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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1. 2017

경험많은 병장들만 모아서 소대를 짜면 어떻게 될것같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필자도 만감이 교차하는 중이다. 아마 이번 탄핵사건 이전의 대한민국과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은 다를 것이다. 아니 반드시 달라야만 한다. 과거의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많은 그릇된 적폐를 청산하고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 본다.


돈 많은 부모이건 돈이 없는 부모이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가장 커다란 관심사는 자녀의 교육이다. 아마 부정하기 어려울 거다. 자녀가 성장한 뒤에 자신보다 더 큰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건 돈이 많은 부모와 적은 부모가 같을거다.


적어도 자녀의 교육만큼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기를 많은 서민 부모들은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이미 금수저 은수저로 이야기되는 "있는 집 아이들"에게 한껏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없는 집 아이들은 있는 집 아이들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과연 그들은 정신력이 모자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일까? 의지가 부족해서?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는 않다. 해서 그들의 입장에서 필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앞으로 좀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에 탄핵되었지만 실은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때 한없이 슬펐으면서도 ( 필자가 지지한 후보는 아니었으니까 )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 바로 "평준화"였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중에는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겠다" 라는 것이 명백히 들어 있었다. 그 법이 제정되어 공약이 실천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사람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커다란 업적은 중학교 고등학교의 과감한 평준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평준화 정책이야 말로 의료보험 제도와 함께 서민들의 삶의 숨통을 틔여 준 결정적인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인 권위를 지닌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 인정할 건 해야 한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ㅎ )


그게 어느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을까? 아마도 지금 모든 대학교를 평준화 시키는게 더 쉬운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대학교는 다 레벨이 있는거 아닌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학이 평준화 된 나라가 더 많다. 일류 이류 대학을 이야기하는 국가와 우리나라가 가까와서 그렇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대표적인 국가 되겠다.


필자는 경기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물론 평준화 이후에 다녔던 터라 그렇게 대단한 학교를 다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평준화 이전의 졸업생들은 달랐다. 그 당시의 경기고등학교는 서울대 합격 이상의 난이도를 보였고, 살제로 경기고등학교에 들어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울대로 진학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원외국어고 수준의 학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런 얘기까지 있었다. "평준화 이전에 입학해서 학교다닌 졸업생과 이후에 입학해서 학교다닌 졸업생은 동문회도 따로한다" 라고... 한마디로 후배로 인정 안한다는 그런 얘기였다 ㅎㅎ


갑자기 왜 평준화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실제 우리나라 교육개혁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이슈가 될 만한 것이 바로 이 평준화이기 때문이다. 평준화를 하느냐 마느냐... 의 이야기...


평준화 반대측에서는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교육시킬 수 없다.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준화는 없어져야 한다" 라는 주장을 펼친다.


반대로 평준화 찬성측에서는 "평준화를 없애면 공교육은 붕괴한다. 그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공교육에 의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이 평준화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끝이 없다. 정말로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다. 그리고 양 쪽의 논리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각 진영에서 인용하는 연구 결과들도 충실하다. 아마도 평준화 찬성과 반대의 각각의 논리만 들어보면 어느쪽에 우위를 주기 힘들 정도의 탄탄한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평준화 찬성의 입장이다. 결론은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평준화만이 살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의 결론은 "다양성과 공정성, 두개를 동시에 담아내기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무리다. 결국 둘 중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다양성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한다.


한번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같이 생각을 해 봤으면 하는 주제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다양성과 공정성 두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을까? ... 하는 것이다. 두개가 동시에 구현되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걸로 가면 된다. 평준화는 그것을 위한 수단이지 평준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나름 관심이 많았다. ( 사실 모든 학부모들이 다 관심이 있겠지만 필자도 남다른 관심이 있다 ) 


필자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 교육제도로 부터 엄청난 아픔을 당한 피해자들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들은 학교에서 충분한 지식을 얻지 못했고,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고,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 듣지 못했다. 거의 무방비 상태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생활로 내몰렸다.... 당연히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나이를 먹어가는 현실을 강요당했고...


