바라기 어려운게 좀 화난다"


필자는 "사랑하면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다. 그건 체념과는 다르다. 사랑하기에 포기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더라." 라는 이야기를 한다.


만화에서 본 한 장면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만화가 중에 "하라 히데노리" 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린 만화에서 한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야구 만화였는데 만년 예선탈락하는 야구팀이 강팀과 맞붙게 되는 경기를 앞두고 벤치에서 하는 얘기였다


"야구가 좋아서 재수할 거 각오하고 여기까지 왔잖아?"


참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한번 했다고 하면 마치 나라 잃은듯한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난 재수따위는 일찌감치 각오했다"  라고 생각하고 사는 법도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솔직히 난 스펙이라는 것이 사랑할만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펙은 사랑의 대상으로는 너무 천박하다. 거기에서는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오기와,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과시하고픈 과시욕이 느껴지지 별로 고상하지도 않고 숭고하지도 않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그다지 맞닿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내가 정말로 좋아할 수 있는, 내가 내 시간과 내 정성을 들이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을만한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스펙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까놓고 말이다... 어떤 한 사람의 청년이 있는데,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이상과 사랑에 불타서 스펙을 쌓는것에 관심을 끊고, 따라서 스펙상으로는 별볼일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가진 열악한 스펙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그 자체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러하다 ... "고작 그런거 때문에 사람을 무시한단 말야? 차라리 잘 되었다. 그 정도 안목 밖에 없는 인간이라면 그런 고상한 이상을 품을 만한 그릇도 못되.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가당치도 않듯이 잘 되었어. 그런 무지몽매한 사람과는 깨끗하게 단절하고 자신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 찾아 나서는게 훨씬 낫다구" 


아마도 그 이상과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스펙을 쌓기 위해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을 자신의 이상과 사랑을 위해 쏟는것이 아까울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마음도 애정도 없는 스펙에 집착한 사람들이 도저히 쌓을 수 없는 경험과 지혜를 축적했다' 고 필자는 믿는다.


자기 소개서에 그런 얘기를 적었다? 필자라면 그런 사람은 무조건 면접까지는 가야 한다고 본다. 사람의 깊은 인격의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열정을 간직한 사람은 매력이 있다. 남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 그리고 사회는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원한다.


"열정?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스펙이 제일 이고 가장 객관적인 지표 아닙니까?"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스펙 빠방하지만 학생에 대한 열정 없는 교사와 스펙은 고만고만 하더라도 학생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여 좀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교사... 세상은 어느쪽을 더 간절히 원할까? 교사가 좀 와 닿지 않는다면 유치원 선생을 생각해 봐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 없이 툭하면 아이들을 홀대하고 상처주기도 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위해 '적어도 내 근무시간 만큼은 아이들을 위해서 온전히 내 던진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 어느쪽을 당신은 선호하는가 말이다.


필자는 "에린 브로코비치" 라는 2000년에 상영된 영화를 정말 감명깊게 보았다. 아마 10번 가까이 보았을 것 같다. 이 영화는 필자가 힘들때 막막할때 정말 많은 위로를 준 영화이다. 또한 실화이기도 하고... 통장에 단돈 16달러만 있던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에린 브로코비치는 초 거대기업 PG&E 를 상대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 편에서서 헌신과 열정으로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 열정은 불과(?) 4년의 노력으로 3억 3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PG&E 로 부터 받아내게 되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 곁다리로 2000년 이 영화로 주연 줄리아 로버츠는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다. 강추하는 영화이다 )


열정을 가진 한 사람의 싱글맘이 대기업도 로펌도 이겼다. 그 실제적인 사례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만일 당신이 스펙싸움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스펙 싸움을 포기하고 대신 당신의 열정과 애정을 쏟을 대상을 찾아서 그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그 스토리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회사를 찾고 사람을 찾아라. 그 안에서 당신은 존중받고 사랑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감동이라도 있다면 당신은 그 이야기를 자기 소개서 안에 적을 수 있다. 그 이야기가 영혼없는 스펙경쟁에서 벌어진 이야기들 보다 사람들에게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못알아 듣는 사람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많이 봤으니까.

그런 분들은 그냥 소신껏 사시라... 지금 내가 무슨 얘기를 한 들 못 알아 들을테니.


대신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구지 당신들의 생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마시라.

나는 스펙 싸움에 승산 없지만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편에 서기로 작정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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