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늑대 Apr 03. 2017

특목고 학생 학부형과의 대화 (2)

이전 글에 이어서 계속해서 특목고 학생의 학부형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중간 중간 학부형의 이야기도 곁들이겠지만 지금은 필자의 이야기를 주로 쓴다. 양해 바란다.


5. 사실 중고등학교때 공부 잘하는 것은 크고 나면 대단한게 아닙니다.. 그렇기에 중고등학교 시절 모든것이 결판난다는 식으로 사회가 돌아가면 대기만성형 인재는 한명도 제대로 등용되기 어렵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급제한게 30대 후반이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창 늦은 나이죠. 유사하게 우리는 나이 들고 난 다음에 빛을 발하게 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게 제대로 된 인재에 가깝습니다.


10대시절에 각광받고 끝까지 자신의 역량과 명성을 이어간 사람들보다 중간에서 퍽 하고 엎어져서 못일어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재... 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두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 놓아야 합니다. 첫째로는 잘 나가다가 엎어진 사람들을 제대로 일으켜 세워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야 하고, 두째는 나이들고 난 다음에 자신의 역량을 깨우치고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 역량에 맞는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야 합니다.


헌데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하고 실수도 많이하는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특목고에 들어가면 인생성공 그렇지 못하면 인생쪽박... 으로 귀결되는 교육 시스템이 사회에 고착화 되어지게 되면 학교 다니면서 엎어진 애들도 그걸로 인생 종치게 되고.. 나중에 자신의 능력에 눈 뜨게 되는 애들도 이미 늦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건 안쓰러움을 넘어서 사회적 인재를 그냥 낭비하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사실 중고등학교의 성적이 좋더라도 사회생활이 안 풀린 경우는 허다하게 많습니다. 그 반대로 중고등학교의 성적은 그냥저냥인데 어른되어서 잘 되어진 경우도 수 없이 많죠.


어른들의 세계야 자신의 역량에 따라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는게 당연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사회생활과는 달라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소신껏 저지른 작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배우는 시기입니다.


필자가 코딩을 가르치면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좋은 질문" 과 "적절한 실패" 입니다. 사실 좋은 질문을 하는 궤도에 올라선 학생은 그냥 그 때부터는 내버려 두어도 좋을 정도가 됩니다. 질문에 대한 답만 해도 그들은 인재가 될 정도죠.


그리고 비교적 짧은 코딩이지만 뭐가 꼬이고 안되어서 "이거 이런식으로 하면 안되는데... 음 왜 안되었을까.." 를 고민하는 것은 그냥 책만보고 돌아가는 코드를 베껴 짜 넣은 것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자신이 소신껏 저지른 실패를 통해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게 되니까요.


필자는 족집게 학원을 참 싫어합니다. 물론 족집게 학원을 다니면 성적은 오릅니다. 거의 오르더라고요. 헌데 그 족집게 학원은 "요령" 을 가르치기에 "질문" 과 "실패"의 여지를 처음부터 봉쇄합니다.


이런식으로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서 대학에 가더라도 정작 본 게임에 해당하는 대학공부 또는 그 이상 또는 직장에서의 업무처리... 에 들어가게 되면 거기서는 족집게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작은 실패를 거치지 않고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춘 인재라는 평판을 얻기는 굉장히 어려운 세상입니다.


지금은 변혁의 시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특목고 외고 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걸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만이라도 마음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고 시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조금은 실패하면서 내가 왜 잘못되었을까...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실패할 수 있는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그런 환경 보다 말이죠... 아마도 지금 특목고를 다니는 자녀분에게도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교육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면 아마도 학부형님 께서도 훨씬 교육에 대해서 만족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교육에 대한 깊은 통찰없이 그냥 다짜고짜 부자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니까 없애야 한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저도 그건 싫습니다. 하지만 교육 전체를 제대로 된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특목고 자사고가 일반고로 돌아가는 것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음놓고 성적 꼴아박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한번쯤 열중해도 좋을"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그런 교육환경을 앞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꼭 보고 싶습니다.


6. 중고등학교가 공부하고 문제푸는  요령을 배워야 할 나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공부 잘 하는 아이는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합니다...


