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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2. 2017

우등생만 모인학교에선 공부는 장점이 아니다

"병장들만 모아 놓은 소대는 과연 최고의 소대가 될 수 있을까요?" 라고 지난 글에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께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고, 어떤 독자는 "그렇다" 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독자는 "아니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필자가 제시한 이 문제에 정답을 필자가 정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취합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은 한다. 정답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해야 하고 고려해야 할 많은 의견들이 나올테고...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들으면서 조정하면서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를 끌어 낼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사실 그게 민주주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매일 매일 그때 그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토론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서럽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고, 모두가 용납할 수 있는 소대를 구성할 수 있을른지" 를 같이 결정하는 모습... 그러기에 필자는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병장들만 모아놓으면 쎄긴 쎌 것 같다" 라는거다. 사실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특목고 같은 경우를 봐 보자.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공부를 잘한다. 그건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 


비단 공부 뿐 아니다. 2000년대의 미국 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즈 같은 경우도 제국... 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다른 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을 죄다 모아서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을 배치해서 적어도 이름값으로는 타 구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슈퍼스타들만으로 이루어진 팀... 그 시절의 뉴욕 양키즈는 매번 우승을 하지는 못했어도 강팀이었던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필자는 화두를 던진다. "그래, 병장들만 모아 놓은 소대라면 그들 끼리 마음이 잘 맞고, 계급장에 따른 권위 내려 놓고 이병들이 할 허드렛 일 까지 할 마음이 있다면 최고의 소대가 될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중대 전체를 보게 되면 그게 과연 최선일까?"


일단... 병장들만 모아 놓았을때 마음이 잘 맞고, 허드렛일을 할 마음을 가지는 인물이 흔치가 않다. 뉴욕 양키즈 시절에도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내세우는 야구를 할 때, 팀을 위해 희생을 자처하면서도 구심점의 역할을 하는 존재 ( 폴 오닐 / 데릭 지터 ) 가 없었다면 지리멸렬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는 서울대 들어간 동창들이 몇 있다 ( 필자는 아니다 ㅎ ) 그 중의 한명의 이야기다. 정말 인성도 출중하고 성적도 출중하면서 리더쉽까지 있어서 모두가 좋아하던 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훌륭한 성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에 자신이 원하던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 이후 오나가나 얼굴도 보고 종종 소식도 들었는데 나중에 사회생활 하면서 들은 얘기다


'사실은 남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솔직히 그 얘기 듣고 너무 놀랐다. 인성과 실력에 집안까지도 탄탄했던 그 친구도 그런 마음고생을 했었구나... 하는, 그래서 그랬을까? 사회생활 하면서도 얼굴을 봤는데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모르지만 나름의 마음고생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진 그 친구의 삶에 일단 엄지 척 하나 올려주고... ㅎㅎ


자 여기서 정리해 보자. 만일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만 모은 학교를 만든 경우 ( 아마도 과거의 경기고등학교나 지금의 대원외국어고 같은 )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끼리 모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다 향상되는 효과를 만들어낼까?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확답을 내릴 자신은 없다. 통계 조사한 적도 없고 하니까. 하지만 나름의 경험에 의거한 직관으로는 아닐것 같다.


물론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 퍼센테지를 낼 정도의 깊이 있는 연구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사실 굉장한 장점이 될 수 있는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따로 모이게 되면 그 장점은 더 이상은 장점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자존감을 죽이게 되고 커다란 장점을 죽여버리는 거 아닐까?


공부를 열심히 할거다? 그건 인정할 수 있다. 해서 아마 수시전형 없이 정시전형만 할 경우 대원외국어고 같은 경우에는 엄청난 합격률을 만들어 낼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만나서 들었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 더 공부를 잘하라고 하는 것 보다, 차라리 그 나이에 걸맞는 생각의 깊이, 경험의 깊이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대학원 이후 훨씬 더 커다란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공부를 잘 하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가 공부만 잘 해서 잘 살수 있는 시대가 이미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장점을 정말 살리기 위해서는 공부만 해서는 안되는 거 아닐까?...


