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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3. 2017

방황이 당연한 청소년을 위한 그물망을 소망합니다

"선생님 헌데 코딩얘기는 언제 하시려구요?" 이런 질문을 할 독자도 있을른지 모르겠다 ㅎㅎ. 헌데 사실 코딩공부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 있기는 한데, 코딩이 기존의 공부와 엄청나게 틀리거나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환경이 안정되고 자존감이 튼실하고 학습일정이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코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것이 그다지 충실해 보이지 않는데, 코딩 하나만 더 배우면 마치 인생 한방에 역전을 할 수 있을것 같은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코딩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시라. "코딩만 배우면 인생 한방에 뒤집을 수 있냐" 라고... 아마 대다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거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강하기 보단 섬세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철학자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이야기 한 뉘앙스와 필자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뉘앙스는 비슷하다 ( 몸치라서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 인간은 배려하고 보듬어 주어야 하고 인간의 한계치를 넘는 무리를 강요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일이나 공부가 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필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정신으로..."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다. ( 그리고 그런 인간한계초월... 에 대한 시도는 거의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


필자의 사회적 경험으로 보면 "똑똑한 사람 망가지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 는 생각을 한다. 지금 바로 옆에 반듯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사람도 자신이 견디어 낼 수 없는 환경에 단 몇달만 처하게 되면 망가져 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도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는 환경에 처할 수 있으니, 우리 망가지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는 시스템에 만들어 놓자" 라는 생각에 공감대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망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방패"를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논리가 "왜 내 것을 빼앗아서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느냐? 난 그렇게 못하겠다" 라는 논리이다. 사실 이 논리도 타당하기는 하다. 정말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극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해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 입장에서는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걸 노력도 하지 않고 지원만 바라면 어떻게 하느냐"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어느정도는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 5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진행할 때 "적어도 주중 5일은 절대 약속잡지 마라. 공부에 백퍼센트 올인해라. 친구들과 술 약속 만들지 마라. 공부만 해라. "


"주말까지 그렇게 하라는 얘기 안한다. 주중에 술먹으면 적어도 이틀이 날라간다. 그러면 일주일 날라가고 한달 날라가는거다. 하루 밀리는게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다면 그 생각 버려라. 우리는 지금 하루 하루 밀리면 죽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 못한 거 내일 절대 보충하기 어렵다. 오늘은 오늘 해야 할 공부가 있고 내일은 내일 해야 할 공부가 있다. 그러니 절대 주중에는 술 먹지 말고, 소개팅도 잡지마라. 오직 공부만 생각해라."


"나도 이게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이야기 라는거 안다. 놀고싶은거 잘 안다. 하지만 5개월 동안에 취직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자신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이야기 한건 너희들이다. 만일 너희들이 하루 4시간씩 2년간 배워야 한다고 했다면 여기 왔을까?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프로페셔널 프로그래머로 겨우 간신히 먹고살 수 있을 수준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기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선택은 너희들이 했다. 그러니 거기에 대해 책임도 져라"


헌데 이렇게 얘기해도 말 안듣고 친구가 선배가 부르면 술 먹으러 나가서 밤새도록 술먹고 그 다음날 떡이 되어서 수업듣겠다고 와서 하루 왠 종일 잠만 퍼 자는 애들이 있긴 있다. 한심해도 어떻게 하나. 자기가 자기 인생 알아서 사는건데 말야. 나중에 물어보면 '친구가 여친과 헤어졌다고 힘들어 해서...' '고향 선배가 취직이 안된다고 우울해해서...' 이런 사연들이 나오긴 하지만 뭐... 지금 니들이 남들 걱정할 때가 아니거든요!!!


이렇게 한 두번 하고 나면 아주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수업 못 쫓아오고 벙벙거리고... 나중에 가면 "그 때 술먹으러 나간거 정말 후회됩니다. 그 하루 때문에 치룬 댓가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솔직히 친구들이 부르고 애인이 팅팅거려도 공부에 매진한 애들의 입장에서 이렇게 술 먹으러 나가서 진도 놓치고 공부 못 쫓아오는 애들을 바라보면 솔직히 "안쓰러우니 도와주어야 겠다" 라는 생각 보다 "한심하다. 지금 네가 그럴때냐?"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당연한거 아닌가?