필자의 관심은 공부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애들은 그냥 내비둬도 알아서 잘 한다. 그리고 그냥 평범하게 대해도 우리나라의 교육적 환경에서는 그들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 받게 된다.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공부에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그것을 격려해야 하고, 공부가 생각만큼 잘 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고민도 들어 주어야 하고, 슬럼프에 빠질 경우에는 끌어내 주기도 해야 한다. 그네들에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공부의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의 몇배에 달한다.


이해가 안간다고? 공부는 잘하는데 노래는 잘 못하는 아이에게 "노래로만 대학가는 세상" 이 되었다고 생각 해 보면 조금 와 닿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그런 평범한 아이들이 의지하는 교육이 "공교육"인데, 그 공교육을 망가트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평준화를 무너트리는 방법이었다. 그러기에 필자는 평준화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보물같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평준화가 왜 공교육을 망가트리게 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이 있겠지만 필자가 이해하기는 이렇다.


필자는 예전에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면서 좀 특이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반이 총 20명이라고 한다면 1등에서 5등까지 묶어서 팀을 만들고, 6등에서 10등까지 묶어서 팀을 만들고, 11등에서 15등까지 한팀, 그리고 16등에서 20등까지 한팀... 이렇게 성적순으로 팀을 나누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딱 한번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하지 않는다. 나름 각자의 실력에 맞는 수준의 "맞춤형 교육"을 한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짧았다. 그리고 독자들도 절대 그런식으로 팀을 나누어서 팀별 과제를 주는 일은 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성적우수자팀은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성적나쁜자팀은 예상대로 지리멸렬한 결과를 만들어 냈고... 거기까지는 예상했기에 성적나쁜자팀에게는 실력에 맞는 "쉬운"과제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에게는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고 배울 사람이 없었다. 같이 헤메었을 뿐...


중간 레벨의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까놓고 얘기하면 모지리들이 모여 놓으니 모지리밖에 안되더라는 거다. 


좀 더 와닿는 비유를 해 볼까?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만일 중대장이 "우리는 지금부터 계급별로 소대를 따로 편성한다. 병장들은 1소대, 상병들은 2소대, 일병들은 3소대, 이병들은 5소대에 배치한다" 라고 했다면 그 중대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사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야지 사회는 돌아간다. 학교도 마찬가지고. 미국의 입학사정관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이런 다양성이다. 사실 필자도 이런 다양성을 무지무지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성적순으로 따로모여" 라는 방법은 결코 다양성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거기에 비해서 실력이 골고루 섞인 팀은 확실히 활기가 생긴다. 일단 리더를 중심으로 힘이 실린다. 선생님도 리더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그리고 리더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실력이 없으면 그 프로젝트 안에서 비교적 쉬운 일을 하지만, 또한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팀원에게서 배운다. 그리고 가장 실력이 좋은 팀원은 가장 어려울 때에 팀원들을 끌어주고 막힌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마디로 군대에서 병장 - 상병 - 일병 - 이병이 골고루 분포되어 각자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을 하는 형태와 유사하게 되는거다. ( 물론 꼴통들이 섞여있으면 그 나름대로 골치긴 하지만 ㅎㅎ )


사실 평준화를 추구하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성을 만들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필자만 하더라도 평준화 시절의 학교를 다녔지만 그 안에서 다 획일적인 사람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필자의 동기동창중에는 클론의 강원래 구준엽도 있었지만 주영훈도 있었고 강용석 ( 썰전의 초대 진행자. 전 국회의원 ) 도 있었다. 다들 개성넘치는 인물들 아닌가 말이다.


실력이 차이나는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이 훨씬 활력이 넘친다. 그게 필자의 경험이다.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동등하게 존중받고 관심받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투닥투닥 거리는 곳이 좋은 교실이다. 


사실 ...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하니까 개성이 생길 틈이 없기에 다양하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나 정도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주면 왜 다양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당연히 생긴다고 필자는 본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공부 잘하는 또는 공부 못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학급과 일등에서 꼴찌까지 공존하는 학급... 어느쪽이 더 좋을른지...


"병장들만 모아놓은 소대가 과연 최강의 소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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