이번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굉장히 주목받던 인물중의 하나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인데, 사실 공부를 엄청나게 잘했던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하면서 선배들조차 존중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접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과거의 "공부만 잘 하면 다 OK다" 라는 인재상에서 이제는 벗어날 시기도 되지 않았을까나?


사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자존감도 높고, 리더쉽도 있는 경우들이 꽤 많다. 그리고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그런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필자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일 수록 더 자신의 장점인 공부를 통해서 타인으로 부터 신뢰를 받는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딱 한번의 경험 이후에 절대로 성적순으로 반을 편성하여 과제를 부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점... 공부 잘 하는 애들도 방황할 때가 있다. 방황과 고민속에서 헤메일 때가 있고, 성적이 곤두박질 칠 때가 있다. 그 때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모인 교실에 있는 경우와 다양한 성적과 개성의 아이들이 섞인 교실에 있는 경우... 어느 쪽이 더 그 방황에 대한 답을 얻는데 도움이 될까? 시험을 망쳐서 고민하고 방황할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는 아이들이 그런 방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다양함은 위기에 강하다. 그건 집단지성이라는 것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사실... 공부만으로 경쟁하는 교실이라면 필자의 선입관으로는 왜인지 "저 녀석 정신 못차릴때 격차를 좀 더 벌여야지" 라는 생각을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있다. ( 실제로는 그런 일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 하지만 다양한 개성과 장점을 가진 아이들이 소통하는 교실이라면 그런 방황에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만화를 무척 좋아해서 많이 소장하기도 하는데, 필자가 좋아하는 만화중에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이라는 순정만화가 있다. ( 남자가 순정만화? ㅎㅎ 헌데 뭐 로맨스 드라마도 보는데 순정만화가 어디가 어때서 ) 그 만화의 여 주인공인 미야자와 유키노는 성적우수+외모단정 스타일의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더 성장하였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그 만화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물론 "만화는 현실과 다르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커다란 장점인데,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 끼리만 모여놓는 것과 다양한 아이들 사이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끼어있는 것... 어느 쪽이 공부를 잘 하는 아이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일까?" 라는 거다.


아마도 이 화두에도 정답은 없을거다. 그리고 솔직히 반에 꼴통들과 일진들이 득시글 거리고 학습분위기 개판이라면 사실 제대로 공부하는 몇몇이라도 살리기 위해 별도의 학급을 만드는데 필자가 제일 먼저 찬성하고 나설거다. 그건 확실하다. ( 건물도 따로 쓰라고 데모를 할거다. )


하지만 전제를 두기를...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모인 학급이고, 그 안에서 성적이 좋건 나쁘건 그것때문에 아이들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고 서로가 존중하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형성된 학급이라면... 그런 학급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따로 모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빛을 발한다. 똑 같은 아이들끼리 있으면 아마 경쟁은 될 수 있을거다. 하지만 그런 경쟁은 프로의 세계에 들어서서 하는게 필자는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고등학교 시절의 인간은 미숙하다. 방황을 경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방황을 받아 줄 수 있는 교실이 필요한 시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신의 장점이 뭔지, 단점이 뭔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삶의 커다란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기이지, 그 시기의 "성적"으로 인생의 모든것을 결정한다고 한다면 그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한번 생각의 화두를 던져본다. 만일 여러분의 자녀가 성적이 우수하다고 생각해 보고, 학교가 적어도 학교에 와서 배우고자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모여있다고 전제할때, 당신의 자녀는 우등생들만이 모인 학교에서 빛이 날 것 같나요... 아니면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빛이 날 것 같나요?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정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못할 짓 많이 한거다. 솔직히 지금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험악한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준게 아이들인가? 아니다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지금이라도 정말 "아이들에게 어떤 학교, 어떤 교실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가" 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필자가 이전 적은 글에 그런 내용이 있다. "좋은 교실"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좋은 교실을 만들고 그런 좋은 교실이 모인 좋은 학교를 만들어 주기위해 고민해야 할 어른들이 "학교의 시스템을 장악해서 부모들 등골 뽑아 돈을 벌어볼"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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