실제로 맨날 술만 퍼 먹으면서 "세상이 자기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서 불공평해서 억울하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필자는 많이 봤다. 그냥 일반인이 보기에도 "저 사람은 저럴 시간에 뭐라도 좀 해야 하는데 뭐하는거냐?" 라는 욕을 먹기 충분한 경우가 꽤 많다... 젊은 애들도 몇년간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는 경우도 꽤 있지 않나? ( 그 시간동안에 필자에게 와서 코딩이라도 배웠으면 그래도 직장이라도 얻을 수 있었을텐데... )


사실 필자는 북유럽의 복지제도에 대해 꽤 높이 평가하는 편이지만, 결국 국가의 시스템은 국민의 수준에 맞게 만들어진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직 우리나라에서 북유럽 수준의 복지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건 시기상조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걸 정착시키려면 교육제도 부터 정비해야지 단순히 세금을 거두고, 그걸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분배'만 이룬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교육과 채용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는 자존감과 민주적인 소양 등등... 아직까지 손 봐야 할 제도가 한 둘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말이다... 정말로 "추락하는 사람을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 또한 발 하나만 삐끗하면 언제든지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국가적 시스템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 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어느날 노동부 주관의 강연을 나간 적이 있다. 거기서 강연을 끝내고 질문을 받는데 한 미모의 ( 정말 이뻤다 ) 아가씨가 와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너무 강의 잘 들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건넸다. 


"... 석달이면 똑똑한 사람 바보 얼마든지 만들수 있다는 대목에서 울컥했어요. 저 사실 명문대 출신이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직장에 들어가서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고 저한테 직장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상사를 만나서 괴롭힘을 당해서 석달만에 그만두고 심리치료 중이거든요... 꼭 회복해서 재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안하는 넘들 배려할 필요 없다고 ... 노력 안한거니까 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는 우수한 사람인데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길 리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 헌데 그건 오만한 일 아닐까?


사실 교통사고 한방이면 그거 다 무너지는 세상이 요즘이다. 의사라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담당암이나 췌장암 같은 경우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몇달안에 안에 비명횡사를 한다. 심지어는 이건희 회장같이 모든것을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사람도 심혈관이 막히면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


필자가 아는 사례 중의 한 케이스이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정말 우수한 모범생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집안도 꽤 잘살았다. 상위 1% 두뇌와 1% 부유층에 동시에 속한데다가 미모출중하고 인성 훌륭한 아이였는데... 아버지가 불륜에 휘말려서 가정이 갑자기 몇달만에 박살이 나 버렸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그 아이는 공부할 의욕을 잃었고 .. 성적이 곤두박질에 곤두박질을 거듭하기를 몇달 하고나니 그 이후에는 만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성적 맞춰서 전혀 맘에 차지 않는 대학을 들어갔다는 얘기...


"우수한 아이들을 배려해서 그들을 리더로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라는 논리와 "추락하는 애들을 대비해서, 그들이 정신차렸을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물망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라는 논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같이 가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고등학교가 명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은 "서울대에 몇명 합격했느냐" 로 이야기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공부 못하는 애들이 충분히 배려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만일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이 있어서 그 시험에 합격하는 합격률로 명문고를 따진다고 한다면 서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우수한 성적을 가진 아이들이 지금만큼 관심과 지원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까?...


이 둘이 양립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한다. 괜히 요즘 교사가 갈곳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괜히 임용되지 못한 교사들을 코딩과목 교사로 돌려서 세상 우습게 만들지 말고, 적어도 학교 안에서라도 "어려운 일 당해서 정신 못차리는 것 까지는 어쩔수 없겠지만, 적어도 나중에 제 정신 돌아왔을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은 한다.


필자는 그래서 "검정고시"를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치뤘으면 하는게 바램이다. 우연히 검정고시 시험문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완전 훌륭했다. 솔직히 수능시험문제보다 더 맘에 들었다. 


중졸/고졸 자격시험으로 이름만 바꾸어서 모든 학생이 치루게 하고, 그 합격률을 공개하는 정도만 제도를 바꾸어도 적어도 학교에서 잠만 퍼 자는 아이들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일은 없을거다. 그리고 성적이 안 나오는 애들에게 "야 최소한 검정고시는 통과해야 너희들이 안 쪽팔릴 거 아니냐" 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거다. 그게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학교를 나오면 이정도는 됩니다... 를 얘기하는 것이 학교의 명예이어야지, 우리학교는 서울대를 몇명 보냈습니다... 를 이야기하는 것이 학교의 명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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