가끔 보면 ...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재이니, 이런 우리아이들을 위한 학교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을 많이 만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는 경우에 한해서라면... 대부분 "요령"으로 만들어진 재능이었지 정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가끔은 진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긴 했습니다. 헌데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사실 뭘 막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냥 그 아이들과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기만 해도 그 아이들은 알아서 잘 합니다.


그런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억지로 뭔가를 주입하고 틀에 맞추려고 하면 오히려 망가집니다. 해서 그런 아이들은 일단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만일 부모가 자녀의 재능에 대해서 오판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재능을 오판해서 사교육을 많이 받고 그 효과로 특목고에 진학을 해 놓고 보니... 자신이 실은 재능이 없고 그간의 족집게 교육으로 이 자리에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한다면...? 그 뒷감당을 누가 할까요... 그 상황에서 쉽게 아이들을 일반고로 전학시킬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겁니다. 아이도 부모도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허상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울겁니다. 해서 억지로 버티고 버티다가 ... 아마 쉽게 살 수도 있는 시간들을 굉장히 어렵게 보내는 일이 벌어지겠죠...


저는 중학생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토익책을 펴 놓고 멀뚱히 세월을 낭비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장 꿈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야 하는 시기에 그 아이는 말도 못한채 속앓이만 하면서 "엄마 실은 나...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엄마와 자신이 만든 허상속에 갇혀버려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 그런 얘기 말이죠.


헌데 특목고라는 목표는 동기부여도 될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게 하지 못하는 신기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자신의 재능을 바라보고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특목고에 가야 좋은대학가고 그래야 잘 살수 있다" 라는 논리가 들어가게 되면서 사실 재능이 없는 아이에게 "넌 재능이 있어, 넌 해 내야만 해" 라고 다그치는 모습이 만들어 지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헌데 말이죠... 이런 동기가 없이 평범한 재능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분위기가 펼쳐지면... 이런 분위기에서 진짜 재능을 나타납니다. 가짜 재능들이 사라져야 진짜 재능이 나타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영어공부를 하나도 안해도 시험 보면 맨날 거의 안틀립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냐고요? 본능으로 말이죠...


수학과 물리도 그렇더라고요... 정말 재능있는 애들은 그냥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만 해도 그걸로 이미 응용에 응용을 더해서 자기 나름의 지식체계를 구축합니다.


미술도 정말 재능 있는 애들은 기초 데셍만 가르쳐 주면 그 다음은 자동이고... 정말 리듬감을 타고난 아이는 드럼 스틱 쥐는것만 가르쳐도 그 다음은 알아서 드럼을 칩니다...


이 정도가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의 세계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요. 이런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로 기쁘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학교에 만들어 주어야 그 학교가 제대로 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점수 한점 한점에 자신의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옆의 친구를 경쟁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쉽게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기쁘게 인정하기 보다 시기하는 마음이 먼저 들지 않을까요?


해서 저는 많은 교육학자들이 인정하는 것 처럼 중고등학교 교육의 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가서는 어느정도의 선만 넘어서면 다 평등하게 대접받는 PASS/FAIL 형태의 평가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봉숭아학당처럼... 각자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재능도 제각각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더라도 구박은 받을지언정 미움은 받지않는 교실... 그런 교실이 줄지어 이어진 학교를 꿈꿉니다.


물론 선생님의 역량과 학부형의 마음가짐 그리고 학생의 생각과 태도 등에 따라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 지더라도 저런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방향이 바른 방향이니까 이 방향으로 간다" 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이끌어 가는 모습이 차기 정부에서는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그림을 그리는데 사실 특목고와 외국어고는 많은 걸림돌이 됩니다. 사실 애초부터 있지 말았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재는 핑계였고 실은 부모가 부자이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인 고급학교가 필요했기에 도입된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랬기에 특목고 안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특목고 밖의 세상에 많은 안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해서 저는 특목고 외고... 이런 특별한 학교는 적어도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지금보다 덜 경쟁하고 덜 쥐어짜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딴짓도 해 가면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특목고 학생 학부형과의 대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