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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pr 03. 2017

특목고 학생들이 당하는 역차별도 없애야 해요...

특목고 학생 학부형과의 대화 (3)

7. 아마 지금의 제도가 고착화 된다면 외고 특목고에 대한 역차별이 더욱 심해질겁니다. 그러면 외고안에서 중간 이하의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손해를 봅니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목고에 자녀가 들어갔으니 점점 더 크게 와닿으실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억울하고 분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저도 과거에 강남에서 8학군이라 불리우는 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 까 놓고 얘기하자면 경기고등학교 84회 졸업했습니다 ) 당시는 특목고 같은 개념이 없었고 다 국정교과서로 공부를 하던 시절이었기에 다른 학교에 비해 특별히 유리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똑 같은 교과서였고, 똑 같은 참고서 ( 수학은 정석과 해법, 영어는 성문과 맨투맨 ) 그리고 선생님은 잘 가르치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도 있었고... 공립이라서 들어오는 선생님도 많고 나가는 선생님도 많고... 다른 학교에 비해 특별할래야 특별할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죠


헌데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친구들을 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이 너무 짧았더라는 겁니다... "학습 분위기가 좋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 이건 상상이상의 특권을 누렸다는 것이더라고요...


까 놓고 얘기하면 고3때 제가 있던 3학년 15반의 경우... 반 평균점수는 이과 반 중에서 거의 바닥에 가까왔어요. 우스개 얘기로 반 정원이 70명 정도였는데... 35번 이상은 ( 한마디로 키가 커서 뒷자리에 있던 아이들 ) 모두 재수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반은 아니었습니다.


헌데 이 반에서 서울대만 4명을 현역으로 갔습니다. 재수까지 합하면 8명이 서울대에 합격을 했습니다. 학교 전체가 아닙니다. 한 학급 안에서 그렇게 된겁니다. 요즘은 한 학교에서 서울대 4-5명 보내기도 쉽지않아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오면 정문에 플랭카드도 붙고... 하는 일을 쉽게 보고 있지만 그 당시 경기고등학교는 반에서 7-8등 정도 하는 성적이라면 서울대를 노려볼 만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대학에 가서 ( 저는 서강대학교 나왔습니다 ) 얘기하니까 다들 말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다닌 서강대에서 아직까지도 저는 저보다 내신성적 나쁘면서 서강대 붙은 사람은 딱 한명 봤습니다. 서울고등학교 나온 친구 한명 압니다. 그 이외는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내신을 받아서 서강대 들어온 녀석들 뿐이었어요.


그 때 대충 감을 잡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 아이들에 비해 얼마나 커다란 특혜를 받은것인지를 말이죠...


사실 제가 학교를 다닐때는 잘 몰랐지만 그 분위기에 젖어서 당연한 것 처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꿈도 꾸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라는 걸 말이죠...


조금 쉽게 얘기하자면... 야구 명문고의 야구팀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졸업하면 프로야구단에 4-5명씩 꼬박 들어가고, 대회에 참가만 하면 거의 4강 정도는 따놓은 당상인 학교에서 자신을 끌어줄 수 있는 동료 선후배와 같이 야구를 하는 것과 , 정말 나 하나 빼놓고는 변변한 선수가 하나도 없고 나 혼자 야구하다가 백전백패 하는 야구부에서 야구를 하는 것의 차이 정도가 난다고 하면 과장이 아닐 성 싶습니다.


물론 노력을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요...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앞과 옆뒤에서  끌어주고 독려하면서 또한 안심하고 뒤를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것은 하늘 땅 차이나는 거죠...


마치 전쟁터에서 믿을 수 있는 베테랑 동료와 함께 전쟁을 치루는 것과 총기 오발사고나 저질러서 적이 아니라 아군의 총에 맞아서 죽을지 모르는 그런 부대에 소속되어 전쟁을 치루는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사실 특목고에 진학을 한다는 것은 내신성적으로는 굉장히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원 외국어고 같은 예를 들어보면 내신 최하등급이 연세대 고려대 진학을 하는 경우들도 흔히 벌어지고 있거든요...


제 친구중에 중앙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한번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겁니다.


저는 수시모집에 있어서 입학사정관제 아래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입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요... 입학사정관에게 누가 압력이라도 넣든지 아니면 청탁이라도 어떻게든 넣어서 불공정한 입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입학사정관제를 반대하는 쪽이었는데...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해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친구 왈... 그나마 수시모집의 입학사정관제 아래에서 학생을 선발해야 특목고 아이들이 아닌 일반고 아이들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겁니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성장배경과 공부하는 환경을 감안한 선발을 하게 되는데 특목고에서 공부한 것을 일단 상당히 유리한 환경에서 공부한 것으로 보고, 같은 성적 또는 약간 떨어지는 성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반고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라고요...


만일 이런 "열악함"에 대한 보정 없이 그냥 평등하게 시험을 치루면 일반고는 특목고에 한마디로 올킬... 을 당할거라는 얘깁니다. 명문대 뿐 아니라 인서울에 왠만큼 이름있는 대학들 전반에 걸쳐서 말이죠.


지금 내신을 통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쉽게 얘기해서 특목고 꼴찌 수준의 내신을 맞더라도 특목고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반고의 내신 최고등급을 맞고 시험치루는 아이들을 충분히 제낀다는 거죠. 내신의 불리함을 감안하고도 말이죠...


하루 정도 생각을 해 보니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더라고요... 제가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다니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 한마디로 그 동네에서는 날아다닌다던 아이들 - 과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들이 주루룩 생각이 나면서 말이죠...


아마도 이 차이는 그냥 내버려 두면 더 크게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고와 특목고의 역량차이 말이죠... 사실 일반고의 선생님들은 자꾸 어려워지고 빨라만지는 진도에 적응하지 못해서 학생들로 부터 신망을 잃은 선생들이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목고는 고르고 고른 자원을 통해서 교육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고요...


만일 특목고 외국어고를 없앤다... 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찬성이지만 거기에 병행해서 되어져야 하는 것이 일반고의 교육의 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일반고도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경쟁력 있는 교사를 확보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혁신을 가지고 와야 제대로 된 교육의 재정립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아마도 이런 불균형은 언젠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와 같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세상이 펼쳐지게 될 겁니다. 아니 이미 펼쳐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고를 나와서는 특목고 꼴찌에게도 처참하게 밀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우리나라 사회는 학벌사회 대동단결하게 되겠죠. 그리고 고등학교를 어디 나왔느냐에 따라서 이제는 사람의 능력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일 까지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일반고를 없애고 모두가 특목고 수준으로 올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공교육의 본질에 어긋나기도 하고 ... 아이큐 100-110 정도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가르쳐야 하는 현실에도 부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특목고가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을 일반고가 해야 합니다. 좋은 선생을 뽑고 ,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교사들의 철밥통을 깨야 할 때는 깨야 하는 것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서 저는 특목고를 진학했지만 특목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숨통이 트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령으로 특목고를 갔지만 사실 공부에 대한 재능이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도 "괜찮아 너 정도 재능이면 충분해. 너에게도 미래는 있어. 주눅 들 필요 없어. 평범한 재능으로도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어" 라고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특목고 외국어고는 그냥 일반고로 전환되지만 대신 인사제도와 교과과정의 개혁도 같이 병행되어서 아이들에게 좀 숨통이 트고... 학교에 가는 것이 기대되는 학교... 를 만드는 쪽으로 앞으로 세상이 좀 바뀌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사교육 비용 때문에 학부모의 허리가 휘어서 나중에 노후자금까지 다 아이들 학원비로 털어넣는...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은것이 솔직힌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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